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120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범규_녹음(문소현_박유석_휴키이스) 박영희_안민욱_양성주_평택미클 형태와 소리(이경민_한수지)_황혜인
주최 / 비티그룹_주간평택 주관 / 교차공간818 기획 / 이정은 설치감독 / 빈울 영상 / 이인의 디자인 / 디자인 우현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교차공간818 Space Gyocha 818 경기도 평택시 평택로57번길 12 2층 @gyocha_818
공간삼리 Space 3RE 경기도 평택시 통복로32번길 77
이번 전시는 평택1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도시의 외양과 기능은 항상 변모하고 이러한 현상적 변화와 함께 공간의 기억과 일상, 정서와 감각에 대한 미시적 고찰은 언제나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도시 재개발 지역에서 공간의 기억과 문화적 상상력을 접목하여 전시를 진행하여 이로서 사라질 공간에서 삶의 영역을 발견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하였다.
사실 앞서 평택1구역이라는 지칭은 이 장소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오히려 평택의 성매매 집결지 쌈리라는 지칭이 이 구역이 어떤 곳인지를 더 잘 말해 준다. 성매매를 위한 기능적 장소로 유지되어 온 탓에, 이곳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고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는 공간으로 존재해 왔다. 이제 이곳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시그널, 이곳만의 삶의 기억과 일상 감각을 들여다 보겠다는 녹색의 시그널을 보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린라이트는 한편으로 명확한 시그널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메시지와 의도를 가진 말 건네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내는 신호로서 불확실한 의미와 모호한 수신자의 존재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성매매 업소로 활용되었던 점포 '공간 삼리'와 인근 여관을 전시공간으로 변화시킨 '교차공간818'에서 진행한다. 이곳은 자연과 빛, 사운드가 어우러진 가상의 정원으로 연출된다. 이 정원은 휴식과 치유의 공간일 수도 있고, 어느 곳보다 긴장감 있는 공간일 수도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돌아오는 계절의 순환과 회복의 의미를 지닌 곳을 수도 있다. 그린 라이트가 보내는 시그널, 그리고 다성의 의미와 감각을 통해 이 공간의 풍경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기존의 공간과 삶의 흔적이 주는 정서와 연출된 정원이 조우하는 공간을 통해 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8명(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강범규는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개발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그는 대학시절 평택 쌈리의 구성원들을 위한 문화복지 공간을 설계하여 공모에 지원한 바 있다. 그는 이 구역의 실질적인 변화와 공간의 재편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쌈리 구역에 도래할 변화를 예고하듯,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라는 바닥 표기에 주목하고 이 장면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얼마 전, 쌈리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바닥에 새겨진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그곳에 '문화의 거리'라고 다시 썼다. 강범규는 청소년출입금지구역이라는 단어를 썼던 융착식 도료를 긁어 내 전시장에서 전시한다.
황혜인은 평택의 변화하는 풍경과 그곳을 살아가는 인물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작업은 평택러(평택 사람을 지칭하는 온라인 용어)의 24시를 촬영하고, 그것을 나선 위에 재구성한 웹 기반 프로젝트 「하루」를 오프라인 전시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농촌과 도시, 인구의 소멸과 증가, 다문화와 전통,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평택의 문화적 특징에 주목하였고 이를 통해 평택의 현재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멀티버스와 같이 다양한 문화와 시간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재를 24시간이라는 타임라인의 선형적 구조로 전개하여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다.
박영희는 식물과 자연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재현한다. 우리의 눈과 접촉한 식물의 형상을 토대로 하지만, 식물의 외형에 주목하기 보다 식물이 주는 감각적 차원의 깊이와 변화에 주목하면서 자연에 대한 기억과 변화하는 감각의 다층적 층위를 화면에 담아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팬데믹 시기를 보내면서 반려식물을 키운 경험과 감정을 담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한다.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대화를 나누고 기억을 남기듯이, 작가는 쌈리의 건물에서 접한 화분의 흔적, 고양이 물그릇, 방에 걸린 그름들을 보면서 수많은 작은 관계와 이야기를 떠올렸다. 작가의 페인팅은 이처럼 자신의 경험과 쌈리에서 본 장면들을 교차시키면서 재편집한 기록인 셈이다.
형태와 소리는 이경민과 한수지가 협업 작업을 하는 팀으로, 설치, 사운드, 사진, 출판 등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빛과 조명, 사운드를 통해 낯선 감각과 공간을 확장하는 힘을 전하는 것이 이들 작업의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경민은 공간의 전면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공간까지 빛과 조명을 설치하여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한수지의 '소리 감각 드로잉'은 공간 삼리에서 채집한 사진으로 만든 이미지 악보이다. 또한 이곳 주변의 소리를 채집하여 제작한 사운드를 구동하여 리듬을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미디어와 전자적 요소로서 마치 전자정원에 온 듯한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안민욱은 하나의 발상에서 비롯된 사유의 전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질문들을 개념적 설치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업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평면, 설치, 사진, 대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전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쌈리라는 장소와 점포 공간을 접하면서 작가 자신의 감정에 주목한다. 「영적(映赤) 드로잉」은 이곳이 주는 낯선 감정과 생각들을 드로잉의 수행과정으로 구조화한 작업이다. 붉은 빛이 배어나오는 종이 화면, 거울에 비친 빛과 드로잉, 찢어지기 쉬운 한지 등의 장치가 작업을 구성한다. 작가는 쌈리에서 드는 생각과 감정들, 향후 프로젝트 구성의 단편들을 낙서처럼 드로잉하였고, 관람객에게도 본인처럼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드로잉하여 각자의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제안한다.
양성주는 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서예와 전각 작업을 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택 집창촌에 예고된 변화에 대한 시와 읊조림을 서화에 담았다. 소멸과 상실, 기억과 치유를 겪는 우리의 삶에 대한 관조적 시선과 공간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담아 작업하였다. 어두운 방에 설치된 족자 형태의 서예 작품은 랜턴을 활용해 감상할 수 있다. 조명도 켜지지 않는 이제는 쓰임을 다한 듯한 방에서 '소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라는 첫 구절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녹음은 문소현, 박유석, 휴키이스, 렉한으로 구성된 팀으로, 주식회사 수무의 아트 콜렉티브이다. 자연을 주제로 조경, 입체, 영상, 사운드, 인터랙티브 작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소현, 박유석, 휴키이스가 참여하여 제작한 작업 「물의 자리 돌 풀 바람」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제주의 곳곳에서 채집한 자연과 소리를 담아 영상, 사운드, 식물 등으로 구성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낮은 위치에 존재하는 땅과 물의 지형을 구현하고, 그냥 지나칠 법한 소외된 자연의 존재와 그 질감, 현재 이전의 미지의 영역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시간에 대한 상상을 작업에 담았다. 제주의 순도 깊은 자연의 이미지와 숨결은 기존 공간을 다른 맥락의 장소로 연출하면서 의외성을 전달한다.
평택미클은 성매매 업소의 점포 관찰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공간 삼리의 방과 공간을 관찰하고 구석구석에서 사물들을 수집하였다. 발견된 메모, 일상용품 등을 통해 이곳의 특수한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의 일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나의 방」은 이러한 탐색 과정을 기초로 이곳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상상하고 재구성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하나의 방은 특정한 누군가의 방일 수도 있고, 성매매 업소의 많은 방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평택미클은 외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방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탐색 과정에서 습득한 메모와 흔적을 단서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방을 연출하였다. ■ 이정은
Vol.20231203i | 그린 라이트 GREEN LIGH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