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토크 / 2024_0120_토요일_03:00pm
패널 / 김종길_다석철학자, 이슬비_미술평론가
참여작가 김보라_김성미_김수진_김순임_김현수_김희정 김해심_이현정_정혜령_최라윤_하전남_홍지희
주최 / 사공토크_아트잠실 기획 / 사공토크
관람시간 / 01:00pm~06:00pm
아트잠실 ART JAMSIL 서울 송파구 삼전로13길 22 1층,B1 www.artjamsil.com www.facebook.com/art.jamsil @artjamsil
스며드는 것들 ● 아침 일찍 숲에 가면 나무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을 볼 수 있다. 나무의 종류와 빛이 닿는 부분은 서로 다르지만 빛다발은 한 순간에 나무들을 관통한다. 사공토크에 모인 작가들이 서로 다른 나무라면 우리를 통과하는 빛줄기를 무엇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숲이라면 독서와 워크샵과 전시를 꾸렸던 시공간이 어우러져 어떤 생태계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두 해 동안 자신의 작품과 삶을 이야기하며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오열을 나누었다. 첫 전시는 생명이 옆으로 뻗어가는 '생강'에 초점을 맞추었고 두 번째 전시를 앞두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 강원도 정선에는 일 년에 1.2밀리미터 성장한다는 주목 세 그루가 천년을 살고 있다. 이 나무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높은 산 북쪽 언덕에 서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스며드는 빛이 있었을 것이다. 천년 동안 빛을 받은 고원의 나무들은 이 세상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므로 매혹적이다. 어쩌면 늘 고원을 향해 서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들의 머리 위에도 태양이 있으니 빛은 그 사이에도 스며들 것이다. ■ 김해심
2023년 봄 수천만 년의 시간이 축적된 포천 화적연을 시작으로 빌딩 속 숨어있는 여의도 샛강. 찬 공기 가득한 소요산을 소요하는 겨울 워크숍까지 12인의 작가가 현장에서 작업하고 토론하고 담론을 나누며 진행한 지난 1년의 시간을 담은 전시에 초대합니다. 2022년 사공토크 기획 『옆으로 자라나는 사이』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자연 속으로 들어간 작가적 시각과 태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 나물을 뜯어 요리하여 나눠먹고, 모래밭에서 구르고,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배열하고,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돌을 가는 우스꽝스러운 행위들이 단순한 놀이처럼, 혹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수십억 년을 살아 온 지구 앞에서 점으로도 기록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지나는 존재이기에 최대한 인간의 위계적인 힘을 빼고 자연에 다가가려했고 동화되고자 했던 행위들입니다. ● 이 놀이와 실천이 위기의 지구와 동거가능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자연 속에서 구르고 노는 과정을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 사공토크
익숙한 사물이 이름을 잊고 푸른 잉크로 칠해졌다. 나의 기억이 있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 사물은 제 이름 이외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함께 떠돌았다. 풍경을 만들고, 그것의 뒤에 숨기도 했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릴 적이나 어른이 된 지금도 무늬나 얼룩에서 다양한 형상을 읽어낸다. 누가 알려준 것도 시킨 것도 아닌 무의식의 흐름이 만들어낸 형상들. 형태의 유연함 마저도 이름을 잊기에 충분하다. 사물이 가진 다른 성향을 푸른 점을 채우며 열어준다. ■ 홍지희
소요산에서 만난 붉었던 단풍잎은 그 손을 오무린채 마르고 빛 바랜 모습이다. 시간의 흐름에 자세를 바꾸고 적응한다. 움켜쥐면 부서질까? 놓으면 날아갈까?. . . 사람 간의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과 태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나의 두 손에는 살아 온 시간만큼이나 많은 수만개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었던 애틋함과 욕심인 줄 모르고 움켜쥐어 깊은 골을 만든 마음들이 이제는 스스로 그러함을 아는 자연처럼 순응하고 바람보다 앞서지 않기를 바란다. ■ 김성미
빈 캔버스는 우주이며 지구이며 또한 정신의 빈 대지와 같다. 캔버스 위로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마치 빈 대지에 나고 자라기를 반복하는 풀 처럼 내 영혼과 사유를 자양분으로 자란다. 곧 인류의 생장흔적이며 내 존재의 증명이다. ■ 이현정
없지만 있는 것들이 있다. 있었던 것들의 존재감이 그렇다. 이 영상은 있었던 것에 대한 생각을 기억이라부르고 그 존재감을 시각적 잔상효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벽면에 하얀 그림이 있다. 하얗게 비어있다. 누군가 앉았던 의자, 찻잔만 남은 테이블, 커다란 나무. 그리고 사라진다. 그것은 분명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사물의 검은 자국을 본다. 이는 기억의 시각적 현현이다. 기억은 검고 가마득-하다. ■ 정혜령
