New Chapter

김령문_유화수 2인展   2024_0316 ▶ 2024_0413 / 일,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4_0316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호튼 GALLERY HORTON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2 1층 Tel. +82.(0)2.792.3840 www.galleryhorton.com

'새로운 챕터'로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 —김령문, 유화수 2 인전 『New Chapter』에 부치는 글 ●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스위스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집필한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했다.) 고 했던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하고,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감각하고 의식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을 하는 전시 『New Chapter』가 있다. 전시의 참여 작가인 김령문, 유화수는 이란성 쌍둥이처럼 각기 다른 형식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감각하고 의식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은 우리가 누락하기 쉬운 감각과 인식의 사각지대를 예민하게 끄집어내고, 이것으로부터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는 지류를 모델링한다.

New Chapter-김령문_유화수 2인展_갤러리 호튼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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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hapter-김령문_유화수 2인展_갤러리 호튼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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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내면의 감정을 감각하는 것에 집중한다. 내면 깊숙이 침잠되어 존재를 망각한 감정들의 꿈틀거림과 일렁임을 종이로, 캔버스로 옮긴다. 죽음, 슬픔, 삶의 무거운 고통, 이해되지 않는 일들, 긴장감, 불협화음, 날카로운 음, 스산함, 무질서 등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막연한 감각들에 리드미컬한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한다. 이것은 불투명하고 미세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 다수의 것이 아닌 소수로서 존재하는 것의 가치가 바깥 세계로 뚫고 나오는 일 즉, 새로운 챕터로의 투쟁이다.

New Chapter-김령문_유화수 2인展_갤러리 호튼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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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hapter-김령문_유화수 2인展_갤러리 호튼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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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수는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인류 공동의 신성불가침적 목표에 의해 뿌리 뽑히고, 잘려 나가야만 했던 존재와 그 양식에 주목한다. 그는 효용성을 존재 가치로 간주하는 최첨단 과학기술 시스템을 잡초나 이끼, 죽은 나무에 자라난 버섯과 같은 효용성이 없는 존재들의 생명을 존속하는 데 이용한다. 다시 말해, 효용성이 없으면 존재가치도 없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임시존재들에 눈을 돌려 인식의 시각지대를 밝힌다. 경계석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구분하거나, 장례문화에서 봉분과 그 밖의 영역을 구분하는 데 이용되는 경계석의 효용성은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울타리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가로막는 턱이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다. 쓸모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는 유화수의 작업에서 서로 접합되고 이식되며 새로운 생태계의 도상을 투쟁적으로 펼쳐보이며, 새로운 챕터를 향해 나아간다. ■ 이채원

Vol.20240318d | New Chapter-김령문_유화수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