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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보나르 기획초대展
기획 / 갤러리 보나르
관람시간 / 11:00am~07:00pm 3월20일_01:00pm까지
갤러리 보나르 Gallery Bonart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158번길 91 (망월동 839-4번지) 1층 Tel. +82.(0)31.793.7347 blog.naver.com/gallerybonart @gallerybonart
한지 말기 ● 최초의 시작은 '신문지'였다. 신문지를 일정한 두께의 띠로 잘라 돌돌 말아서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하였다. 수많은 활자가 찍혀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지를 잘라내는 작업과정은 표피적인 언어를 해체하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문장을 만들어 전달하는 언어는 의식의 표면 위에서 형성된다. 의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은 그 아래에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무의식의 심연에 존재하는 그것, 언어의 진짜 의미, 존재의 의미, 정체성의 진실에 대한 것. ● 김수지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당연하게 접한 한지를 떠올리게 되고 단조로운 신문의 색상에서 자연의 색을 담은 한지라는 재료로 순조롭게 이행한다.
Edge: 보이지 않는 단면 ● 단면이라는 것은 '재빠른 칼날의 절삭'에 의해 드러나는 것으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여성이 가족을 위해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며 늘 하던 행동이다. 여성에게는 오랜 시간 하는 반복적인 가사노동이 많다. 베짜기도 그 하나이다. ● 식재료를 다듬고, 물레를 돌리고, 베를 짜는 동안 우리 엄마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지루하고 단순한 노동은 오롯이 그 일에만 집중하기는 힘들다. 동작의 사이사이 수 많은 생각이 끼어들게 된다. 생각을 접고 일에 몰두하더라도 끼어들기는 계속된다. 그것은 그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일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일 수도 있고,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창작은 그렇게 쓸데없이 끼어든 생각과 상상에서 비롯된다. ● 종이를 마는 지루하고도 반복적인 행위 동안, 김수지 작가는 엄마를 떠올린다.
해체와 재구성: 주체의 사라짐과 등장 ● 종이라는 것은, 우리가 대할 때 전면을 바라보게 된다. 애써 그 얇디 얇은 단면을 들여다 보더라도 그것은 존재감이 없다. 아무 것도 담을 수 없고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숨겨진 종이의 한 면, 분명히 종이의 한 부분을 구성하면서도 숨겨져 있고 드러나지 않는 면, 그 날카로운 엣지는 힘을 가해 뭉쳐서 방향을 돌렸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 반복 행위의 본질은 노동과 딴생각을 왔다갔다 한다. 반복노동의 주체와 딴생각의 주체는 동시에 공존할 수 없다. 물리적 주체-텍스트가 사라질 때 정신적 주체-텍스트가 등장한다. 반대로 정신적 주체-텍스트가 사라질 때 물리적 주체-텍스트가 등장한다. 마치 종이의 전면이 해체되어 사라질 때 그 단면이 등장하듯이 주체는 기표와 기의로 번갈아 존재한다. ● 수많은 이야기의 고리를 끊어내고 그 단면을 새로이 바라보면서 시작된 김수지 작가의 한지 단면은 '종이-텍스트'의 해체와 '종이띠 말기-반복행위'라는 재구성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고, 엄마의 역사이자 이제는 자신의 역사가 된 여성의 이야기를 끊임없는 반복행위를 통해 그 안에 담는다.
색면추상: 자유와 압박의 물성으로 드러나는 형상 ● 그렇게 색면으로 드러나게 된 심연의 이야기는 어떤 맥락을 가진 텍스트-표상이 아니기 때문에 추상이 된다. 한지라는 기성품(레디-메이드)을 사용하지만 색을 선택하고 구성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와 창의성에 의해 결정된다. 한지가 가진 탄성은 주목할만한 특성으로, 두텁게 말린 종이는 외부적 압력이 가해지면 독특한 형상으로 자유롭게 변형된다. 작가가 떠올린 형상 안으로 그 말린 종이들을 밀어넣으면 그 프레임 안에서 종이뭉치들이 서로 압력을 가해 유기적인 형상을 갖게 된다. 의도와 우연의 합작으로 아름다운 색의 형상들이 자율적인 형태를 갖게 됨으로써 추상적인 색면의 조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 작가의 주체성과 물성의 만남으로 긴 시간의 노동과 심연의 이야기를 함축하여 담아내어 탄생하는 김수지 작가의 우아하고 시적인 작품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염없이 그 안으로,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 이승신
Vol.20240311e | 김수지展 / KIMSUZIE / 金秀知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