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

KIOSK TRAINING CENTRE展   2024_0315 ▶ 2024_12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동찬_김윤호_발레리 티 리_전보경_최지목_한솔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주최 / 위버멘쉬 프로젝트 기획 / 김도플_오윤영

관람시간 / 11:00am~07:00pm

스페이스 위버멘쉬 SPACE ÜBERMENSCH 부산 사하구 윤공단로75번길 19 1층 www.over-man.com @space_ubermensch

신용카드 말고 이왕이면 현금을 내는 마음속에는 상품 결제 과정의 편리함과 합리성을 넘어선 동료애, 우정과 같은 인류애적 따뜻함이 숨겨져 있다. 이는 등가교환이라는 교환 가치적 삶의 연속 안에서 증여 가치적인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의 철학자인 나카자와 신이치는 증여 가치야 말로 우리 사회에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론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직면한 병리학적 문제와 더불어 인건비 절감을 위한 상점주의 무인 결제 시스템(키오스크)의 도입은, 기계가 인류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우려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지역 사회 속 소규모 공동체의 상호 소통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켰다고 판단된다. ● 프로젝트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는 자본주의적 선택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불가역적이라는 가정하에 노령화 지역에서의 디지털 디바이드 및 소외에 대한 예술적 대응 방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하고자 한다. 또한 지능형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과 예술의 관계를 드러내는 작품 보기 및 체험의 새로운 형식 탐구와 함께 예술적 개입을 통한 디지털 매체와 고령인구 간의 관계 회복이 가능한지 작품 제시 방법론을 통해 고민한다. 이는 과학 기술 발전이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경계와 상관없이 아무 장소에서, 아무 시점에서 수용될 수 있다면, 우리 삶에 대한 은유와 범주의 접근으로 예술작품은 어떻게 제작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탐색이라고 생각한다.

김동찬_결과보고전-뒤에 놓인 바퀴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김동찬 작가와 평론가 김남수의 아티스트 토크_센터링_프로그램 전경

본 프로젝트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역 작가 초대 개인전 및 기획 단체전으로 진행되었다.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부산의 고령화 지역이자 스페이스 위버멘쉬가 위치한 부산 사하구 및 다대동 일대 지역이 당면한 시대적 문제(인구 소멸, 저출산, 디지털 소외 등)와 지능형 인공지능 및 기술 발전의 관계에 대한 현장 리서치, 연구 발표 또는 작품 제작 가능한 국내 작가 2명을 모집하였다. 상반기 작가로 선정된 김동찬 작가는 동력과 방향성의 최소 단위인 자전거 두 개의 바퀴를 통해 하나의 공통 중심이 아닌 여러 중심이 가능한 개인이 도래하기 좋은 환경을 꿈꾸며, 레이더 기술과 기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모험을 제시한다. 김동찬 작가의 결과보고전 ≪뒤에 놓인 바퀴 rear wheel≫는 스페이스 위버멘쉬에서 3개월간 거주하며 이륜차를 타고 자신과 그 주변을 감각한 결과물이었다. 전시가 시작되는 2024년 6월 15일에는 토크 「센터링」이 진행되었다. 센터링은 축구 용어로 앞으로 나갈 위치를 확보하며 드리블하던 공을 중앙으로 패스한다는 의미다. 전반 45분-하프타임-후반 45분-연장전 순서로 평론가 김남수와 작가 김동찬이 '에시앙과 알바' 듀오로 참전한다. 예술 전시 체계 속에 장갑차가 하얀 종이 막에 은폐되어 나타난다. 그가 펼치는 위장 기능은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닌, 주변과 하나 되기 위함을 전한다. 바퀴 없는 종이 장갑차는 PT 기계 장치로 기능하여 이야기를 주변에 발사한다. 이는 전시장 내 TV와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작가와 방문자의 흔적은 수집된 소리와 영상들이 재생되는 전시장에 남는다. 전시가 끝나면 물건들은 집으로 돌아가며 장갑차는 분해되어 환원된다. 과거와 현재, 우연한 반응들이 조화로운 형태로 섞여 새로운 동력과 방향성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다.

