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4_0308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루시_박소영_박시월_송신규_이광택 이효숙_장승근_전영진_홍준호
주최 / 춘천시 주관 / 춘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목요일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춘천문화예술회관 Chuncheon Cuture & Art Center Gallery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5번길 13 (효자1동 산40-12번지) 전시실 Tel. +82.(0)33.259.5831 www.cccf.or.kr
춘천문화재단은 두 해에 걸쳐 서로 다른 시간을 각자의 미적 실천으로 축조해 온 아홉 작가와 그 작업을 조명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아홉 작가의 삶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바라보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춘천문화예술회관
항시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시간의 개념은 곧 실존하는 자신의 전체와 부분을 총체적으로 표상할 수 있는 무한한 수단이자 인식이 된다. 그렇기에 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한 무엇으로 부여되겠지만, 이를 운용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또한 각기 다른 형식과 내용을 수반한다. 이처럼 시간은 그것이 외연하는 양적 평등의 속성을, 더불어 그러한 특성을 초월하는 자기 역설의 무작위성을 함께 내재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주관적이면서도, 동시에 객관적인 관계 안에서 규명토록 한다. 예술은 시간이라는 이 인식 기반의 단위를 지지체로 수행되는 사회 구성의 부문 범주 중 대표적인 일례로, 예술을 창안의 매체로 활용하는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시간이라는 것을 이상과 같은 양가적 층위로 점유한다. 말인즉슨 예술가는 온전한 사적 차원에서 삶을 진전케 하는 동력으로서 미시적 시간을 취하기도 하지만,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그러하듯 거시적인 공공의 시간성을 전용하기도 한다는 거다. ● 전시 『내일을 보는 오늘』은 두 해에 걸쳐 춘천예술촌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각자의 미적 실천으로 축조해 온 작가들의 작업을 조명하는 동시에, 이들이 예술의 매체를 두고 이룩한 특정한 시간성을 이상의 다중적 시간 개념으로부터 해제하고자 꾸며졌다. 내면에 그려온 이상향의 풍경을 작품으로 승화해 온 이광택과 급변하는 환경에서 비롯한 지역성의 상실에 주목해 온 송신규는 기록과 보관의 방식을 차용해 초현실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개인의 기억에서 수집한 일시적 시공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현하는 전영진과 개인적 결핍의 심적 상태를 작업의 동력으로 치환하는 장승근은 공간적인 구체의 장소성으로부터 시간을 구축하는 서사화의 전략을, 역시나 그가 겪어낸 이력형 경험을 구조의 문제를 이해하는 동기로 삼는 홍준호와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형식 가운데서 새로운 일상성을 발견코자 하는 루시는 특유의 작가적 포착 기법을, 추상적 회화성에 기대어 본질을 탐구하는 이효숙과 감각의 영역에서 촉발된 찰나의 아름다움을 최소주의의 미감으로 직조하는 박시월은 예술적 시간성의 전제를, 마지막으로 자연사와 인문학 등 다학제적 주제를 관통하는 우주적 객체로서의 인간사를 연구하는 박소영은 거대 시간의 인식을 통해 시간과 그 속성을 주요한 기제로 하는 본 기획에 조응한다. ● 이로써 『내일을 보는 오늘』 전은 오늘날 이질 한 그 시간의 면면을 상징하는 들의 이들 아홉 작가의 작업을 감상하면서 당대 시간성의 의미를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재편해 볼 것을 관람의 주체에게 제안한다. 예술을 통해 이렇듯 다양한 시간의 스펙트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이번 전시와 함께 부디 많은 이들이 시간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를 상기할 수 있는 유의미한 삶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장진택
이상향과 지역성, 기록과 아카이브의 시간 ● 이광택(1961-)은 작가 본인은 물론 한국인의 마음속에 유전인자처럼 오랜 시간 각인된 이상향을 그린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동양 미학, 그 중 특히 문인화를 좋아해 결국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한국 문인화의 전통을 21세기의 현실에 부합하는 진경(眞景)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결과물 중 일부를 대작 두 점으로 선보인다. 