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숨소리 The Breath of Calm

최상락展 / CHOISANGRAK / 崔祥洛 / painting   2024_0311 ▶ 2024_0330 / 일요일 휴관

최상락_고요의 아우성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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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락 인스타그램_@choisangrak_art

초대일시 / 2024_0329_금요일

주최,기획 / 스튜디오126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스튜디오126 STUDIO126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 14-4 (삼도이동 948-1번지) Tel. +82.(0)507.1385.3551 @studio126_jeju

자기 이해를 통한 연쇄 고리로서의 표상 ● 누구나 각자 애정하는 장면이 있다. 이를테면 봄날의 햇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선명한 노을의 장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윤슬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을 마주할 때면 종종 자신의 깊은 무의식에 잠식된 기억들을 소환하곤 한다.

최상락_그늘의 모양Ⅰ_캔버스에 유채_65.1×53cm_2023
최상락_그늘의 모양Ⅱ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23
최상락_노을 진 넝쿨 속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3
최상락_동산_캔버스에 유채_193.9×112.1cm_2023

아름다운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지면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 해도, 우리는 주관성이나 의지에서 벗어나 순수한 인식 상태로 진입한다. 의지가 없는 순수한 인식 작용에 몰두하는 순간, 우리를 뒤흔드는 것이 전혀 없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기 때문이다. 인식이 자유로워지면 잠과 꿈에 의해 현실 세계에서 떠나는 것처럼 모든 것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체는 잊혀지고 순수한 인식의 주관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주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의지가 없는 직관의 환희는 나아가 과거의 것이나 멀리 떨어진 것에 대한 묘한 매력을 촉발하여,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최상락_번짐Ⅰ_캔버스에 유채_80.3×65.1cm_2023
최상락_번짐Ⅱ_캔버스에 유채_80.3×65.1cm_2023
최상락_새벽 숨Ⅰ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3
최상락_새벽 숨Ⅱ_캔버스에 유채_90.6×65.1cm_2023
최상락_익어가는 바람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23
최상락_잠식Ⅰ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3
최상락_잠식Ⅱ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3

특히, 예술가는 자신의 심상으로부터 비롯된 내적인 힘으로 이러한 경험을 끌어올린다. 최상락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우연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는다. 특정한 대상에 드리워진 그림자, 물웅덩이나 유리에 반사된 형상, 혹은 형상이 중첩되는 지점 등이다. 작가는 자연적으로 비롯된 현상을 응시하면서 발생하는 연쇄적 고리에 주목한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시ㆍ공간에서 일어난 장면에 대한 기억, 갑작스러운 회상이 뇌리를 스쳐 결합되기도 한다. '응시'라는 용어는 시각적 구상과 함께 정신주의에 매료되었던 인상주의자, 상징주의자와 연관이 깊다. 20세기 중반, 추상 표현주의와 같은 미술 운동에서 형식적 범주를 적용했던 비평가들의 저서에도 남아있다. 오랜 시간 눈길을 모아 바라봄을 뜻하는 '응시'는 예술의 영역에서 단순히 주시하는 행위가 아닌 좀 더 문학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것은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 이성과 감성이 뒤섞이는 강도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최상락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응시를 통해 묻어나는 '시선의 서늘함'이 돋보인다. 고독과 공허의 상태에서 상상과 기억이 결합된 장면들은 차분하고 쓸쓸한 색감, 우연성을 강조하는 실루엣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개인의 고독과 공허에서 비롯된 작업이라 할지라도, 독자적인 고립의 상태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색채와 빛으로 채우며 하나의 소통 형식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바라보기를 시각화한다는 것은 바라보기가 발생하는 행위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와 자기의 내면을 지그시 바라보는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타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개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더불어 타자를 보고 있는 자신도 볼 필요가 있다. 최상락의 작품은 대상을 통한 자기 이해, 자신을 통해 타자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과 공허함을 반추하도록 이끈다. ■ 권주희

최상락_토르소Ⅰ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3
최상락_토르소Ⅱ_한지에 유채_72.7×60.6cm_2024
최상락_스멀스멀Ⅰ_캔버스에 유채_34.8×27.3cm_2024
최상락_스멀스멀Ⅱ_혼합재료_36.5×25.5cm_2024
최상락_스멀스멀Ⅲ_혼합재료_35×27.4cm_2024
최상락_스멀스멀Ⅳ_혼합재료_25×25cm_2023
최상락_무제Ⅰ_혼합재료_23×16cm_2024
최상락_무제Ⅱ_혼합재료_20×20cm_2024

나의 회화는 존재와 허상을 표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사람은 때때로 고독과 공허의 상태에 빠져든다. 나는 그럴 때에 주변과 공명을 이뤄 호흡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공간과 주위 것들이 경계가 사라지고, 의식이 부유하며 이곳저곳에 번지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를 통해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동안은 주변 대상을 느끼는 감각에 허상이 투영되며,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전이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흔적이다. 이러한 의식을 촉발하는 장면은 안개에 가려 흐릿한 풍경, 짙게 그림자가 진 공간, 물웅덩이에 반사된 형상 등이다. 나는 그것들을 선과 형태가 불명확하고 언제든 시각적인 변형이 일어나는 실루엣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회화의 측면에서 추상적 조형 요소로 바라보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의식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실루엣은 상상을 유도하는 동시에 감정과 마음이 작동할 수 있는 여운을 제공한다. 그러한 가능성에 따라 고정적인 형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피어나는 형상으로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업의 과정은 추상적인 요소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구상으로 나아간다. 흐르고 번진 물감으로부터 잔상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잔상은 미세한 얼룩 자국 같은 곳에서 스치는 무언가로 떠오른다. 또 생각이나 감정뿐만 아니라 붓을 누르고 긋는 움직임과 물감의 질료성에 의한 흔적이 이미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무언가가 그려지고, 다시 즉흥적인 이끌림에 따라 화폭을 채워가는 것이다. 나는 특정한 이미지나 생각 등을 계획해서 그리지 않는다. 그림이 진행되면서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행위를 이끄는 상황에 주목하는 편이다. 고독과 공허한 감정 상태는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였다. 불규칙하게 뻗어나간 그림자들을 유심히 보며 낯선 감정을 느꼈고, 나의 일부도 같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림자들이 서로 닿으며 얼룩처럼 퍼지는 광경이 사물들 사이의 경계를 지우며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감각이 이끄는 길을 따라 저마다 진동하는 존재들의 생명력을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에너지, 아우라의 세계를 표현한다. 실루엣은 빈 여백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감각을 깨우는 고독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과 존재에 대한 감각은 내부에서 퍼져 나오는 허상과 공존한다. ■ 최상락

Vol.20240312d | 최상락展 / CHOISANGRAK / 崔祥洛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