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방식 風景-方式

안우동展 / AHNWOODONG / 安佑東 / photography   2023_1220 ▶ 2023_1227 / 토~월요일 휴관

안우동_#Fountain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94cm_2014 안우동_#Empty Spac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160cm_2015 안우동_#Park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94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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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동 홈페이지_www.ahnwoodo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2023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는 사업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월요일 휴관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SUNKWANG ART MUSEUM (SUNKWANG CULTURAL FOUNDATION) 인천 중구 신포로15번길 4(중앙동4가 2-26번지) Tel. +82.(0)32.773.1177 www.sunkwang.org

존재의 가로지름, 공백의 미학 - 이미지의 미결정성 - 중간풍경(中間風景)#1. 『풍경의 방식』은 반듯하게 보이는 프레임에 깔끔하게 표현된 사진이 눈에 띈다. 마치 인위적으로 자로 잰 것처럼 명확한 구성, 선, 면은 하나의 계획적인 도시 경관 그 자체로 보인다. 위로는 하늘이, 아래에는 대지(大地)가 펼쳐지며 전체 화면은 조화로운 사회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 모습은 구체적인 질서에 따라 정확하게 짜인 구조가 화면을 지배한다.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에 의하면 체험 공간을 실존 공간 혹은'생활공간(lived space)'이라고 지칭하는데, 생활공간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활동으로 지속해서 창조되고 다시 만들어진다. 공간의 변화는 사회 구성원의 신념과 관계가 있다. 그 신념의 결과는 사회 공간 사이에서 공간 디자인에 일종의 윤리로 자리 잡는다. 여기서 윤리는'좋은 공간(Good space)'의 가치로서 사회 구성원의 동의 아래 공간은 변화한다. '좋은 공간'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화면의 하단 부분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 돌덩이, 분수대 등이 놓여있다. 이 요소들은 아무런 연결 관계나 상호 작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면 공간의 설정은 명쾌하지만 공간 안에 놓인 대상과의 관계가 부재해 각 요소의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모호한 공간이 드러난다. 이것이 안우동의 사진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안우동_#Parking Lot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160cm_2021

안우동은 작업 초기부터 사진의 속성 중에서 특히 사진의 공간성에 주목했다. 그는 사진 이미지가 갖는 물리적 평면성과 환영 적 공간감 사이에서 해소되지 않는'미 정리된 관계'에 천착했다. 작가는 자신이 보았던 대상을 인화지로 옮길 때 표현된 대상이 시간이 지난 이후에 보이는 표면적인 효과에만 집중하는 사회적 현상에 괴리감을 느낀다. 그 괴리감은'건축물/인공물'이 최종모습으로 변화하기 전의 풍경 즉 중간풍경(中間風景)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통해, 절연된 시간 속 풍경의 결여된 지점을 파악하여 현대사회의 만연한 싱거운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지점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무시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만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인간의 도시개발 이면에 남은 흔적을 주목하고 싶었다. 작가의 이런 시도는 로버트 아담스(Robert Adams)가 자연이 인간에 의해 훼손된 흔적에 관한 물리적 증거를 찾는 행위와 유사하다. ● 작가의 이 괴리감은 그를 사진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이끌어 주었다. 작가는 어느 하나에 귀속되지 않고 양자 사이를 넘나드는 이미지의 미결정 상태를 집중적으로 탐색해서 사진 이미지의 실재를 연구한다. 그는 자신이 느낀 괴리감을 시각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상을 지상에 위치한 하늘 모티프에 주목한다. 그의 초기작품에서 지속해서 등장하는, 넓은 면적에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색은 하늘의 재현이다. 무한한 공간을 상징하는 하늘 아래 지상의 모습은 이미지의 미결정 상태 그리고 중간풍경(中間風景)을 여실히 드러낸다.

안우동_#Billboard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160cm_2022

도시, 플라스틱 풍경 - 공백의 미학#2. 도시 생활이 삭막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곳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혼잡한 와중에 출퇴근을 반복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그 반복은 곧 일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정신은 황폐해지고 도시의 구조는 거대해진다. 인간관계 역시 복잡하다 보니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속마음을 숨기며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다. 이런 도시에 사는 것을 『플라스틱 라이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의 공간은 많은 이야기를 함의하고 있다. 안우동 작가의 『플라스틱 풍경』은 인공적 대상을 통해서 원형적인 존재론적 기반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이런 사실로 사진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감각적인 현실 영역 너머에 있는 그것의 존재 유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안우동_#Pine Tre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4×94cm_2022

작가는 이런'불분명한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개발의 과정에 따른 부산물들이 인공미(美)만을 한껏 뽐내며 방치된 채,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내포하고 있다면 이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풍경이다. 소유욕만을 가진 이들의 경관을 보면서 본인은 틀에 마구잡이로 찍어낸 매끈한 광택을 가진 가벼운 플라스틱을 떠올린다. 이는, 내력 없는 소유만을 추구할 뿐이다."인공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런 모든 과정은 인간의 도시개발과 관련이 있으며, 이런 과정은 일반인으로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계산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은'공백(void)'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어떤 목적으로 인공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위성, 보편타당성과 같은 진리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인공물을'상황/장소'에서 떼어 놓고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도'공백'의 작용이다.

안우동_#Buddha Statu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2×160cm_2022

안우동의 『풍경의 방식』 사진에서 보여준 인공물이 최종모습으로 변화해서 그 이전의 풍경인 중간풍경(中間風景)이 사라진 것도 마찬가지로'공백'때문이다. 이 모든 질문은 이렇게 다시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인공물을 익명에 의한 것 혹은 방치된 비인격적인 것이 지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작가는 이런 측은한 풍경을'재생된 풍경의 탈바꿈'을 대기하고 있는 풍경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우리는'공백'과 함께 비어있는 공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공백'은 방향성을 잃은 상실의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안우동의 상실된 공간은 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닌, 이런 인식을 통해 현재 도시의 삶보다 아름다운 도시의 삶을 희구(希求)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우동_#Column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4×114cm_2022

도시는 그동안 너무 많은 도시 개발 욕망을 드러냈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정서적인 측면은 배제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풍경의 방식』은 인간이 아직 소화되지 못한 음식들이 널브러진 위장 속을 들여다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풍경은 도시의 내면인 동시에 『플라스틱 풍경』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분열적 내면과 등가물을 이룬다. 안우동 작가의 『풍경의 방식』 그리고 『플라스틱 풍경』은 인간을 대체한 자본주의가 버려둔 풍경에 대해서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도시 풍경을 목도 하면서 인간 존재의 가로지름 속에 공백의 미학을 탐구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 김석원

Vol.20231220b | 안우동展 / AHNWOODONG / 安佑東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