이 기획은 나의 시각과 대비되는 예술촌의 동료 작가와 함께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가 창작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즐겁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는 "아무래도 이번 전시가 또 다른 내 미술 반생의 아카이브 작업이 될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제까지 공개한 적이 없는 유학 시절 아내에게 써 보낸 편지 중 그림 편지들만 따로 모아 선보이거나, 일상에서 순간순간 스치듯 지나치는 생각들의 편린을 그려낸 드로잉들, 17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 그림일기와 그 일기를 쓰기 위해 그려둔 그림들을 공개한다. 6천여 점의 그림일기는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에서 스캔 및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작가의 꾸준함이 빚어낸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송신규(1990-)는 회화, 조각,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풍경에 대한 자신의 체험적 기억을 작품 속에 투사한다.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생태 변화와 이주로 작가의 어린 시절 장소는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유년의 집과 풍경에 대한 상실을 캔버스 위에 뼈대를 훤히 드러낸 건물로 상징하며 배경에 짙게 깔린 무채색의 색조와 죽죽 그러진 붓질 자국으로 드러나는 부유(浮游)하고 혼재된 정체성은 캔버스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드러낸다. ● 작가는 사라지고 변형되거나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순리를 캔버스 위의 안료를 문지르고 덧칠하고 긁는 수행적인 전개 방식으로 이를 표출한다. 잃어버린 인간 본질의 원형을 자연으로부터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에서 공간으로, 풍경화한 시간의 흔적 ● 전영진(1992-)은 상상하는 것에 큰 힘이 있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본 하늘을 나는 자동차, 우주여행과 같은 공상과학 속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아무리 사소한 상상일지라도 결국 현실이 되어간다. ● "나의 꿈, 소망 등 모든 것들이 작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비가 온 뒤 잠시 모습을 비추고 이내 사라지는 무지개를 보며, 오래전부터 그 끝을 상상하며, "금은보화가 있을 것이다." "무릉도원이 있을 것이다." 하는 무성한 추측을 한다. 저 신비한 무지개처럼 마음속 저편 무지개의 끝을 정해 놓고, 멀리 보일 듯 말 듯 한 보물을, 오아시스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사실 무지개의 끝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덕에 상상하고, 부푼 기대를 안고 그냥 나아가 보는 것이다. ● 삭막한 도시 속 조성된 자연 속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하던 터무니없는 상상을 떠올린다. 우리가 혹은 다음 세대가 갈지도 모르는 그 미지의 땅이 기왕이면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길 바라며, 그곳을 계속해서 탐험해 나간다.
장승근(1995-)은 생활 속에서 이상향으로 승화되지 못했던 사건들과 결핍되어 보이는 대상들을 느슨한 형상의 회화로 변환한다. 캔버스에 형상을 포착하는 과정은 대상의 재현에 목적하기보다는 대상의 표피를 빌려 신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에 가깝다. ● 작가는 재현의 욕구를 절제하는 방법으로 캔버스를 바라보지 않은 채 주변 시야로만 감각하며 형상을 그려내는 방법을 이용한다. 캔버스를 바라보지 않고, 대상과 작가의 시선이 맞닿는 관계성이 깊어짐에 따라 기록되고 중첩되는 윤곽선은 어긋나고 모호해진다. ●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어긋나거나 모호한, 때로는 어설픈 형상의 윤곽선을 눈치채고 감지한다. 작품을 통해 대상을 의식하며 능동적으로 감각하는 현상을 유도한다. ● 기록된 작가의 충동적 움직임과 모호함을 능동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시선은 형상의 빈틈과 유격 사이에서 서로 맞닿는다. 이러한 화면에는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고 관계 맺기 위한 고민과 성찰이 투영된다. 모호하고 느슨한 상념으로 양가적인 세계를 올곧게 바라보기 위해 작가는 지엽적으로 여기는 것들을 다시 호명한다.
작가로서의 삶과 일상의 시간, 그 관계성의 탐구 ● 홍준호(1976-)의 작업은 직장생활에서 경험하고 얻은 낯선 존재의 시간 속 자신의 '흉터'를 인식한 것에서 출발한다. 거기에 더해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현대사회 속 시스템 오작동과 같은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작가는 사진의 역사에 모티브를 얻어 사진 프로세스의 오작동과 변주를 통해 이미지에 변형을 가한다.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이미지에 다층적이고 촉각적인 방식으로 물리적 변화를 주어 이미지에 균열(龜裂, crack)을 만드는 「비(非)사진적 사진」이라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작가는 카메라 이외에도 OA기기나 의료용 기기(X-Ray, CT, MRI, MRA 등)를 사용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다층적 사진(겹, Layer)과 촉각적 사진(결, Grain)을 만든다. ● 남다른 경험에서 출발한 그의 독특한 조형성은 사진의 매체적 특징과 현대 미술에서 사진의 위상학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도 함의한다. 이는 사진 매체 자체의 존재 조건에 관한 실험이자 이미지의 존재에 관한 성찰이기도 하다.
