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더스타갤러리 THE STAR GE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7-1 Tel. +82.(0)10.4579.3990
오는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더스타갤러리(THE STAR GALLERY)에서 권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캄캄한 어둠을 밝히는 '새벽'의 이미지와 새 빛의 도래를 상징하는 '수탉', '해가 뜨면 보이는 것들' 등을 화폭에 담았다. ● 조선 후기 유행하던 '민화'는 전통 생활 그림을 일컫는 말로, 서민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그림이다. 민화는 동물ㆍ꽃ㆍ음식 등 우리 주변에서 늘 함께 존재해 오던 자연 친화적인 것들을 소재로 삼아, 그 속에서 삶의 이치를 찾고 순응하며 진리를 알아가고자 했다. 그중 수탉의 모습은 입신양명(立身揚名)과 부귀공명(富貴功名)을 상징한다. 예로부터 새벽 수탉의 울음소리는 시간의 개념이 없던 농경 시절,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날의 중요한 표식이었다. 그리고 이 수탉의 울음소리가 어둠과 함께 몰려든 악한 잡귀들을 사라지게 한다고 믿었다. 이처럼 민화 속 닭의 모습은 객관적 사실로 그리기보다 그 대상이 갖는 '의미'에 뜻을 담아 묘사했다. 이는 그림이 담고 있는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선조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선조들의 가르침대로 '수탉'을 통해 새날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투영했다.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시간들을 지나 다시 마주한 현실"에 막막함을 느끼고 "오늘을 어찌 풀어가야 할지 여전히 악몽의 꿈결 속을 걷고 있는 듯하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하지만 우렁찬 수탉의 울음소리를 통해 어둠을 깨치고 나아가 봄볕 같은 양지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원초적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새 빛'이 있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변주한다. 어두운 악몽을 몰아내겠다는 간절함과 의지를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 권 작가의 개인 전시회는 세 번째다. 지난 2017년 '까마귀와 고등어'를 소재로 살아온 시간의 감정을 자화상으로 투영한 첫 번째 전시, 그리고 2021년 '지나온 시간과 오늘의 시간'에 대한 감정을 추상적으로 소개한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 이번 전시회에서는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더스타갤러리
꽃은 피고 다시 새벽은 온다. 지난(至難)한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우리는 마치 종전(終戰)을 맞이한 듯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시간을 그 무엇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었다. 그리고 우린 터널 끝 무지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 그러나 우리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 무엇 하나도 희망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오늘을 어찌 풀어가야 할지, 여전히 악몽의 꿈결 속을 걷고 있는 듯하다. ● 길고 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반드시 새싹은 돋고 꽃은 핀다. 깊고 깊은 지루한 밤이 지나면 새벽 동이 틀 것이고, 우렁찬 수탉의 울음소리는 새벽이 오고 있음을 알릴 것이다.
조선 후기 유행하던 '민화'는 전통 생활 그림을 일컫는 말로 서민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그림이다. 민화는 동물ㆍ꽃ㆍ음식 등 우리 주변에서 늘 함께 존재해 오던 자연 친화적인 것들을 소재로 삼아, 그 속에서 삶의 이치를 찾고 순응하며 진리를 알아가고자 했다. 민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소재들은 저마다의 상징성을 가지고 격식을 배제한 해학으로, 때론 창의적으로 일상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그중 닭의 모습은 제의적(祭儀的), 주술적(呪術的) 성격을 동반하는 의례성(儀禮性) 등 여러 의미로 해석해 왔다.
매일 알을 낳는 닭은 생명의 잉태와 다산, 그리고 부활을 상징한다. 수탉의 붉은 볏은 벼슬을 얻는다는 입신양명(立身揚名)과 부귀공명(富貴功名)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어둠을 밝히고 잡귀를 쫓는 벽사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신성한 새로 여겨져 왔다. 그중에서도 새벽을 알리는 빛의 전령(傳令), 즉 전달자의 역할이 이번 전시의 소재다. 예로부터 새벽 수탉의 울음소리는 시간의 개념이 없던 농경 시절,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날의 중요한 표식이었다. 또한 깊은 어둠에서 밝은 여명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밤새 활개 치며 떠돌던 온갖 악한 잡귀들을 몰아내는 주요한 신호였다. 밝은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신통한 능력의 길조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이렇듯 민화 속 닭의 모습은 정형적이고 사실적인 본래의 모습보다 희망의 뜻이 더 강조되고 과장된 상징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는 서민들의 희망이나 소망이 그림을 통해 이뤄지길 원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새벽은, 우리의 희망은, 과연 올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암흑의 시절을 지나 다시 새날이 오고 있다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통해 밝고 따뜻한 봄볕 같은 양지로 발돋움 하고 싶다는 원초적 희망을 이야기한다. ● 그 누군가 '어둠을 깨뜨리고 오는 새벽은 조용히 오지 않는다. 인고(忍苦)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온다'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은 오고, 새벽 수탉의 울음소리는 반드시 악몽을 몰아낼 수 있다는 간절함을 작품을 통해 소망해 본다. ■ 권녕
Vol.20231129b | 권녕展 / KWONYONG / 權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