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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경 홈페이지_www.mokyoung.com 인스타그램_@gu_mokyou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세지화랑 SEJI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4길 27 B1 Tel. 070.4242.7905 @sejigallery
검은 먹이 얇은 한지에 스며드는 속도와 밀도에 따라 다채로운 회색 빛깔을 띤 인체 형상들이 화면에 만들어진다. 전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은 얼굴이 없다. 입이 없는 그들은 오직 몸짓으로만 자신을 표현할 뿐이다. 그들의 침묵은 곧, 어떤 춤의 시작을 알린다. 프랑스 무용가이자현대 무용의 선구자인 도미니크 뒤퓌Dominique Dupuy는 『무용가의 지혜La Sagesse du Danseur(2011)』에서 이렇게 말했다: "춤은 말없이 있기로 결심한 자의 야심차고 무모한 선택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묘한 회색 형상들은 전사이기에 앞서 실은 어둠 속의 댄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싸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춤을 추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춤이 시작되면 스스로 몸을 지워 몸의 그림자, 몸의 유령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의미를 잃는 밤이 오는 소리를,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춤의 전사들은 오랜 시간 컴컴한 땅 속에서 애벌레로 살다 어둠을 뚫고 빛의 세상에 나온 매미들을 닮았다. 불사와 재생을 상징하는 매미는 여름내 뙤약볕 아래서 죽을 힘을 다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다가 불현듯, 타오르듯사라져버린다. 마치 매미가 된 듯한 전사들은 어느덧 옷을 벗어던지고 날아간 후, 다만 껍데기로, 재로, 화상의 흔적으로 종이 위에 자취를 남겼다. 어쩌면 '선탈蟬脫'의 시간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지와 먹이라는 전통 회화의 재료와 기법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탐구를 통해, '뜨거운 검정'을 치열하게 살아낸 강렬한 몸짓들, 사라진 몸들을 기억하며 동시에 검정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고자 한다. ■ 구모경
* 참고 문헌 이광호, 『너는 우연한 고양이』, 문학과지성사, 2019.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도미니크 뒤퓌Dominique Dupuy, 『무용가의 지혜La Sagesse du Danseur』, éd. J.C. Béhar, Paris, 2011. 라스폰 트리에Lars Von Trier,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1.
Vol.20240306d | 구모경展 / GUMOKYOUNG / 具慕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