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포스터 디자인 / 17717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17717 서울 성북구 성북로8길 11 www.17717.co.kr @project17717
나무들은 묵묵히 ● 《나무들》은 오랜 시간 작업을 지켜본 두 작가가 서로의 그림에서 찾게 된 나무를 시작점으로 삼고, 각자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키며 만든 전시다. 매일의 주름 아래 자신이 본 것을 묘사하는 최규연과 마주친 것을 우연으로 치환하는 최인아. 두 사람은 한 자리에 뿌리 내려 자리잡는 것, 증폭되는 것, 군집을 이루는 것부터 분명한 장면, 그리고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간 손길을 다룬다.
여러 방면을 가진 최규연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손에 잡히는 작은 형태라는 점으로, 취미로 시작한 손으로 조물거리면 나오는 점토 조각 혹은 수백 장을 잡아도 한 손에 들어오는 드로잉들이 특히 그렇다. 얇고 유약한 재료의 성질이 든든히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의 꾸준함을 돕는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작가는 그간 스케치북과 색연필로 수천 장은 될 법한 그림을 성실히 그려왔다. 작업을 이어오는 내내 거리에서 발견한 순간을 장난기 가득한 모양으로 채집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걸음과 함께 시야에 걸린 나무가 등장한 드로잉들을 선별하고, 연결되는 풍경과 장면을 새로 그렸다. 익숙해서 눈치챌 수 있었던 세밀한 인상은 고스란히 배어나고, 크레용 왁스의 물성을 이용해 오래도록 입힌 동세는 갈라지며 진득하고도 힘 없는 균열을 새겨낸다. 최규연의 그림은 드로잉이라는 단어에 얽매여 그것을 과정에 놓인 상태라 일컫지 않고, 얇은 면을 딛고 독립적인 평면의 완성된 자세를 충분히 내세운다.
반면, 최인아는 그동안 단박에 알아보기 어려운 것들을 그려왔다. 무언가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건 구체적인 상을 띄워야 하는 평범한 습관일 수도 혹은 상상이 무작위로 흩어지는 것이 싫은 이유 때문일 수 있겠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작가는 독자를 배려하는 소설가처럼 자신의 그림 안에 몇 가지 흔적을 남겨두는 방법을 택하곤 했다. 단서를 남기는 일은 늘 안료를 중첩하다 길을 잃곤 했던 스스로의 습성을 보완해 왔는데, 이따금 길을 헤매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매일 보는 나무를 지침이자 제약으로 두고 습관처럼 행하던 조형의 도구들을 실험하고자 했다. 일상에서 목격되는 사건보다 물감의 농도, 두께, 색의 변화 같은 것을 통해 평면을 일구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작업을 이어온 그녀에게 반복이란 피하고자 했던 것. 자리로 돌아가 인내한 뒤에야 나뭇가지를 은유하는 선, 닦아 내려 지워지고 흐트러진 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오가다 뒤집어진 상은 나무로 도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거쳐 나온 것이 될 수 있었다. ■ 이예인
Vol.20231214c | 나무들 Tre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