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pageroom8
머무르고 축조되고 휘발되는 시선과 시(공)간 ● 고니, 안소희, 미쿠 츠치야 작가의 3인전 『gaze-gaze-gaze』는 '일상'이라는 범주에서 작가별 특별한 시선에 주목하여 기획되었다. 시선은 시각이라는 감각이 지각하는 좌표를 알 수 있으며 시각의 주체가 보는 그대로를 드러내기도 한다. 시선이 길게 머문 자리는 자연스럽게 응시라는 행위로 이어지게 되는데, 작가가 화면에 그리는 형상을 눈으로 좇으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태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니 작가는 2020년 첫 개인전 이후 3년 남짓 한 시간 동안 주제와 소재 그리고 재료 등에서 다양한 요소를 끌어들이고 시도함으로써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사색의 경향」, 「완벽한 저녁식사」, 「마지막 티타임」, 「넘친 말」 등에서 작가의 일상과 기억/추억 등 과거의 시간이 현재에 이어지며 앞으로 예고되는 사건 등으로 연결될 것 같은 모호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테이블, 방충망, 블라인드, 신발 등의 구체적인 소재가 화면상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고니 작가는 현재에 불러 모은 시간의 연대를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층위들을 축조하는 것이 종이에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얇게 켜켜이 생생하게 모두 살아있다.
안소희 작가의 그림은 작가의 멈춘 시선을 인식하게 만든다. 작품을 제작했던 당시 작가와 작품을 보는 이들의 '응시'하는 태도가 평행하며 겹쳐진다. 그 사이에는 안소희 작가만의 필치와 소재가 매우 섬세하게 재현됨으로써 응시로 쉽게 진입하게 한다. 작가의 주요 소재인 눈, 손 등 신체를 비롯하여 식물, 반려견, 패브릭, 머리카락 등은 연대별로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캔버스 작품의 경우 작품마다 유화물감을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 조금은 달라지는데, 마티에르가 느껴지거나 매트하고 매끈하게 이루어지는 표면은 작가의 감각에서 맺힌 상(象)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들이다.
미쿠 츠치야 작가의 작품에서 사람과 사물 그리고 동물과 식물들이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기대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이에 수채와 분채 그리고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질박한 도자와 같은 표면과 신비롭고 곱게 표현되는 살결 등이 그의 그림을 보게 만드는 주요 요소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완성하고 있는 형상이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하다. 마치 기억의 부유물들이 다시 무의식적으로 만나고 재조합되어 그들만의 내러티브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서는 시간의 개념은 휘발되며 '나'를 특정 짓지 않고도 세계에 흡수되어 존재하는 느낌을 받는다. ● 『gaze-gaze-gaze』 를 보며 느낀 점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감각의 차원에서 매우 복합적인 체계를 이루며, 작가의 사적인 차원에서는 언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회화나 드로잉이라는 평면에 실현되는 점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 작가의 작품은 한눈에 보아도 확연히 구분되는 필치와 재료 그리고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단, '시간'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작가들의 개별적인 시선을 분석하는 일은 작품에 대해 해석 가능한 요소들을 종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흘러가는 시간", "과거 – 현재 -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등 관념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어떤 시공간 정도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 ■ 박정원
페이지룸8은 2023년 12월 16일부터 2024년 1월 7일까지 고니, 안소희, 미쿠 츠치야 작가 3인전, 『gaze-gaze-gaz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페이지룸8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국 작가와 일본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기획전이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작가만의 독창적인 시선이 드러나는 드로잉과 회화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작가별 재료를 다루는 특별한 방법과 형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일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통찰한 작가들의 예술적 취향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 ● 고니 작가는 변화하는 생활 환경에서 생경하게 다가오는 순간의 공기와 오브제들의 배치에서 오는 운율을 잔잔히 화면에 담는다. 안소희 작가는 사람의 신체가 닿는 가구와 옷 그리고 머리카락 등을 소재로 다양한 상상력과 위트를 발휘한다. 미쿠 츠치야는 일상에서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추상적인 형태와 탁월한 화면 구성으로 표현한다. ■ 페이지룸8
Vol.20231216d | gaze-gaze-gaz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