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처럼

경지연_김원규_김준명_노한솔_비비킴_이영수_함진展   2024_0116 ▶ 2024_0131 / 일,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화단에선 만화의 질감을 취한 미술 작가들을 선별하여 블록버스터 급 전시를 기획하곤 한다. 미술 화풍보단 만화풍의 대중 확장성이 큰 게 한 이유일 것이다. 감각적인 원색 사용과 텍스트를 함께 넣어 의미 전달을 분명히 하는 만화 장르는 다른 시각예술과는 차별되는 종합예술의 면모가 있다. 우리 마음속엔 시각예술을 나누는 위계가 있다. 만화가 미술보다 아래 등급이라는 판단이 분명 있다. 그렇지만 비할 수 없는 만화의 영향력 때문인지 거리를 둘 수만은 없는 형편. 만화는 크로스컬처의 최선단에서 여러 장르를 연결한다. 요즘엔 사진을 만화풍으로 변형시키는 어플이 개발되었고, AI 그림 생성기가 제조하는 화면은 예외 없이 만화풍이다. 만화풍 미술은 곧잘 팝아트로 범주화되지만, 팝아티스트가 아니어도 미술작가가 만화의 질감이나 특성을 부지불식간에 작업으로 전유해 독자적인 스타일을 얻는 경우는 흔하다. 아팅의 이번 기획에 초대된 라인업 중 애써 팝아트로 분류하자면 김원규와 이영수 정도만 들 수 있겠다. 나머지는 부지불식간에 만화의 한 질감을 차용해 자기 스타일을 힙하게 발견한 경우라 하겠다.

경지연_꿈을빌려드립니다+괌2023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50×50cm_2023

경지연 ● 형형색색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려 우연히 형성한 듯 착시를 주는 풍경화. 윤기 흐르는 주름진 산세와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의 포말에서 감미로운 맛과 향기까지 전달된다. 다채색 선과 반짝이는 표면과 여백이 모여 산과 해변과 현대적 마천루를 완성하는 풍경화를 제작한다. 중앙미술대전 선정, 인천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수차례 선정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원규_intuitive feeling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5×60.5cm_2024

김원규 ● 정물과 성인물을 격의 없이 오가되, 그 모두를 발랄한 동심의 사물처럼 묘사해왔다. 불씨가 남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재떨이, 투명 글라스에 꽂은 임시 화병, 육감적 가슴의 클로즈업. 이 셋은 묘사 대상의 성격이 천양지차지만 동질적인 미적 공감대 안에 있다. 김원규는 목부터 골반까지 인체미의 고전 기준, 토르소torso의 프레임 안에 노출된 허벅지, 윤곽만 드러낸 사타구니, 젖가슴을 세트처럼 반복하는 연작을 통해 독자적인 도상icon을 발견했다. 외형은 발랄한 동심, 내면은 본능에 호소하는 성인물. 중앙미술대전에 선정된 바 있다.

김준명_산이 앉은 의자_세라믹_61×47×45cm_2018

김준명 ● 도자기는 선비의 문사적文士的 취미 혹은 일반의 실용도구라는 상반된 범주에서 고정되어 사유된다. 그는 공장에서 뚝딱 대량생산되었을 중국집 플라스틱 식기나 싸구려 비누 따위를 성형, 건조, 초벌, 유약을 바른 재벌 등 10시간 전후의 공을 들여 도자로 굽는다. 김준명 도자는 어떤 대상을 예술로 판단하는 요건에 관한 작가의 견해를 담아왔다. 예술됨의 요건 중엔 쓸모없음이 있다. 한편 고급한 취향인 수석壽石과 진경산수의 거대한 광경을 한 손에 쥐일 만큼 작고 영롱한 옥색 도자로 재현하기도 한다.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입주 경력, 메레스데스 벤츠 아티스트펠로우쉽 선정, 송은문화재단 한국도자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노한솔_승천하는 구_장지에 먹, 스프레이_100×100cm_2023

노한솔 ● 완고한 규범을 따르는 동양화단에서 규범 이탈이 시도되면 주목도가 오른다. 조상을 추모할 때 쓰는 제기祭器에 샤인머스캣을 선택한 것도 악동 같지만, 얇은 껍질에 씨가 없어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 교잡종 포도의 매력을 화면 위에 의태어 '반짝'을 삽입해 장난스런 방점을 더했다. 노한솔은 때로 스토리텔링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만화적 장치인 의태어와 의성어의 사운드 효과를 이미지로 삽입하여 힙한 차별점을 얻는다.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고, 서울대미술관과 서울시청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비비킴_겨우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54×36cm_2023

비비킴 ● 피사체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과 스토리텔링, 다큐멘트의 역사 고증 능력. 사진을 다른 시각예술과 차별화시키는 이 같은 고정된 역할은 사진의 예술 가능성을 한정하기도 했다. 스토리텔링과 고증적 기록 같은 사진만의 고유성을 바닥에 내려놓고, 작가의 연출력에 비중을 둔 사진이 주류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쭉 내민 입술의 부분 샷, 투명한 낚시줄로 몸통의 중앙을 묶어 세운 새빨간 딸기. 스토리텔링을 제약하고 간결과 모호와 궁금증이 뒤엉킨 시감각의 한 방. 2023 연석산 우송미술관 레지던스에 입주했고, 1854 and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의 2021년 Edition365 Award에 선정되었다.

이영수_순교 martyrdo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22

이영수 ● 불특정한 지원자들에게 "지루한 일상에 조그만 재미"를 주는 게 이영수의 창작 목적 중 하나였다. 그는 '꼬마영수'라는 자기 캐릭터 인형을 제작하여 인터넷 카페에서 자원자를 모집 받아 여행 중 꼬마영수 인형을 현지에서 촬영하게 했고 그들에게서 취합한 사진 파일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온라인 전시를 연 바 있다. 이영수는 망점들이 모여 만든 형상에 검정 윤곽선을 넣은 팝 캐릭터로 자기 스타일을 각인시켜왔다. 이번 전시에선 윤곽선을 지우고 망점으로만 은은하고 귀여운 자태를 드러낸 독립된 자아를 출품했다. 독립된 자아 중엔 무지개, 달걀 프라이, 대추 등이 보인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대전, 송은미술대상 등에 선정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홍익대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함진_얼굴껍데기_폴리머클레이_1.1×1.8×1.2cm_2023

함진 ● 손가락 길이보다 짧거나 손톱 크기만도 못한 초소형 조각의 원작자. 2022년 북서울미술관은 《조각 충동》에서 우레탄폼, 종이, 스폰지 등 낯선 재료로 입체작품을 만드는 새로운 조각 세대의 출현을 기획해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조각 세대교체의 상징적 시발점 중 하나로 20여 년 전 출현한 함진의 초소형 조각을 들 수 있다. 실제보다 부풀린 감각자극으로 차별점을 만드는 만화의 흡인력처럼, 큰 규모와 육중한 재료와 직결되는 조각 장르에 소형 크기와 경량 재료로 완성시킨 함진의 조각도 기대감을 뒤집는 반전이 있다. 200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었고,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에 초대되었다. 2013 두산 레지던시 뉴욕에 입주한 경력이 있다. ■ 반이정

Vol.20240116c | 만화처럼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