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봉산문화회관 20주년 기획 2024GAP(GlassBox Artist Project)展   2024_0306 ▶ 2024_0407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4_0306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성태향_이시영_이재호_이창진_최성임

협력기획 / 정명주 기획 / 봉산문화회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2,3층 1~3전시실 Tel. +82.(0)53.422.6280 www.bongsanart.org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GAP(GlassBox Artist Project)'은 지난 전시공모를 통해 '유리상자-아트스타'를 경험한 작가들을 재조명하여 그동안의 예술적 성장과 창작의 변화를 기록하는 전시이다. 단일한 주제 아래 선정된 작가들은 자신만의 개념과 창작물을 선보이며, '유리상자'라는 특별한 전시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2024GAP展은 외부 협력기획자로 정명주 전시기획자를 초청하여, 협의를 통해 '유리상자-아트스타'전시에 참여한 90팀의 작가 중 성태향, 이시영, 이재호, 이창진, 최성임 작가 5명을 최종 선정하였다. 정명주 전시기획자는 "우리는 최근 지각변동, 이상기후, 신종 바이러스 등을 환경의 위협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이러한 환경의 위협은 자연이 보내는 치명적인 경고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인류 또는 도시인의 삶에 직접인 영향으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연으로부터' 발송된 기후 위기, 환경변화에 미술은 '생태적 균형'을 어떻게 실천해 갈 것인지,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연과 감성의 생태적 균형을 이번 전시의 내용으로 하여 '자연으로부터'를 주제로 제안하였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첨단의 과학시대에서 다양한 유해 물질을 생산, 폐기를 하며 지구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행동으로 자연이 직면한 위기와 함께 인간의 삶 역시 위험에 노출되었다. '자연으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의 SOS와 경고를 받았으며 지각변동, 이상기후, 신종 바이러스 등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자연으로부터' 그저 미물인 인간은 자연의 소중함을 외면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전시 '자연으로부터'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양을 관찰하여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예술가적 접근으로 시각적 언어에 담아 보여준다. ● 성태향 작가는 독수리, 나무, 텅 빈 둥지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뼛가루를 나무 아래에 뿌리거나 안치하는 수목장과 조류에게 맡겨 자연적인 처리를 도모하는 '조장(鳥葬)'을 상징화하여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그들의 관계와 자연 회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이재호 작가는 지나치거나 무시되는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산책을 하며 마주한 풍경은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잊힌다. 지나쳐가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잊힌 소중한 순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구, 직선, 원통 등 자연의 모양새를 활용하여 설치작업을 하는 최성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빛'을 활용한다. 작품에서 사용된 황금색 와이어와 볼풀 공, 그물망 등은 개인적인 서사와 예술가의 집념을 결합하여 작품으로 탄생하고, 이 인공적인 재료 자체의 색이 빛과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여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 이창진 작가는 없어지는 지난 시대의 것을 수집하고, 해체하여 시점(視点)과 색감, 형태들을 맞춰 콜라주한 작품으로 지난 것을 재생하여 자신만의 '통계학'을 통해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마치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인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게 한다. ● 이시영 작가는 나무판을 격자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의 몸, 근육 덩어리를 전시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공(空)을 관찰할 수 있으며, 불에 태워 숯이 되기 전 탄화의 단계로 인간이 탄생, 성장, 그리고 퇴화를 거쳐 최종적인 단계로 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우리의 존재와 삶의 변화,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 이번 전시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예술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5명의 작가는 우리의 삶과 환경에 대해 깊이 사유하였고, 자신만의 예술적 시각으로 미술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였다. 작품들은 인간의 존재와 변화, 인공과 자연의 융합, 자연의 순환과 재생, 인간의 삶과 자연의 공존 등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 '자연'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할(不可分割)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였다. 계속해서 예술적 접근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류의 관심을 도모하여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자연과 감성의 생태적 균형을 위한 실천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상상하며 지속해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영숙

