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솔리니 팟캐스트-제11회 아마도전시기획상

The Mussolini Podcast-The 11th Amado Exhibition Award展   2024_0306 ▶ 2024_040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정인_남민오MinOhrichar_안준 정나영_정아사란_최연우_HJH

기획 / 안재우 후원 / (주)넵스테크놀러지 주최,주관 / 아마도예술공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 (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www.amadoart.org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영어를 할 줄 알았다면, 2차 세계 대전의 결과와 그 이후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겨울에 거대 언어 모델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ChatGPT)가 그 첫 열풍을 일으켰을 때, 나는 그 성능의 출중함에 대한 놀라움 못지 않게 우려 또한 감출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인류사에서 한 세대가 그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힘과 조우하게 될 때 그 힘에 대한 비판적 접근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그 세대와 이후 세대들의 고통과 후회를 생성시켰기 때문이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지금의 기후 위기를 일으킨 핵심적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알프레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의 역사를 촉발시켰고,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그 역사의 가장 무서운 변곡점을 형성하였다. 그렇기에 과학사가 그 발전을 고통스러운 영감으로 삼은 인문학사 및 예술사와 늘 변증법적 발전을 함께 해온 것은 인류가 지닌 지능적 정체성인 지성의 무한한 가능성과 그 인간적 한계의 공존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 과학 밖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변증법의 역사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로 정치사를 들 수 있다. 왕정과 민주주의의 사이에는 다양한 과도기적 물결들이 있었고, 세상의 일부 지역과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혈연 중심의 왕정이 붕괴된다 하여도 그 붕괴를 주도했거나 붕괴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쉽 또는 카리스마 등으로 득세한 자가 독재 정권을 설립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이는 표면적으로 보면 그 개인의 출중한 능력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좀 더 총제적으로 보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역학이 작용하여 일어나는 일임을 근대 이후의 사회과학이 밝혀냈다. 즉 독재자 개인의 역량이 지닌 호소력이 대중에게 정치적 중력장으로 인식되는 역학도 분명 있으나, 왕정과 독재라는 시스템에, 즉 그 정치의 구조적 문화에만 익숙하고 사회 구성원 전체의 민주적 의사 결정과 같은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의 세계관이라는 역학이 여전히 유효할 때에만 전자는 정치적 권력으로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정 시대에 한 군주가 정치를 어질게 실천하지 못하면 상당수의 백성들이 '왕정이 아닌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는 성찰을 하기보다는 '이 왕이 속히 물러나고 다음 왕은 정치를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비판이 아닌 인물만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 비판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언어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인 챗GPT와 이미지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인 달리(DALL•E) 등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득세와 급류를 보며, 과학사와 정치/사회사에 대한 위와 같은 고민을 해온 동시에 그에 대한 예술사의 작용-반작용 및 그 미래의 가능성들을 고민해온 나는 『무솔리니 팟캐스트』라는 기획을 실천해야 하겠다는 당위성에 도달하였다. 자국 및 인접 국가들에게만 자기 권력의 부당한 정당성을 화려한 자국어의 구사 능력을 기반으로 호소한 과거의 파시스트들에게 만일 현대의 팟캐스트와 같은 초국경적 소통 플랫폼, 그리고 당대 연합군의 핵심적 세력이었던 미국과 영국의 언어인 영어 또한 화려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전쟁의 결과,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정치사 및 식민주의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일 무솔리니나 히틀러와 같은 인물들이 인간이 아니라 첨단 과학의 산물인 '인공 인간'이었다면, 그래서 초인적 학습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 그리고 정밀한 수학적 연역 논증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었다면, 프랜시스 베이컨이 지적한 4대 우상 이론 가운데 하나인 '극장의 우상'으로서 그들은 대중과 어떤 권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즉 팟캐스트라는 기술, 영어라는 국제공용어 또는 구글 번역기 등의 인공지능 번역기와 같은 더욱 강력한 언어 기술, 그리고 사이보그로서 지닌 초인간적 정보 습득/처리/논증 능력의 기술을 지녔다면, 그렇지 않았던 시대에도 엄청난 세계적 파급력을 지녔던 파시즘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 이 기획문의 첫 문장은 이러한 고민을 한 줄로 요약하여 내가 내 자신에게, 그리고 이 전시의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이 기획의 구체적 구상이 시작된 2023년 8월은 2차 세계 대전 종식의 78주년을 기념한 동시에 그 여러 결과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의 독립을 기념한 시기였고, 한반도의 역대 최악의 여름 홍수 및 폭염과 하와이에서의 산불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와 문화재 소실 등 기후 위기라는 전쟁의 역대 최악의 여름 전투를 치룬 시기이기도 했으며, 오펜하이머의 삶을 조명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가 개봉한 시기인 동시에 극장 밖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대만-미국 갈등, 그리고 한반도의 남북 관계 악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핵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시기이기도 했다. 올해에도 인류의 이러한 투쟁과 과제들이 명시적으로 진행되고 논의되는 가운데, 이 기획은 그 문제들과 상술한대로 동일한 과학사와 정치사의 흐름에서 공존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덜 명시적 논제인 '생성형 인공지능의 파시즘적 부작용 가능성'에 아마도예술공간의 조명들을 비추고자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황선우 동영상만 맹목적으로 시청한다면 시청자의 수영 능력은 얼마나 향상될까. 물 속에 직접 들어가야만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 의사 결정, 학술 논문의 작성, 연인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의 작문, 그리고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은 예술 작품의 아이디어 구상과 창작은 고성능의 기계가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기계처럼 정밀하지는 않더라도 반복적 시행착오를 통해 능동적으로 스스로 할 때 인간의 자아가 그 성숙과 비판적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아니기에 그 어떠한 인간보다도 맹신하기 쉬운 존재를 실제로 맹신하고, 그 과도한 의존 때문에 자아가 묘목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퇴화한다면, 그래서 인류의 거시적 정체성 자체가 퇴화한다면, 이 새로운 기계와 앞으로의 새로운 인류 사이의 관계는 역대 그 어떤 파시즘보다도 해체가 난해할 비민주적 권력관계의 태동을 초래할 것임이 지나친 억측일 수 있을까. ● 이에 이러한 시국을 응시하고 있는 시각예술 전시기획자인 나는 첫째, 언어 기반의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기계의 본질에 대해 초언어적 영감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는, 즉 작가의 원래 작업 의도와 무관하게 감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영감의 제공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를, 그리고 둘째, 전시 공간을 단순히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기획자의 기획 의도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감상해보는 기회의 장소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기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성찰을 시도할 수 있는 동시에 기계-인간 권력 관계의 해체와 재건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상상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써 재구성하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는 '전시 기획이라는 개념 자체 또한 새롭게 기획할 수 있을까'라는 내 오랜 고민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 재현의 노력이기도 하는데, 즉 전시를 단순히 '훌륭한 작품들의 구성'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감상자의 관람 및 그 이후의 삶에 어떤 유의미한 기획적 손길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개념으로 확장하는 시도이고, 『무솔리니 팟캐스트』는 그 주제를 고려할 때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기획이 절실히 요구된 전시이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오래된 정치적 이념을 재생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탄생시킨 이 전시가 관객에게 인류의 기술적, 정치적, 그리고 예술적 실천에 대한 새로운 영감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안재우

