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수,토요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SIA CULTURE CENTER(ACC)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문화창조원 복합전시1관 Tel. +82.1899.5566 www.acc.go.kr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한 바닷길이 열리면서 해로를 따라간 아시아 주변의 바다는 지구가 아닌 수구(水球) 상에서의 세상을 잇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게 되었다. 각지의 상인들이 해상교역로 상에 위치한 국제적 해항도시들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문명의 교류와 문화의 융합이 이루어졌다.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부는 바람은 후추를 포함한 향신료, 비단, 도자기와 같은 다양한 교역품들이 해상 루트를 통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조력하였다. ● 사람들의 희망을 실은 바람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바닷길에 대한 역사를 끝없이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는 인류문명이 바다 위에서 만들어 낸 한편의 장대한 대서사시와도 같다. 무역풍을 따라 사람들도 함께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문명의 교류와 문화의 융합도 이루어졌다. 동·서양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내에서도 다양한 문화의 만남과 어울림이 이루어졌다. ● 역사적으로 교역을 위한 많은 도시들이 있었지만 특히 과거 해상무역의 주요 거점이자, 기항지들에서는 자국과 타 지역의 서로 다른 문화요소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융합 문화가 기운차게 번성하였다.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곳들은 잊혀진 해상왕국의 모습을 간직한 유적이자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바바뇨냐(Baba-Nyonya)'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소개하고자 하는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바바뇨냐는 중국에서 이주해 온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의 남성(Baba)과 여성(Nyonya)을 합쳐서 일컫는 말에서 기인한다. 어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바바뇨냐는 기존의 토착문화를 바탕으로 인도·중국·유럽 등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혼합문화(Cross-Culture)를 의미한다. ●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 주제는 '아시아의 도시문화'이다. 전시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아시아 해항도시 중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를 선정하였다. 바닷길에서 만난 이들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혼합문화적 특징들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융복합 콘텐츠로 소개한다. ●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모습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또 다른 바바뇨냐는 아닌지를 물어보고 있다.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전시를 통하여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어울림의 가치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황금빛 여정」은 인도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코치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코치는 인도 서남부 지역의 해항도시로 7세기부터 아랍인들이 왕래하며 그곳에서 대량 생산되는 후추와 정향 등과 같은 향신료 교역이 이루어졌다. 특히 후추는 당시 상품가치가 매우 높아 검은 금, 흑금이라 불렸다. 중앙의 황금빛 오브제와 재의 물리적 형태는 향신료 무역시장의 오마주이며, '빈두 차크라 (Bindu Chakra)'를 형상화한 것이다. 차크라(Chakra)는 '바퀴', '순환'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다. '빈두'는 인체의 여러 곳에 존재하는 정신적 힘의 여러 중심점들 중 에너지가 몸 전체로 퍼지는 중요한 단일 지점이다.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는 감로의 향과 색으로 차크라를 자극하여 몸과 정신의 감각을 깨운다. 관객은 향 오브제를 직접 시향하며 감각의 자극을 느끼고, 신경계와 뇌를 통해 감각기관이 진화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퍼져가는 향과 공기의 현상계에 우주와 지상의 풍경 위에 흩어지는 해류, 소용돌이치는 황금빛 바람은 애니메이션화되어 '영원한 여정'을 의미한다. 공기를 따라 이동하는 향과 빛에 반사되는 색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깊은 감각의 세계로 도달하게 한다. ● 오마 스페이스(OMA Space)는 한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아트&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고대의 원시적인 기술과 디지털 도구를 결합하여 장르의 경계없이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컨템포러리 아트를 추구한다.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구글 프랑스와 협업한 몰입형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을 시작으로 예술을 통해 의식을 승화시키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본능 속에 내재한 무의식에 다다를 수 있는 다중 감각 경험을 제시하며 물질적인 시공간을 구현한다. 