자연으로부터-2024GAP(GlassBox Artist Project)展_봉산문화회관_2024

자연으로부터생태적 균형을 향한 미술의 변화 '자연으로부터'는 도시인의 삶에 자연이 보내온 기후위기에 선순환 가능한 생태예술로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주제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이상기온과 지각변동 등 환경과 생명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현상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신종 바이러스의 변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북극과 남극에 분포한 영구동토는 수천의 세월을 얼음과 유기물 저장고가 되어 분해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인류의 눈부신 발전에 드리운 그림자는 지금 영구동토를 녹이고 있다. 영구동토 해동은 지구의 냉장고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연이 보내는 가장 치명적인 경고라고 한다. 이렇게 인류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만든 욕망은 크고 작은 재앙이 되어 우리의 삶 깊이 스며들고 있다. ● 자연과 도시는 생성과 소멸의 선순환을 통해 생태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급속한 개발의 눈부신 발전만큼이나 피폐해진 환경은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생태적 균형을 향한 미술은 '자연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회복과 치유를 향한 실천이 필요하다. ● 따라서 올해 'GAP전시'는 '자연으로부터' 발송되는 기후 변화에 과연 미술은 '생태적 균형'을 어떻게 실천해갈 것인지, 대안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자연과 도시의 생태적 균형'에 대한 작가적 비전을 전시의 내용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기후 변화의 시대, 환경에 대한 예술가의 인식과 도시인의 삶의 변화를 통한 생태적 균형을 호흡한다. ● 참여작가 5명(이시영, 이재호, 이창진, 성태향, 최성임)의 예술가는 최첨단의 시대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예술적 사유, 연결, 재생, 환경 등을 바라보고 실천하는 작품으로 '자연으로부터' 생태의 회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1전시실에서는 자연생태계의 상징성을 독수리와 텅 빈 둥지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성태향의 설치, 자연의 풍경인 꽃과 나무 등 자연의 단편을 담담한 색채에 담아 사계절을 회화적 터치로 표현한 이재호의 풍경, 일상의 오브제나 실을 통해 질료의 물성과 색의 교차로 도시공간을 탐구하는 최성임의 설치를 전시한다. ● 1전시실의 입구에 설치된 성태향 작가의 「중간정원」은 두 마리의 독수리 사이 텅 빈 둥지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정이 사라진 생태계의 위기를 보여준다. 가늘고 높게 솟은 나무 기둥 사이로 두 마리의 독수리는 둥지를 향해 마주하고 있다. 둥지를 향한 독수리의 눈은 이 텅 빈 둥지가 머물 수 있는 안식처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안식처인 집을 버리고 어딘가로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변화를 인식하는 낯선 응시를 통해 작가는 풍요롭고 안락했던 과거에 대한 회상과 불투명하고 두려운 환경에 처한 긴장감을 상황극처럼 보여준다. 작가는 2018년 유리 상자 프로젝트에서 'Feeding Sites'를 통해 피식과 포식의 관계에 대한 설치를 전시했었다.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독수리에게 달콤하고 몰랑한 젤리를 먹이로 제공한 것은 현대사회가 가진 인풋과 아웃풋의 선순환 고리가 깨어진 식문화를 통해 생태위기의 상징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이번 전시인 「중간정원」에서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맹금류인 독수리가 텅 빈 둥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모습에서 자연생태계의 위기, 생성과 소멸에 대한 순환고리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설치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텅 빈 둥지'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연생태계의 순환고리가 사라져 가는 인간의 욕망을 포착하고 있다. ● 이재호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몬스터 시리즈로 벽화, 회화, 설치 등을 보여주었다. 그가 상상해낸 돌연변이 동물들은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자연생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동물의 집단적 속성에서 떨어져 소외되고 외로운 존재로 표현되었다. 신작 「지나치는 풍경」의 단편은 자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해 보이는 꽃과 나무 등 자연의 단편을 그린 풍경을 스케치하듯 그렸다. 이 평범한 자연의 풍경을 작가는 붓을 통해 기록한다. 그것은 점점 사라져 가는 자연이자 생명의 순환인 풍경의 단편을 채집하듯 붓으로 그린 풍경이다. 이처럼 1전시실에는 성태향과 최성임 작가의 설치작품 사이에 자연생태의 사계를 담은 이재호의 풍경이 자리한다. 이 풍경은 금호 강변을 산책하며 보았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을 유화물감을 사용해 붓의 터치가 들풀과 야생화를 품고 계절의 색과 빛을 담았다. 산책하며 느낀 풍경의 색과 몸의 감각이 붓을 통해 호흡한 자연을 보는 것은 "산책길에 보폭 따라 흔들리는 풀과 나무와 하늘 사이를 매 순간 주변 환경의 미묘한 변화와 무시되는 풍경 혹은 사물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가의 붓끝에서 자라는 도시와 자연의 공존이자 생명 순환의 호흡이 담긴 풍경이다. ● 일상의 사물에서 발견하는 인공의 색과 빛으로 공간의 풍경을 그리는 최성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세 개의 주제인 「Holes」, 「맨드라미」, 「황금이불」로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색과 빛과 형의 울림으로 시·촉각적 설치를 했다. 