김정인_이미지 연대_캔버스에 유채_162.2×130.3_2021 김정인_풍경에 스며드는 별 2_ 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cm_2023

딥 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축적되는 데이터 그 자체는 아무런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겠지만, 그 데이터를 통해 재현할 수 있는 딥 러닝의 모습은 다양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쩌면 김정인의 작업을 '데이터 하이퍼리얼리즘,' 또는 줄여서 '데이터리얼리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고, 이런 사유를 통해 수없이 다양한 미학적, 사회학적, 컴퓨터과학적, 그리고 인류학적 담론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런 사유가 조금이라도 작가의 작업적 맥락 내에서 의미가 있다면, 동시에 작가의 작업은 '기계의 '깊은 학습'이라, 학습의 대상인 인간의 사유와 실천이 점점 얕아져 가는데 어찌 깊은 학습이 연역적으로 가능하단 말인가'와 같은 질문 또한 제시할 수 있기에 감상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한편 동시에 깊은 예술적 감흥의 무게를 느끼게도 해줄 수 있다.

남민오MinOhrichar_Rocket Sequence #1 Signal (Signal to Noise)_3채널 영상_00:09:00_2024

남민오의 작업은 언어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기준들의 헤게모니가 우리의 사유와 실천을 어떻게 지배하는가에 대한 숙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언어적 기준이 형성되면 올바른 언어 구사와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구분이 가능해지고, 사회문화적 기준이 형성되면 사회문화적으로 올바른 사고와 행동이 그렇지 않은 것들과 구별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위적인 기준들의 영향력이 충분히 강렬할 때, 인간적인 기준들, 가령 도덕적 기준과 그에 따른 가치 판단은 흐려질 수 있게 된다. 이에 초인적인 정보 처리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과학적, 정치적, 그리고 심지어 윤리적 '답안'들은 단순히 참고 자료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기준들이 될 때, 남민오의 작업은 그 권력 관계의 부작용에 대한 통찰 및 담론 형성을 위한 주요한 영감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안준_xzCVBxzcv_HDR 울트라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5.6×27.9cm_2023 안준_A Room for You and God 9_HDR 울트라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7.8×17.8cm_2023 안준_A Room for You and God 4_HDR 울트라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5.4×25.4cm_2023 안준_A Room for You and God 19_HDR 울트라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7.8×12.7cm_2023