발레리 티 리_결과보고전-길들여진 9개의 꼬리와 이야기들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발레리 티 리_넝쿨들, 음절들, 그물들, 이파리, 흘러서 내게 온 존재들, 떨구어져 내게 온 존재들, 패턴과 망, 시와 벌집들, 야생의 것과 다치기 쉬운 몸들, 길들여진 시간과 결국 나를 오게 하는 것들_정제 밀랍, 비정제 밀랍, 한천, 한천가루, 물, 글리세린, 치자, 도꼬마리, 채집한 식물, 실크, 면, 레이스, 폴리에스터 실, 합성 망_가변크기_2024

하반기 선정작가인 발레리 티 리 Valerie Tee Lee는 사회적 통합의 중요성을 비선형적 방식으로 연구하고 재조명한다. 이주와 이동, 변혁 그리고 물질적 기억의 저장소라는 개념을 통해 바다라는 초국가적 공간을 여행하는 해조류를 관찰하고 그 특성과 얽힌 서사들을 주목하고 있다. 밀랍 서판과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시각언어를 통해 비-인간 세계와의 물리적 엮임을 포착하며 기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발레리 티 리의 결과보고전 ≪길들여진 9개의 꼬리와 이야기들≫에서는 밀랍, 도꼬마리, 비단, 바이오 플라스틱 등 순화(馴化)와 재생의 경계에 놓인 물질에 주목하여, 범우주적 연결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부산을 자연물과 인공물이 공존하여 새로운 자연을 일궈낸 곳, 바다를 통한 초국적 이주와 이동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바라봤다. 기존 작업에서 사용한 꿀벌 밀랍, 누에 비단 등 인간과 함께해 온 순화종 및 우뭇가사리 같은 자생종과 함께 그물, 양파망 등 자연에 공존하는 인공물을 새롭게 사용했다. 바닷물 속에 존재함에도 보이지 않던 소금이 물이 증발하여 나타나듯 작가는 보이지 않던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분법적 사고와 경계 짓기는 제국주의와 차별의 역사를 낳았고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김윤호_뻥이요~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김윤호_뻥이요~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초대 개인전에 참여한 김윤호 작가는 ≪뻥이요~≫전시를 진행하였다. 뻥튀기 아저씨가 뻥튀기를 터뜨리기 직전에 외치는 신호이자 허구 또는 구멍이 뚫어진 모양 등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전시 제목 《뻥이요~》는 영화와 여러 대중 매체에 괴수로 등장하는 고질라(Godzilla)가 갈수록 높아지고 거대해 지는 도시의 빌딩 크기에 대항하기 위해 점점 커진다는 설정에서 기인한다. 도시와 괴수, 서로의 몸집 불리기가 마치 요즘 사람들의 '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냄과 닮았다고 생각한 작가는 크고 강해지는 것에 대한 욕망을 벗어나 무아(無我)의 경지, 진정한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끝이 없는 양 비눗방울을 쏟아내는 기계와 뱀과 곤충의 허물, 불어 터진 공룡 장난감과 개구리 알, 떨어질 것 같이 위태위태하거나 요가 하듯 몸을 최대로 굽힌 포켓몬스터 그리고 커다란 경계 안에 들어간 듯한 괴수의 피규어들을 통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는 없기에 존재 스스로의 참모습을 바라보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제안한다. 《뻥이요~》는 가벼운 숨을 쉬길 바라는, 알을 깨고 나와 여백을 즐기길 바라는 무경계의 무대이다.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展_제작된 프로그램 이미지 및 전경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 단체전에는 전보경, 최지목, 한솔 작가가 참여하였다. 전시장에는 매장을 모방한 테이블과 키오스크 기기를 설치하고 벽면에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를 부착하였다. 기기에 설치된 무인 결제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협업하여 만든 장치이다. 예술 감상이 허용하는 여유 속에서 화면을 직접 만져보고 가상으로 결제해 보며 작가와 자신의 서명이 함께 담긴 영수증을 받아볼 수 있다. 예술적 바라보기가 세대 간, 예술과 관람자, 기술과 인간 사이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혀볼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다.이 불확실성의 끝에는 무엇이 찾아올 것인가? 편리함 뒤에 은폐된 것은 무엇인가? 급격히 밀려오는 흐름 속에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기술에서 멀어지거나,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령 노동자, 개발 혹은 사회적 문제로 밀려나거나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일개 개인의 일로 치부되는 현상들에 신경 쓸 수 없는 것은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픽셀과 같이 작지만 분명 존재하는 상태들에 집중한다. 현실과 가상에 발을 걸친 전시장에서는 자신만의 속도를 갖추도록 유희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납작한 키오스크 표면 아래 겹겹이 쌓인 레이어들은 작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자 웅크린 잠재성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며 예술 및 지역 문제를 다루고,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조망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키오스크에서 감상하도록 기획하였다.

