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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기획 / 강호생
관람시간 / 10:00am~07:00pm
충북갤러리 CHUNGBUK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2층 Tel. 070.4224.6240 www.cbartgallery.com
생명의 사랑 ● 이번 발표하는 작품들은 그간의 작품들과 연결성을 지닌다. 이러한 것들은 가시성과 비가시성, 현재와 비현재, 실재와 비실재, 물질과 비물질, 추상과 구상 등의 상반 또는 상보적 관계들이 포함되는 생각들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의 단초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육감 등은 분출 또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촉매작용이 되었을 것이다. ● 나는 이것의 극복으로 작업의 주제를 '생명의 사랑'이라 이름 하면서 언제나 기본적으로 세상의 초등 학문과 원리에 속박되길 원치 않음을 미리 못 박아 둔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꿉놀이 같은 것들보다 더 귀중한 거듭남의 자유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내 작품세계와 관련된 최소한의 것들에 무책임할 수 없음으로 나름의 정리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나의 수묵화 작업은 동양미술 특유 중 얼루전allusion의 세계이다. 내 작품의 형성과정을 보면 말 그대로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고정관념을 버려야 이해될 수 있는 '그림이 그림을 그리다'라는 것을 무릎 치며 공감할 것이다. 즉 이 말은 내 작품 속에 늘 고려하는 것들의 기저와 동일한 원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수묵화는 최상의 감각을 요구하는 영역이기에 체험의 즐거움은 무엇이라 표현할 길이 없다. 그 동안 나의 작업은 소재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필선 고유의 맛을 드로잉적 요소로 표현한 수묵화 중심의 작업이었지만 수년 전부터 시도한 작업의 흐름은 천 위에 먹물과 색채를 사용하여 물기둥과 흰 종이 흔적의 형상 그리고 점과 실선들의 기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은 온도, 습도, 물과 먹물의 양, 주어진 작품 면적 값에 따른 정확한 물과 물감의 비율들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의 싸움이다. 이 타이밍의 과정 속에는 우연과 필연이 마치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듯 나타나는데 우연을 필연으로 이끄는 것이 나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에서는 최소한으로 시도되었던 담채淡彩에서 색채를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다. 그것도 아예 원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원색은 긴장감을 주는 물리적 세상의 현실reality이며,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black hole로 비유한다. 따라서 원색의 적극적 시도는 현실세대의 역동성dynamic을 의미한다. 온갖 비주얼에 감각 없이 길들여졌기에 블랙홀을 탈출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의 내면에 언제나 추구하는 것은 '영혼의 안식처'이다. 그 안식처haven는 바로 '생명life의 여백margin'이라 할 수 있다. 나의 마음과 그림에는 언제나 여백을 말하고, 그 여백은 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를 제공하며 정신적 유희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원색이든 모노톤이든 내 작업의 궁극은 여백의 감성sensibility을 추구하기에 마음속의 욕심이 아닌, 버림으로써 자신을 비우는 공간조형을 우선한다. 無nothingness, 素whiteness, 空emptiness은 서로 다를 게 없는 동일한 것으로 無nothingness는 有existence의 근원이 되기에 有는 無에 이르러 마침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가시적有'인 것은 '비가시적無'인 것에 이르러 열매를 맺는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고,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 이치이기에 내가 유희하는 부분은 여백! 그 '텅 빈 자리'이다. 여백! 그것은 '텅 빈 충만'이다. 그것은 채워진 빈자리이다. 그것은 가벼운 중량감이다. 그것은 숨 쉬는 공간이다. 비움으로 채울 수 있기에 나는 그 여백을 사랑한다.
결론적으로 이 작업은 이후에 원색에서 파스텔 계통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색의 역동성과 먹물의 고요함을 통한 여백의 유희이다. 색, 먹물, 여백은 각각 현실, 희생, 감성으로 부른다. 즉, 가시적인 유채색과 무채색과의 이질적 공통분모에서 잉태 된 새로운 비가시적 여백의 감성적 가치를 탄생시키고자 하는 것이기에 이 여백을 나는 '생명'이라 이름 한다.
아울러, 광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 현실의 블랙홀에 떠밀려 내가 추구하는 감성의 아름다움을 탈취 당할 수는 없다. 본성을 산출하는 모체는 비가시적 감성이기에 가시적 현실만 좇는다면 이것은 분명코 주객이 전도 된 삶이며, 주객이 전도 된 작업이기에 나는 이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섭리 안에 포함된 먹물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존중한다. 이것은 '그림이 그림을 그리다'라는 엄연한 실재를 내 작업의 향방에 포함하면서 나를 속이지 않는 올곧은 마음으로 생명의 길을 묵묵히 걷고 싶다. ■ 강호생
Vol.20240228b | 강호생展 / KANGHOSAENG / 姜鎬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