일상에서 쉽게 소비되는 재료를 통해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내는 공간 울림은 삶과 예술의 공존을 찾아가는 손맛이 주는 풍경이다. 이처럼 무심히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삶과 예술의 연결지점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작가의 수작업은 개인의 기억과 감각을 통해 단순노동이 주는 작지만 거대한 존재감, 한 방울의 물이 모여 폭포가 되는 것처럼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색 조명 아래 늘어뜨린 수십 개의 망에는 마치 생명을 품은 알처럼 공간 속 풍경이다. 「Holes」는 "속이 텅 빈 나무 속에서도 또 다른 생명이 둥지를 틀고 자라듯, 생명을 품었다 껍데기가 되고 다시 자라는" 이 순환의 과정은 작가의 말처럼, 무한 반복되는 소멸과 증식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빛을 받아 화려한 금색으로 빛나는 「황금이불」은 빵 담는 비닐봉지 끈을 씨줄과 날줄로 교차해 만드는 노동집약적인 설치작업이다. 황금색 와이어를 가로세로 교차해 엮은 거대한 양탄자 모양의 '황금이불'은 1전시실의 높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채워 빛을 반사한다. 반복적 노동, 금색의 은유를 교차시키며 만들어 가는 시간은 육아, 가사, 작업을 병행하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벽면에 설치된 「맨드라미」는 유년 시절 민간요법 치료에서 영감을 받았다. 상처가 난 부위에 지혈작용을 하는 자연이 주는 맨드라미 치료 효과에 대한 기억을 설치한 작업이다. 이 설치의 형상은 강렬한 색과 독특한 모양의 꽃 그리고 인공조명, 따뜻함과 차가움이 상충하는 개념을 연결해 자연이 주는 치유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 풍요로운 기억과 현재의 감성을 엮어가는 최성임은 삶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것과 자연의 공존을 찾는다. ● 2전시실에는 벽면을 가득 메운 독특한 그림이 펼쳐진다. 언 듯 보면 한사람이 그린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이창진 작가가 온·오프라인 중고장터나 무료 나눔 등을 통해 수집한 작품의 부분들이다. 수집된 동양화는 대부분 무명작가의 그림들로 그려진 시기, 기법, 소재 등이 모두 다르다. 이창진은 이렇게 그림을 수집하게 된 경위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고 또 알 수 없는 기시감(déjà-vu)이라고 한다. 이것은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도 이렇게 버려지고 나눔으로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은 기시감이다. 이렇게 막연한 두려움과 그런 감정들이 결국 당근 마켓에서 작품을 구하는 동기가 되었다. 무명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호흡이 들어간 그림을 재료로 사용해 오리고 다시 붙이며 자신의 작업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이 전제되기도 했지만, 작가는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이라면 동의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그림들을 액자와 나무틀에서 떼어내고, 빳빳하게 만들기 위해 한지 배접을 했다. 중첩된 산과 들, 나무, 집과 배 따위를 따로 오려내고 시점과 색감, 크기, 형태에 따라 벽면에 커다란 풍경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합은 반복됐다." 이렇게 그려진 시간과 그린 사람이 다른 다수의 풍경화를 하나의 거대한 풍경화로 설치한 이창진의 안목 풍경으로 2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통계학적 풍경화」이다. 이 풍경화는 한때 소중했지만 버려지고 사라지며 변화하는 시대의 기억 이자 전통과 현대 사이에 놓인 삶의 공간과 취향의 변화가 만든 '통계학적 풍경'이다. ● 이시영 작가는 수백 개의 자작나무 조각들로 분리되고 조립된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 신체의 조형물을 3전시실에 설치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인체의 형상은 신체가 가진 정적이거나 동적인 모습의 덩어리감이 작은 수백 수천 개의 나무 조각 퍼즐을 통해 거인의 신체로 표상되었다. 작가는 인체의 표현에 있어서 조각의 기법인 하나의 덩어리를 깎아 만든 카빙(Carving)이나 안에서 밖으로 붙여나가는 모델링(modeling)이라는 방식이 아닌 퍼즐처럼 분리된 조각을 조립해 나가는 방식으로 조형한 설치작이다. 수백 개의 나무 조각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지고 결합이 되어 부분과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된다. 이렇게 조각된 이시영의 거대한 몸은 기억, 휴식 그리고 명상을 상징하는 신체의 형상 여섯 점, 검은 인체 조각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묵직한 듯 빛을 투과하거나 품은 듯, 검은 신체 조형과 그림자 사이를 거닐며 관람자의 신체와 그림자로 완성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표면을 검게 그을리고 태워서 색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깊고 오묘한 느낌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이것은 나무의 물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며 자연스러움이 동반되는 과정"으로 시커멓게 탄화된 물질을 통해 인간존재의 내적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 이번 GAP전의 주제인 '자연으로부터-생태적 균형을 향한 미술의 변화'는 급변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선순환을 향한 작가들의 호흡이 담겨 있다. 자연과 도시는 생성과 소멸의 선순환을 위한 어떤 특정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회복과 치유를 향한 실천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현실이다. '자연으로부터' 발송되는 기후 변화에 '생태적 균형'을 어떻게 실천해갈 것인지, 대안적 시각에 감상의 눈과 마음의 소통으로 작지만 큰 의미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시영, 이재호, 이창진, 성태향, 최성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생태적 의미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정명주

