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한 계 World-stasis

제10회 아마도사진상展 The 10th Amado Photography Award   2023_1119 ▶ 2023_1220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이현무_조준용_장성은_전명은_조경재_김태동 김신욱_압축과 팽창(안초롱_김주원)_김동준

후원 / 서울문화재단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2023년 서울메세나 지원사업」 지원금으로 추진됩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 (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www.amadoart.org

도래할 시간을 상상하는 이야기들에는 시간을 무한히 늘어뜨리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 기술은 스테이시스 필드(Stasis field)라 일컬어지며 정지장, 정체장 혹은 감속장이라 번역된다. 서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지장 기술은 대체로 특정한 발생기(Generator)가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이루는 (반)투명한 벽을 생성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완전한 구체, 때론 완전한 육면체 형태로 구획된 이 장은, 세계 내에 존재하는 혹은 세계를 잘라낸 듯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독립적인 계(World)다. 발생기를 중지시키지 않는 한 정지장은 영구히 지속 되며, 그 벽은 무엇도 통과할 수 없는 무한의 강도를 갖기 때문이다. 이쪽 세계에서 저쪽으로의 교환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투사체 따위가 정지장을 향해 발사되면 벽에 부딪혀 무기력하게 반사될 것이고 이는 역의 방향으로도 동일하다. 다만 가시광선만큼은 예외로, 바깥에서 바라보는 정지장은 세계의 일부인/였던 것이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정지장 내부에서도 속해있는/있었던 세계와 벽 하나만을 둔 채로 여전히 세계는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몇몇 플롯에서 정지장은 진입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다만 형성된 순간부터 정지장은 본질적 질서가 지배하는 절대적인 내우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정지장의 유일한 질서는 시간의 지연, 정체, '정지'다. 모든 대상은 정지장 공간에 구속된 순간부터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엔트로피는 완전히 무효하거나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생명체는 노화하지 않고 일반적인 생애를 뛰어넘어 생존할 수 있으며, 비생명체 역시 정지장에 구속된 바로 그 순간에 무한히 근접한 상태를 유지한다. 종종 정지장 내부의 움직임은 특정한 속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지연되어 보이거나, 혹은 완전히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많은 서사에서 정지장은 대상을 안전하게 포획, 구속 또는 영구히 보존, 유지하기 위한 기술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정지'는 외부의 관측 결과일 뿐, 정지장 내부는 고유한 시간-질서로 통일되어 있기에 실로 정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컨대 우주 여행을 위한 용기(vessel)로서 정지장 자체를 활용하거나 교통수단을 정지장으로 감싸는 경우, 내부 승객과 화물은 '원래대로' 시간을 보내며 운행 시간을 '건너뛸' 수 있다. 이는 정지장 내부의 시간 흐름이 멈추었다기보다는, 시간 자체가 무한히 팽창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외부 세계의 시간과 정지장-계의 시간 사이에 무한대에 가까운 상대성이 발생한 것뿐이다. ● 정지장은 단순히 시공간을 정박시킨다기보다는, 마치 인용과 같이 이미 주어진 질서를 재구성하는 상상된 기술이다. 단지 정지장이 재편하는 질서는 언어의 그것이 아닌 시공의 질서다. 물론 '정지한' 계는 그것이 속해있는/있었던 세계를 가리키며 여전히 그것의 일부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원래' 세계에 의해 포괄될 수는 없고 또 '원래' 세계 없이는 먼저 존재할 수도 없다. 종종 정지장을 발생시키는 장치가 멈추면 완전무결한 벽이 사라지고 분리되었던 세계가 다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그 봉합은 완전치 못할 것이다. 시공간이 하나로 합쳐졌다 해도, '안'과 '바깥'은 여전히 상이하다. 쉽게 말해, 정지장을 벗어난 대상은 자신이 '정박'해있던 계로부터 '원래'의 세계로 '그대로' 당도하지만, 세계는 대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미 흘러가(고) 있다. 마치 공간 좌표를 고정하고 미래에 당도한 타임머신처럼, 혹은 사진을 참조 삼아 사진 속 '그곳'에 도달한 것처럼.