'인류 역사' 말고 '환경의 역사'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100년 뒤 지구가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 본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까지 지구상의 생물체 가운데 99.9%가 멸종되었다고 한다. 멸종된 생물 중에 인간은 아주 낮은 생존율을 견디어 내며 현재까지 살아 남았다. 다만 0.1%의 생존율로 살아남은 인간들은 이 지구 환경을 개척하면서 반대로 파괴하여 왔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오만함은 끝이 없다. ● 내 자신을 돌이켜볼 때 "친환경이냐 아니냐?, 비닐을 쓸까 말까?, 물티슈를 안써서 다행이다" 내 생활은 그러한 고민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지구는 이러한 나의 고민을 우습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경사 속에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 본다. 작아진 인간들은 "지구"가 "소꿉놀이"를 하는 인형인듯하다. 아무리 소리 높여 친환경을 외쳐도 인간이 만들어내 이 지구 속에서 결국 보잘것 없는 존재다. 그러나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우리 작가들은 그 환경 속에서 열심히 "구르놀려" 하고 있다. ■ 하전남
2023.4.30- 경이로운 시간의 겹을 화적연에서 보았다. 바람이 익힌 녹綠의 조각을 주워 왔다. 2023.8.25- 녹이 초록으로 번진다. 2023.9.18- 낡은 몸의 그림자는 깊고 무심해서 여운이 길다. 2023.11.9- 잘 쓰여지다, 살다, 녹슬다, 사라지다, 새롭게 세워지는. 2023.12.2- 사라지는 중, 위풍당당 ■ 김보라
준비되지 않은 채 낮선 곳에서 만난 비는 더 축축하게 나를 움츠리게 만든다 회색의 하늘에서 투둑 투둑 내리는 빗방울들을 안으며 큰물은 출렁인다 그 안에 그 아래 그 위로 담고 안으며 새어나가지 않게 튀어나가지 않게 몸을 다문다 물의 몸 나의 너의 몸 깻잎의 몸 지구의 몸 우주의 몸 마음이 가는 대로 이미 몸이 거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몸아 잘 있니? ■ 최라윤
닿기위한 행동은 소요산 워크숍에서 마주한 거대한 퇴적암과 일체가 되고자 했던 충동을 기억하기 위한 작품이다. 아트잠실의 가장 은밀한 공간인 지하계단 아래에 사용후 버려진 폐기물과 용도에서 벗어나 잘려나간 부산물들을 서로 기대거나 맞닿게 쌓아 올렸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암석에 다가가기에 너무나 미약하지만 나약하고 예측불허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삶의 태도에 귀 기울여 그 일부가 되고자 한다. ■ 김수진
넓은 공간 속에서 작고 여린 민들레를 만났다 그동안 그 작은 존재가 견디고 이겨낸 시간들이 대견했다 민들레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민들레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민들레의 씨날리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손을 스쳐본다 바닥에 나즈막히 서있는 여린 민들레에게 거대한 손의 부드러운 스침은 압도적이고 강압적인 행위일 것이다 우리가 자신에게, 어떤 대상에게 하는 의도치 않은 간섭에 주목해보며 그것을 놓을 수 있는 용기를 희망해 보았다… 쓰다듬기를 멈추고 그대로 놓아 두기로 한다. ■ 김희정
제목 「나무아래 노랑」은 나무 아래 떨어진 노랑색과, 나무아래에서 논다는 두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도심 안의 자연에 '버려졌다', '떨어져 나갔다', 또는 '죽었다'하는 것에도 색이 있고, 이를 발견한 사람의 머문 시간과 흔적에 의해 그 색을 드러낸다. 간단한 자리이동과 재배치, 작가의 마음과 정성을 담은 만지기, 작가가 샛강 생태공원 나무아래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그 공간이 새로운 풍경이 된다. ■ 김순임
길을 걷다보면 눈길이 가는 식물 부스러기들이 있다. 어떤 식물의 일부였던 파편들로 껍질, 열매, 씨앗, 나뭇가지, 꽃의 일부가 내 눈에 들어온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잠재태가 된다.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 속에 생각이 머무는 곳이 있다. 찬찬히 들여다 보며 감정들이 번져나가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록은 여전히 진행중인 여행의 기행문이기도 하다. 어떤 의도 없이 눈길이 가고 생각이 머문 곳에서 사부작거리며 만들고 그리고 쓴 것들을 "식물의 사생활" 이란 제목으로 엮었다. ■ 김현수
단진자와 나무 구조물의 조합은 중력에 어긋나는 사물의 작동에 대한 것이다. 진자운동을 일으키는 힘은 중력이고 반_중력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서 결락된 것들은 중력에 맞서서 허공에 머무는 상태라고 여긴다. 이것들이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쌓여 뭉툭해진 공기가 숨을 쉬도록. 돌 하나가 좌우로, 앞뒤로 공기를 흔든다. ■ 김해심
Vol.20240112d | 비스듬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