루시(1981-)는 일상에서 발견한 색과 형태들을 감각하고 수집하여 내면을 심상적 형상으로 그려내는 도구로 사용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극적 표류를 멈추고 때로는 고립과 결핍이 주는 이완을 특유의 색감 형태로 캔버스 위에 표현하고 있다. ● 이는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타라」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타라」는 어린이의 모습을 한 작가의 페르소나로, 「타라의 집」을 비롯한 수많은 오브제는 작가의 내면을 형상한다. ● 회화와 콜라주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의 입체 작업을 시도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 위에 선, 면, 색들을 구성하고 감각대로 배치하는 작업과 함께 겹겹의 시간에서 즉흥적으로 그려 낸 드로잉과 입체 작업을 선보인다.
예술의 시간성, 매체와 표현을 중심으로 ● 이효숙(1975-)의 작업은 무엇을 비우고 채워야 하는지 가만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물음에서 시작된 무심하고 별거 아닌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릴 적부터 오래되거나 손때 묻은 것들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었다. 수집된 사물과 풍경을 시각화하여 시간에 대한 이야기, 일상에서 겪는 경험과 감정들을 그리기라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삶의 본질과 방향을 이야기한다. ● 작업은 사물과 풍경이 촉발하는 어떠한 감각과 상상, 그 사이에서 관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낡은 행주, 오래된 박스, 수없이 많은 스크래치 자국이 난 작업대에 켜켜이 묻어 있는 시간의 흔적을 담백하고 따뜻한 느낌의 한지와 아무런 장식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연필을 무수히 긋고 묵묵히 쌓아 올린다. 어느 순간, 한지 깊숙이 품고 있던 얼룩이 드러나며 연필과 마찰하면서 생긴 뭉침과 찢어짐에 집중한다. 작업 과정에서 발현되는 미묘한 톤의 변화와 작은 흔적, 얼룩은 작가만의 조형 언어가 된다. ● 희미한 선 긋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상상할 수 있는 틈을 만든다. 시간과 노력의 과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정직한 연필 선은 넘치지 않는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그리는 이의 생각이 포장되어 드러나지 않는 담백하고 담담한 회화성을 추구한다.
박시월(1993-)은 '네가 본 아름다운 것을 훔치고 싶었다.'라는 제목으로 타인의 인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을 훔쳐 그린다. 작가 본인에게 결여된 것을 수집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순간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실체도 물증도 없이 오직 말과 기억만으로 존재한다. 상상하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시성을 갖진 않는다. 이런 지점들을 투명하다고 감각했고, 이 실체 없는 아름다움에 유리라는 몸을 주었다. 유리는 자신의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한다는 점이 작가가 수집하는 대상과 닮았다. ● 표면을 갈아낸 유리판에 세로획의 연필 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상을 정착시킨다. 투명하게 감각하지만 그려진 선은 세세하고 촘촘하다. 이는 상당히 모순되지만, 작업은 바로 이 모순되는 지점들 사이에서 작동한다. 작가가 단순히 갖고 싶은 것에서 출발한 작업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철학적 시간의 규명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 ● 박소영(1981-)은 자연의 변화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는 몽상적 마음 언어를 사회, 역사, 과학, 유불선(儒佛仙)과 같은 이야기로 연결하는 작업을 만들고 연구하고 있다. 작가는 그것을 '영혼의 감각, 통각적 감각'이라 부른다. ● 비유기체적 대상을 자연사와 인문학, 포스트신화를 연결해 주는 다리로 상정하는 다양한 면들을 관찰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비유기체적 생명과 습합 탈합치를 이루어낸다. 학제적 시각에서 신화와 유물, 자연 속에 감추어진 언어는 우주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 신체이다. ● 작가는 유형과 무형의 경계를 넘어서 모든 존재가 생태학적으로 얽히는 가운데 이성과 정신 그리고 마음이 만들어지는 우주자연신체빚기를 미디어 기술로 분석한다. ■
* 습합: 철학이나 종교 따위에서 서로 다른 학설이나 교리를 절충함
Vol.20240308c | 내일을 보는 오늘 Today is the window to tomorrow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