빛, 소리, 공기, 물 등 자연의 요소가 예술의 재료가 되며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에 충실한 일련의 작업은 대단히 실존적임과 동시에 허상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WATER ODYSSEY : 물길」은 말레이 반도의 말라카에 관한 작품이다. 말라카는 인도양에서 동남아로 향하는 주요한 뱃길에 위치해 있어 서로 다른 대륙의 상이한 문화와 이념이 혼합되는 대표적인 해항 도시 중 하나이다. 작품은 말라카 해협이 활발한 교역로이자 신항로 개척 시대에 사람들의 염원과 바람이 점철되었던 양가적 공간이었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해협에서 이뤄졌던 오랜 교역활동이 그들의 삶과 진화를 위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양한 혼합문화를 발아시킨 근원이 되었음에 집중한다. 작품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물꽃 그리기'는 적외선 센서, 실시간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그리고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이다. 관객이 허공에 떠 있는 달을 향해 손(센서)을 휘저으면 즉흥적인 물길 형태의 드로잉이 생성되고, 이것은 미리 프로그래밍된 작가의 나뭇잎 드로잉과 결합된 '물꽃 씨알' 이미지로 변환된다. 작가는 관객이 물길을 만드는 체험 활동을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행위에 비유한다. 혼돈의 바다 위로 풍덩 떨어진 '물꽃 씨알'과 함께 관객은 자신의 물길을 따라 생명의 여정을 탐험한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그리며 생명의 역동성과 원형상을 드러낸다. 물의 파동을 시각화하는 예술 체험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기 내면과 대면하게 되는 존재의 원형과 유기적 상호작용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 송창애는 지난 10여 년간 자신만의 고유한 기질과 감성을 바탕으로 한 '물'에 대한 주제의 평면회화에 매진해 왔다. 물의 감성을 시각화하는 워터스케이프(WATERSCAPE) 회화 연작과 이를 토대로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융합하는 워터 오디세이(WATER ODYSSEY)를 시도하며, 생명과 우주의 정신성으로 공진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예술적 확장과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회화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고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의 조화로운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소통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실제와 가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물질과 비물질이 혼재하는 불확실한 경계 안에서 자연의 근원적 존재인 물을 시각화하는 공감각적 미적 세계를 펼쳐나간다.
취안저우는 오래전 아시아권에서 해상 교역로상의 출발점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항중의 하나였다. 취안저우만 입구 진차이산에 위치한 불상 형태의 육승탑은 저 먼바다를 항해한 후 종착지에 다다르는 무역선들의 안내자 역할을 했으며 그 위엄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유럽이 주도한 대항해시대보다 훨씬 앞서서,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는 인구, 경제, 문화 등의 측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작품은 당시 항구를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번성했던 취안저우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은 전시장 안에서 등대와 같이 빛을 발하며 작품은 관람객의 길잡이가 된다. 작품에 다다른 관객들은 마치 배가 정박한 것과 같이 종착지에 다다른다. 작가는 높은 원기둥 설치 구조물을 가상의 감정장치로 설정한다. 관객이 취안저우에서 활발하게 교류되었던 무역품들(향신료, 후추, 보석 등)을 선택해 기둥안의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면, 작품은 사물이 지닌 고유한 에너지를 감별해 빛과 움직임을 일으킨다. 사물이 뿜어내는 에너지(파장)는 거대한 장치를 구성하는 각 유닛에 달린 크리스털 비즈의 움직임을 일으켜, 빛을 주변으로 산란시키는데 이것은 작은 움직임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물결로 표현된다. 빛은 색깔이나 밝기, 어둠과의 대비를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거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간직한 고유의 이야기(코드)를 전달한다. ● 박근호(참새)는 2013년부터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을 시작으로, 물성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디어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주요 매체로 빛을 사용하며 잊혀지거나 소외된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그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을 대중에게 환기시킨다.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사물, 물질과 비물질을 나누지 않고 생명을 갖지 않은 사물들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한다. 작가는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것들과 갖지 않은 사물 감정적 동화를 느끼며, 동물, 식물, 무생물 등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것들의 시선을 작업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
Vol.20231222f | 디어 바바뇨냐_해항도시 속 혼합문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