전보경_ Zeros: 오류의 동작 Zeros: Operation Errors_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3:20_2020

전보경은 환경 안에서 신체가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탐구한다. 작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장인의 몸짓과 지혜의 말을 수집해 책, 영상, 설치 작업으로 재구성하며 노동과 예술의 관계를 탐구한 바 있다. 효율적 생산 구조는 수공업자의 입지를 좁히고 노동자를 기계화한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비인간적 존재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작가는 인간과 기술 사이에 공존과 '번역'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번역이란 존재끼리의 충돌과 협상에서 생성되는 이질적 연결망이며 서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현재 인간 신체를 하나의 연결점으로 상정하고, 신체가 환경을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중심성에서 벗어나 정서적, 물질적 전환을 맞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Zeros: 오류의 동작」은 노동 현장의 로봇팔과 인간 신체 움직임을 4장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비효율성'에 집중하며 이를 유발하는 것은 일하지 않는 것이나 실수보다는 인간이 가진 고유성이라 보았다. 작가는 로봇팔의 움직임을 드로잉으로 번역했고, 이를 안무가 4명이 재해석했다. 영상의 텍스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효율적 움직임을 제거한 공학자 길브레스(Gilbreth)의 동작 연구, 기계와 인간 사이의 차이와 특징 등을 다룬다. 작품은 비효율성의 창조적 힘을 모색하고 우리 삶에 스며든 비인간 존재들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지 질문한다.

최지목_아버지와의 대화 A Dialogue between Father and Son_인터뷰 영상, 단채널, 컬러, 사운드_00:26:45_2021

최지목은 보는 방식과 인식,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탐구한다. 회화 작업을 하던 그는 독일 유학길에 올라 예술의 소통 방식과 매체의 특성을 고민했다. 오려낸 그림 조각과 소시지를 판매하는 퍼포먼스로 일상 속 예술을 통한 소통 가능성을 이야기하거나, 일상용품이나 액자 등의 오브제를 선택하여 편집하는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했다. 본 전시의 두 영상 작품은 《환상의 섬(ARTLANTIS)》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예술가와 관람자의 "보기"에서 오는 간극을 다룬다. 전설 속 아틀란티스를 찾아 나서듯 예술이 가져올 가능성의 세계와 가치를 믿고자 한다. 현재는 태양 빛의 잔상을 통해 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는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예술가들이 느끼는 소통의 괴리와 관객이 느끼는 난해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관념과 편견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어차피 관심도 없을 거야" 또는 "예술에 문외한이라.."라는 서로의 입장 차로 대표되는 소통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한 영상 작업 「아버지와의 대화」는 소통할 수 있다는 착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 예술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각본 없이 진행된 인터뷰는 부자지간의 대화를 통해 개인전 "환상의 섬"의 전반적인 작업 소개 영상으로 계획했으나 대화한답시고 자신의 관점만을 열심히 피력하는 아들(작가)과 아들이 하는 일에 절대적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주가 되어 전시에서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소개했다.

한솔_나들이2 Picnic2_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1:53_2023

한솔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관찰하고 수집하여 주로 영상 매체를 이용해 묶어낸다. 시간성과 물질성, 시대상과 개인의 태도 등을 다루어왔다. 일례로 예술의 장 속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아가 사회 속에서 개인이 어디 위치하는지 의문을 풀어내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세대, 계승되는 구조들, 환경의 변천에 따른 지역성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전시에서는 김해시 상동 매리마을과 지역 개발이라는 맥락에서 시대적 변화와 개인의 서사, 전해지는 기억을 다룬다.전시 작품 중 「나들이 (Picnic)」는 작가의 할머니가 매리마을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신주거단지 경로당으로 휠체어를 끌며 걸어가는 장면을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북적이던 예전 경로당과 달리 신주거단지 경로당은 마을 정기회의 외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다. 작품은 개발 미포함 구역에 남아있는 할머니를 기록하며 시대적 흐름 앞에 놓인 개인의 작은 발걸음에 주목하였다. ● 부산에 위치한 스페이스 위버멘쉬는 영국과 독일 그리고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시 공간이며 지역 예술가들에게 온·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국제적 네트워크 망을 형성하기 위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을 진행한 위버멘쉬 전시장과 2021년부터 운영한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소프트 포커스(www.softfocus.space)를 바탕으로 예술작품 전시의 공간적 한계를 탈피하고 어떠한 방식의 예술적 보여주기가 지역 예술과 문화를 존중하고 발전시키는지, 또 지역 예술가와 국제 예술가 간의 교류를 높이는지 실험하고 있다. ■ 오윤영

Vol.20240315f | 키오스크 트레이닝 센터 KIOSK TRAINING CENTR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