안준의 『Good Morning, John』 연작을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작업은 이 새로운 기술과 그 이용자인 인간의 관계, 특히 둘 사이의 '상호동화작용'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인공지능의 생성 이미지를 거대한 공간에 프로젝션 하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작지만 주변을 차단해 시각을 지배하는 등 감각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전시하는 형태와 달리, 안준은 모니터에 있는 디지털 이미지를 카메라로 다시 촬영하고 인화하여 비물질의 매체가 스스로 물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때 일어나는 이미지의 '소박화,' 즉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 셋(data set)이라는 거대한 정보 집합에서 도출되는 광활한 결과가 인간의 생물학적 감각에 의해 정제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기계적 압도감이 인간적 정서에 의해 새로운 힘의 영향력을 받게 되고, 이에 기계-인간 관계는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를 향해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정나영_굴곡...02_캔버스에 실, 도자_112.1×193.9×8cm_2024

자연의 가장 근원적이며 커다란 물질인 흙: 이러한 흙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근본이며, 그 근본에서 나와 자율적 존재로서 성장하는 동시에 흙에 대한 의존성으로부터 생애 전체를 지배 받는 존재로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인간의 모든 실천들, 심지어 첨단 과학의 발전과 같이 자연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듯한 실천들 마저도 이런 근원적 관계에 배태되어 있음을 정나영의 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기시켜준다. 이는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자연성이란 망각될 수는 있어도 소멸할 수는 없음을 역설하며, 이에 작가의 작업은 첨단의 실천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의 유의미함을 함의한다.

정아사란_Sketch for Layer-by-Layer #1_ 아크릴판에 레진, 다이크로익 필름_60×43cm_2022 정아사란_Light Structure_영상설치, 스티로폼, 유리, 레진, 2채널 영상, 사운드_가변크기, 00:04:38_2023

비물질 데이터가 어떻게 물질적으로 감각되는가를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통해 논하는 정아사란은 가상의 세계가 가상을 넘어 분명 실존하는 것이며, 그 실재가 우리의 정신 속에서 이루어지고 감각의 자극으로 그 존재를 더듬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통찰의 결과, 존재하지만 비가시적으로 우리의 정신에 퇴적된 데이터가 수많은 레이어의 형태로 구성된 구조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 시각적 재현을 시도한다. 작가는 그러한 퇴적층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굴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중이며, 그렇게 비물질세계와 물질세계를 혼합하여 지각하고자 하는 사유를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최연우_Just Another Day_Somewhere I Belong_ 20240306_신문, 레진, 스테인리스 와이어_가변크기_2024

환경 미술에서 업사이클링(upcycling) 아트란 헌 종이 또는 플라스틱 제품들을 매체로 사용하는 예술을 뜻하는데, 최연우의 헌 잡지와 신문 등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조각들은 환경적인 의미를 넘어 미디어적,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 함의들을 심도 있게 내포한다. 한 번 소비하고 버리는 정기간행물들은 상품으로써 가치를 잃을 수 있으나, 그 정보의 습득자인 인간에게는 자아의 정체성을 조각하여 항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정보의 파편들을 조형적으로 다시 엮어 시각예술적으로 유의미한 오프라인 데이터 셋을 구성하고 그 축적의 형상이 그 정보를 활용하는 우리의 형상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까: 관객이 『무솔리니 팟캐스트』의 맥락에서 최연우의 작업을 그러한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HJH_Infinity in a Speck No. 3 (AP)_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_105×105cm_2024 HJH_Infinity in a Speck No. 2 (AP)_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_105×105cm_2024

HJH는 삼라만상의 세계가 정보화 시대의 탄생 이후로 '하이퍼-삼라만상'의 세계로 진화하면서 그 무질서함의 혼돈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하는데, 그러한 극단적 무질서함 속에서도 인간의 인본주의적 시점에서 어떻게 고뇌의 해소와 안녕의 추구를 이룰 수 있는가를 제시한다. 이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를 피하고 오히려 그 본질에 대한 통찰을 통해 가장 커다란 정보의 폭우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한한 습지로써 이 시대의 인류를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 안재우

Vol.20240306f | 무솔리니 팟캐스트-제11회 아마도전시기획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