성태향_중간정원 the middle garden_발포폴리스타이렌, 깃털, 에폭시, 아크릴 눈, 와이어, 나무, 실리콘 시트지_가변크기_2024

이 낯선 정원은 조화로울지도 부조화로울지 모르는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중간정원은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과정을 독수리와 길게 뻗은 나무들 그리고 비어있는 둥지로 채워진 정원이다. 낯설 만큼 이상한 자연 앞에서 죽을 운명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배고픈 독수리 앞에 서서히 소멸하는 우리의 죽음은 이승의 육신을 내어주고 새로운 형상으로 윤회한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곧게 천장을 향해 뻗어있는 나무들은 죽음을 보존하기 위한 형태로 영혼이 소멸하지 않고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자연 현상 속에 삶과 죽음의 매개 역할을 하는 중간 정원은 우리들에게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 성태향

이재호_지나치는 풍경 37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 외_2024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더라도, 날씨와 계절, 그리고 기분에 따라 풍경이 마치 새롭게 보인다. 내 위치나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산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출발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주변을 360도로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지나온 것들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무시되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나 사물들에 주목하며, 이런 수집된 이미지들은 각자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 이재호

최성임_Holes_led, PE망, 철제프레임, 플라스틱공, 실, 목재, 인조가죽_ 280×200cm, 280×160cm, 280×140cm (3점) 외_2022

이번 전시에는 기존 작품 중에서 'Holes', '맨드라미', '황금 이불' 세 덩어리의 작품을 가져왔다. 조명 자체가 작업의 재료가 되고, 조명이 작업 안으로 들어가 있거나 혹은 재료 자체가 빛나고, 작품 모두 '빛'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공의 여러 빛이 모여서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주고받는 것을 연출했으며, 각각의 작품이 다른 작품에게 충돌되거나 혹은 낯설게 연결되며 시각적인 상상력을 준다.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인공적인 것과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공존을 찾는 과정이며, 그 과정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물질이 섞여져 혼합되어 있지만 그 안의 질서와 형태를 찾고자 했다. 그래서 따뜻함과 차가움, 안과 바깥, 삶과 죽음 등의 개념을 작업 속에서 연결짓고자 했다. 또한 망 속에 든 무수히 많은 공들, 가로 세로로 직조된 황금색 와이어, 망의 한 구멍마다 짜여진 실들 등은 내가 자연이나 사회 등 나의 외부에서 가져온 구조이자 무늬이다. 그 유기적인 형태를 일상의 사물로 개인적인 서사와 시간을 더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 최성임

이창진_통계학적 풍경화_수집한 동양화 콜라주, 핀으로 벽면 고정_230×920cm_2023

없어져 가는 그림들의 존재에 대해 새삼 알아차리게 된 것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8개월 동안 부산지역에서만 200점 가량의 액자, 병풍, 족자들을 수집했다. 다양한 종류의 그림들이 있었다. 목단, 정물, 이름 모르는 꽃 그리고 다양한 필치의 산수, 새와 호랑이, 백 마리, 습기에 변색이 된 것과 곰팡이가 핀 것들. (중략) 새로운 그림이 생기면 다시 떼었다 붙이기를 반복한다. 긴 호흡의 평면 작업이 익숙지 않았지만, 벽면에 하나, 둘 붙인 그림은 어느덧 가로길이 8m를 넘어갔다. 마치 그림 자신들의 의지가 있는 양 자연스럽게 증식했다. ■ 이창진

이시영_몸은 기억하고 있다_자작나무_108×120×142cm 외_2024

단단한 자작나무 판재를 작은 조각으로 재단해 다양한 인간상으로 조립한다. 특정 인물이나 특별한 대상을 지정하지 않은 본인의 '몸'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면서 우리 모두를 지칭한다. 거리를 두고 보면 '몸'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존재한다. 퍼즐 같은 나뭇조각을 분리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인간의 익명성과 더불어 인간에게 공유된 정서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몸'은 인체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접근하며 인간의 익명성, 정서, 존재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는 것을 느낀다. 최근에 나의 인체 조각들은 불로 태워짐으로써 소멸하고 자연의 '몸'을 만들어 낸다. 인간의 이상성, 일상성 그리고 현실성을 제거하고, 가장 에센스만 남는 것, 바로 '몸'의 본질만 남는다. 이는 자연으로부터 '몸'의 되살림이자 거듭남의 과정이다. ■ 이시영

Vol.20240306e | 자연으로부터-2024GAP(GlassBox Artist Project)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