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4_0314_목요일_02:00pm
2023 공주 올해의 작가展
주최,주관 / (재)공주문화관광재단_아트센터고마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트센터 고마 ARTCENTER GOMA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길 90 Tel. +82.(0)41.852.9806 www.gongjucf.or.kr www.facebook.com/gjcf2020 @gjcf_2020 www.youtube.com
삼공일공 자고전 ● 공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로 우공 이일권(愚工 李一權) 선생이 선정되어 전시도록(展示圖錄)을 내면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로서 인사말을 쓰는 것이 관행인지라 흔쾌히 수락하였다. 글을 쓰다 보니, 우공선생과의 오랜 인연이 나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스친다. 일반적인 인사말과는 격식이 맞지 않더라도 몇 자 더 적지 않으면 나의 마음속에 찌꺼기가 남을 듯하다. 나의 기억 속에 우공선생과의 첫 인연은 1990년에 중동사거리에 '우공서실(愚工書室)'이라는 현판을 보면서 서예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처음 '우공'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공주대학교에 근무하던 2002년 신관동으로 이전한 서예학원에 아이를 맡기면서 비로소 처음으로 상면하였다. 그때 첫인상의 강인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서예가(書藝家)라고 하면 나이 지긋하고 인자한 모습의 서당 훈장님 같은 분을 연상했었는데, 나이도 비슷한 동년배인데다가 날카로운 인상과 단호한 말투, 절도 있는 행동은 반전의 매력이었다. 우공선생은 타고 난 서예가인듯하다. 그의 선대는 전주이씨 덕천군파로 석문 이경직(石門 李景稷)과 백헌 이경석(白軒 李景奭) 형제, 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 등 조선시대 명필로 유명했던 분들이 동파지친(同派至親)인 것을 보면 우공선생의 핏줄 속에는 서예가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우공선생의 성취는 타고난 재능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우공선생은 이를 연마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소싯적 붓을 잡기 전에 각종 운동으로 기력을 다듬은 것이 큰 바탕이 되었고, 고명한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받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시도 손에서 붓을 떼지 않고 용맹정진(勇猛精進)하며 한길만을 걸어왔다. 어쩌다 서예 공부하던 이야기를 듣노라면 구도(求道)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구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외골수의 삶을 살지 않았다.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는 깜짝 놀랄 만큼 포용력과 추진력을 갖추었다. 그러하기에 공주서우회 회장은 물론 나아가 (사)충남서예협회 지회장, (사)한국서예협회 부이사장을 지내면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회원들의 단합을 이끄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백제문화제 깃발전', '전국서예작가초대전' 등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일을 맡으면 한시도 쉬지 않고 매진하여 그 끝을 보는 집념은 일개 서생(書生)의 모습이 아니었다. 속으로 '저런 기운이 있으니까 그런 글씨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공선생의 글씨에 대해서는 이미 세평(世評)이 나 있고, 내가 언급할 수준이 아니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춤추는 듯한 유연함과 생동감, 그리고 그 획의 강인함은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주위에서는 이를 '우공체(愚工體)'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옆에 늘 걸어 놓고 보아도 지루함이 없고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들어 있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공산성의 '임류각(臨流閣)' 백제역사문화단지의 '백제문(百濟門)', '공주한옥마을', '공주풀꽃문학관', '무령대왕동상' 등 편액의 글씨들은 그 성품만큼이나 간결하고 단정함이 한 치의 틈도 내어주지 않는 듯하고, 공주시의 '문예회관', '시민운동장', '현충탑비문', '인조임금파천비', '유관순거리 독립 선언문 전문' 등에 새기어진 글씨들은 군더더기 없는 예서체의 묵직함과 동시에 무게에 놀리지 않는 발랄함도 함께 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뿐이 아니다. 그 손끝의 간지러움은 서예의 큰 줄기에서 많은 곁가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우공선생의 전각(篆刻)은 그 기운이 목목 눌러 깃들어 있어서 누구나 한 점쯤 소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물론 전각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공산성14처14시(公山城14處14時)', '공주신십경(公州新十景),' '백제유네스코세계유산8처8시' 등은 시(時)·서(書)·화(畵)·각(刻)이 어우러진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벽조목(霹棗木) 소품들은 기운이 꽉 찬 벽조목에 강기(剛氣)의 글씨를 새기고 주사(朱砂)를 입혀 놓았으니 스스로를 경계하고 가르치려는 부적(符籍)과도 같은 예술품들이다.
우공선생을 겪으며 느낀 바를 몇 자 적다 보니 평상심을 읽고 격한 흥분과 과도한 표현으로 작품의 진면목(眞面目)을 잃게 하지 않았는가 우려된다. 끝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공선생의 작품세계도 세월과 함께 계속 변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히 새로운 진화가 더 좋은 작품으로, 더 오랫동안, 더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한다. ■ 이준원
Vol.20240317b | 우공 이일권展 / ??? / 愚工 李一權 / calli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