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하양

김민영_김보연_김정빈_박예나_정은수展   2023_1220 ▶ 2024_022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김최은영

관람시간 화~금요일_11:00am~05:00pm 주말_11:00am~06:00pm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이고 artspace EGO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80번길 10-6 B1 @artspace_ego

커다란 하양 ● "빛을 끌어안은 벽 앞 풍경들이 스스로 색깔을 바꿔 오늘의 입체를 먼 날의 평면으로 바다 끝을 부풀리고 있을 때." _강정 커다란 하양으로 중에서(전시제목은 강정 시인의 「커다란 하양으로」시에서 빌려왔다.) 시각예술가에게 커다란 하양 캔버스는 무한으로 펼쳐진 자유의 공간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다. 작가의 머릿속이나 가슴속의 풍경이나 사물은 조형이란 언어를 통해 바다 끝까지 부풀어지기도 하고 보이지 않던 미시의 세계까지 쏟아내어 지기도 한다. 이를 위한 붓질은 생각보다 생각보다 많은 공력과 고민이 선행된다. 모든 붓질은 완결을 향한다. 그러나 바다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듯 회화의 끝은 쉽사리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

김민영_완결되지 못할 생각들_장지에 혼합재료_117×91cm_2023

김민영의 「완결되지 못한 생각들」은 수없이 포기하고 마는 사유의 과정을 나타낸다. 정답이 설정된 수학과는 달리 완벽한 생각의 완결이란 존재하기나 할까. 수많은 철학자의 생각과 일상의 크고 작은 사념들은 거의 대부분 완결되지 못한 채 생각의 종지부를 찍어 넘겨 버린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변화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작가는 회화로 쏟아내었다. 커다란 하양 위에 쏟아낸 붓질과 다시 뒤엎는 물감덩어리의 반복은 작품의 제목처럼 '완결되지 못한'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보연_나뒹구는 축하_장지에 채색_20×48cm2023

김보연의 「나뒹구는 축하」는 앞면만 바라보고 사는 우리의 버릇을 까밝힌다. 축하용 화환의 뒷면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굳이 보려하지 않는다. 더구나 잠시의 축하 후 곧 벌어지는 폐기의 과정은 짐짓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부분이다. 우리 삶에는 얼마나 많은 앞면의 축하 화환만이 존재하는가. 화면에 불안하게 자리한 화환은 보란 듯이 요란한 색띠를 품고 있다. 얄팍하고 조악하다. 작가는 꽃장식의 배경으로 쓰인 파초는 먹으로 색띠는 불러로 처리하여 단 한컷의 그림에서 감정적 서사를 펼쳐낸다.

김정빈_봄을 맞이하는 법_장지에 채색_36×52cm_2023

김정빈의 「봄을 맞이하는 법」은 이중적이다. 보호막쯤으로 해석될 울타리 안에 작은 새싹이 돋았다. 그러나 그 사이 커버린 새싹에겐 너무 협소한 공간만이 남았다. 작은 나무 젓가락의 연약한 울타리 속의 새싹은 결국 스스로 봄을 맞이해야하는 숙명을 타고난 셈이다. 작가는 보호막의 안전함과 통제라는 양가성에서 화면은 사각을 버리고 불안한 조형의 형상을 선택했다. 불안한 하양 위에 봄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작은 식물이 얼마나 커다란 존재로 성장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박예나_Iridescence_장지에 채색_35×60cm_2022

박예나의 「Iridescence」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 훈색(暈色)이라 불리는 무지개빛을 말한다. 도시의 밤 조명을 연상시키는 Iridescence는 보기에 따라 생명을 가진 세포처럼 읽히기도 한다. 때문에 화면 뒤쪽의 건물과 얽히며 유기적인 도시 풍경을 자아낸다. Iridescence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머무는 다양한 공간 그것을 밝은 햇빛아래에서 목도하기란 쉽지 않다. 빛이 거세된 밤의 풍경 속에서 모두의 정체성이 드러날 때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Iridescence이 된다.

정은수_완전×3 좋아요♥_장지에 채색_22×27.3cm_2023

정은수의 「완전×3 좋아요♥」 폭죽이 터지고 핑크 하트가 날아다닌다. 토끼(처럼 보이는)와 당근(처럼 보이는)은 손을 맞잡고 별빛 속에 서 있다. 게다가 얼마나 좋은지 '완전×3'이라고 화면에 세겨 넣었다. 그러나 화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폭죽은 폭발로 핑크빛 하트는 핵구름과 같은 불안한 마젠타로, 별빛은 녹아내리고 있다. 주인공들의 표정도 '좋아요♥'와는 사뭇거리가 있다. '나를 위해'부여했다고 말하는 미션이 한 가득 차있을 때 차라리 '좋아요'라고 자포자기한 이 시대의 청년작가의 유희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커다란 하양을 화려하고 슬프게 가득 채우고 있다. ● 커다란 하양은 젊은 작가들의 전시다. 이들은 아직 불안한 하양 캔버스 앞에서 오늘도 커다란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다시 붓을 집어 들었다. ■ 김최은영

Vol.20231219f | 커다란 하양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