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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16일 금요일은 01:00pm~06:00pm / 25일_10:00am~04:00pm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Goyang Aram Nuri Gallery Nuri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B2 제3전시장 Tel. +82.(0)31.960.0180 www.artgy.or.kr www.artgy.or.kr/aram
공간과 시간 그리고 기억에 관한 물리적 괴리에 대한 성찰. 경계의 모호함 속에서 고민합니다. 어디에 속하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 경계의 모호함 자체가 제가 있는 곳이고 시간이고 기억이라는 걸 알아버린 지금입니다. 제 작품들은 공간, 시간, 기억이 섞여 있기도 하고 불확실해 보이며 애매해 보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애매하고 색채와 붓 터치도 애매하며 마무리가 다 된건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완성과 미완성의 경계가 없는 결과물입니다. 작품의 소재나 재료 등도 다 섞여 있고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그 감정 아니면 현재의 감정이 지속적이 아닌 일시적으로 묻어있습니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 장소, 바람, 햇살, 나무 소리, 바닷소리, 새소리, 사람들의 소리,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에 관한 고찰은 제 작품의 근간이 됩니다. 거기에 함께했던 가족, 친구, 주변의 타인들 그리고 주변의 풍경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진 추억이 작품을 이끌어갑니다.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는 특성인지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더 선명해지고 가슴 깊이 새겨지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그곳에 있었고 이렇게 깊이 새겨진 기억을 갖고 있는데 현재 나는 그곳에 없고 그 시간으론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물리적 괴리감으로 더욱 생각은 깊어집니다. 제가 그곳에 그 공간에 있었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고 미래도 그렇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부정당하거나 존재의 부재를 고민하게 됩니다. 뭔가 사라지는 것 같은 불안감도 몰려옵니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어느새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나의 공간, 시간,누군가를 나의 작품 속에서 재구성하게 됩니다. 그 작품속에는 그 공간을 담은 거 같은데 그곳같지 않고 누군가를 담은 듯 하지만 완전히 담아내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런 물리적 괴리감에서 오는 고심이 경계가 없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시간으로 말하자면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가 없는 것이고 공간으로 말하자면 과거의 그곳, 현재의 그곳, 미래의 그곳의 경계도 없습니다. 사람은 정면의 완벽한 모습을 담아내면 그 사람은 과거에 묶여있는 것 같아 현재, 미래는 없을 것 같아 완벽히 담지 않은 그 어느 경계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표현의 방식에서도 경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서양화다, 동양화다, 아크릴화다, 유화다....등등의 구분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표현을 먼저 생각하기에 그런 구분 속에서는 자유로울 수도 없고 제대로 될 수가 없어 그런 경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계의 모호함 PART1 전시는 제주도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제주도를 첫 번째 파트로 시작한 이유는 제주도 자체가 저에겐 넌바운더리이기 때문입니다.마음의 고향이나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그런 단어로 표현되는 익숙한 곳일뿐더러 제주도는 가면 갈수록 처음 보는듯한 그런 풍경과 느낌이 들게 합니다.
관광지이지만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들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바다의 어선과 어부들의 모습, 투박하고 무심하게 둘러져있는 돌담들로 어우러진 검은 흙의 당근밭, 양배추밭, 무밭 그리고 하늘에서 뿌려놓은 듯한 무꽃의 소박하고 간결한 아름다움, 운전하다 갑자기 나타나는 멋진 풍경의 말 목장의 풍경, 애월, 협재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코랄 빛의 노을, 서귀포 바다의 짙푸른 조용한 바다, 중문 해수욕장의 검고 거친 파도의 밀려옴, 성산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 한라산의 능선으로 지는 해, 제주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엄마의 품과 같은 한라산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과 일상의 모습, 야생의 모습, 멋진 관광지 리조트의 모습이 어우러짐 속에서 묻어나는 아픈 역사의 슬픔이 밀려오는 듯한 회색빛의 바람의 비오는 날,,,그리고 늘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는 야자나무의 무심함. 즐거움과 일상의 묵묵함이 경계도 없이 있는 것 같지만 나름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키고 있는 묵직한 모습의 제주도. 그리고 에너지가 넘쳐나는 자연을 선사하기도 무서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제주도...여기에서 저는 경계를 느낄 수 없었고 그 경계의 모호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 제목을 제주도입니다 라고 하기엔 매우 제주도다운 모습을 고스란히 담지 않았기에 제주도라는 말도 빠진 것도 경계가 없는 저의 생각이 묻어난 것입니다. 제목에서는 제주도의 지명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그림에선 제주도라는 명확성이 없기도 하여 그 또한 경계의 모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림마다 분위기와 기법이 다르고 통일성도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풍부한 기법과 색채,구도의 탐구와 동시에 우리의 존재성과 시간의 탐구가 어우러진 편안함을 찾고자 하는 저의 이런 작가로서의 방향은 항상 같습니다. 어떤 통일성을 갖고 그 바운더리 속에서만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은 저의 신념이자 자유이자 의지입니다. 구상 작품, 추상 작품 그리고 시간의 순간성을 담아낸 다수의 드로잉 작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를 하게 된 것 또한 저의 신념이자 작가정신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저는 이런 작가로서의 철학을 지켜가면서 자유롭게 무경계 속에서 작업을 이어갈 것입니다. ■ 기은
Vol.20240211a | 기은展 / KIEUN / 基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