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단서 Fragments of Street

김홍식展 / KIMHONGSIK / 金烘植 / installation.painting   2024_0217 ▶ 2024_0305 / 일요일 휴관

김홍식_도시의 단서, 창신동 415-4, 종로구, 서울시_ T5 조명, 폴리베니아 패널, 전선, 종이 테이프, 보양 비닐, 종이, 스프레이 페인트, 페인트 마커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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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갤러리 아이디어회관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아이디어회관 Gallery Ideation 서울 종로구 종로54길 29-4 (창신동 415-4번지) B1 Tel. +82.(0)2.765.2300 @gallery_ideation

도시의 단서 ● 나는 지난 해, 나라는 미술가에 대한 배경을 미술계와 공유하고자  『스트리트 아트는 거리에 없다』(모요사 출판사, 2023)를 집필하였다. 출판사는 책을 홍보하기 위한 문구로 서문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유포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홍식_도시의 단서, 창신동 415-4, 종로구, 서울시_ T5 조명, 폴리베니아 패널, 전선, 종이 테이프, 보양 비닐, 종이, 스프레이 페인트, 페인트 마커_2024

"일평생 그림을 그린 내가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슬픔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거리 문화가 더 이상 거리에 없음에 대한 애수를 기록하고 싶었다."

김홍식_도시의 단서, 창신동 415-4, 종로구, 서울시_ T5 조명, 폴리베니아 패널, 전선, 종이 테이프, 보양 비닐, 종이, 스프레이 페인트, 페인트 마커_2024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문구로 비치는 것 같아, 저자로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참으로 적절한 발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 본 전시는 내가 책을 쓰도록 추동한 '슬픔'을, 글로 다하지 못한 말 대신에 시각예술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돌이켜보면, 미술 행위에 있어 '감정'의 영역에 대해 나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이다. 감정이라는 말을 '마음'으로 치환해서 이야기 해도 좋겠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의 장기를 '오장육부'로 보지 않고, '육장육부'라 설정한다고 한다. 심장, 폐, 위장, 소장, 대장 등의 장기에 하나를 더 얹어 '마음'을 관장하는 보이지 않는 장기를 추가하여 '육장육부'라 칭하는 것이다. 나는 이에 동의한다. 이성과 개념의 그물을 짜는 인간의 최초의 동력은 형용할 수 없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김홍식_도시의 단서, 창신동 415-4, 종로구, 서울시_ T5 조명, 폴리베니아 패널, 전선, 종이 테이프, 보양 비닐, 종이, 스프레이 페인트, 페인트 마커_2024

나의 슬픔은 잃어버린 도시의 단서를 찾아 헤맨다. 도시는 단순히 빌딩과 콘크리트 등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어쩌면 도시는 정념의 용광로이다. 나는 여태껏 그래피티(낙서)를 매우 개인적인 활동인 것으로만 보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래피티야말로 우리 '생활'에 개입하는 소통 지향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공적 영역인 도시의 길거리에 나의 이름을 던지는 순간, 그것은 이미 소통이며 세계의 일부분이 된다. 그래피티의 "내가 여기에 있었다(I was here.)"의 맥락은, 뒤집어서 "나를 인지하는 너 또한 여기에 있다"의 다름 아니다.

김홍식_도시의 단서, 창신동 415-4, 종로구, 서울시_ T5 조명, 폴리베니아 패널, 전선, 종이 테이프, 보양 비닐, 종이, 스프레이 페인트, 페인트 마커_2024

그래피티-스트리트 아트는 미술관에 입성함으로써 도시의 숨결을 잃어버렸다. 이 본질의 부재를 '회귀'를 통해 극복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그보다, '나'로부터 출발하여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향하는 시도 앞에 나는 놓여있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라는 말을 누가했는지 모르지만, 적절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전적으로 믿어 보기로 결심했다. 관객이 전시장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먼지와 같은 미세물질들은 화이트 큐브의 바깥, 그러니까 도시의 질료이다. 따라서 내가 꿈 꾸는 도시의 단서 혹은 숨결을 담은 작품은 전시가 끝난 후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2월 6일, 가평에서) ■ 김홍식

Vol.20240217a | 김홍식展 / KIMHONGSIK / 金烘植 / installation.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