정지한 계-제10회 아마도사진상展_아마도예술공간 아마도Lab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한 계의 정지 Stasis of a system ● 아마도사진상 10회를 맞아 열리는 이 전시가 공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사진(술)과 정지장 기술 사이의 묘한 유사성을 넘어, 아마도사진상의 개최 목적이자 이 수상 제도가 지향점으로 삼고 형성하려 했던/해왔을 어떤 '계'를 겨냥하기 위함이다. ● 아마도사진상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상징되는 전자 복제 및 새로운 재현 방식의 등장"으로 인해 "(사진) 매체가 가진 기존의 개념뿐만 아니라 제작, 배포 등 변화에 직면 1) "하게 되었다는 당대적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동시대 미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순수사진이라는 견고한 장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했다는 판단 하에, "사진이 처한 여러 상황에 반응"하면서 "사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사진의 의미를 확장 2)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아마도사진상이 출범한 것이다. 바꿔 말해 아마도사진상은 동시대 미술이라는 한정적인 자장 내에서도 기술 자체 또는 기술-이미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예술)사진이라는 매우 특정한 계를 상정하여 한계짓는 동시에 확장하고자 한 셈이다. 아마도사진상은 201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사진적 시각'을 통한 사진가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 3) '"를 그러모아 전시라는 특정한 시공간에 담아냄으로써, 이 특수한 계의 외연을 그려왔다. 매해 선정된 각 수상 작가 "자신만의 사진 언어 4) "로 구성된 각각의 세계가 또 다른 한 계를 구성하는 질서로서 인용되어 온 셈이다. "사진의 광학적 기능에 의해" 형성된 "낯선 시선, 위상을 통해 익숙한 일상의 사물이 미지의 5) " 대상으로 재현되는 이현무(제1회)의 세계가 첫 번째로, 그 다음으로는 "현재적 시점에서 시공간의 이질적 교차, 직조, 조합을 통해 특정 공간에 내재하는 맥락을 6) " 재구성하는 조준용(제2회)의 질서가 포착되었다. "미세한 감정의 차이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 프레임 속 인물의 '연극'적 동세와 제스처를 통해 7) " 다시 추상화하는 장성은(제3회)의 시선에 이어, "시각적 이미지 너머의 촉각적 세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며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본다는 것의 근본적 의미를 되묻는 8) " 전명은의 언어가 붙들렸다. 나아가 조경재(제5회)의 "세상을 바라보다가 '보이는 무엇인가를 보이게 하는,' 즉 세상으로 연출한 사진 9) " 세상이, 김태동(제6회)의 "별의 흔적을 추적하여 (...) 긴 시각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이미지 앞으로 압축되어 나타나는 시공간 10) "이 사로 잡혔다. 이어서 "현행의 규범적인 것들을 다시 묻고, 현실 그 자체의 재인식을 촉진하는 전복적인 이미지 11) "들로 이뤄진 김신욱(제7회)의 '믿음의 세계'가, "사진적 클리셰를 재현"하는 수행을 통해 "비물질 세계의 원본성을 (...)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영위하는 행위자들이 발딛고 있는 물질 세계에서 구현 12) "한 압축과 팽창(제8회)의 '사라질 세계'가 구속되었다. 마지막 김동준(제9회)의 "사진 대상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 13) "으로 고안된 "중첩된 형태를 반복하"는 "'확장된 프레임 14) '"을 경계로, 아마도사진상의 9년에 걸친 정지장 발생은 중첩된-하나의 계를 형성해냈다. ● 아마도예술공간은 10주년을 맞이해 '아마도사진'계의 확장적 경계 짓기를 멈추고 그 시공간을 영구히 '보존'해야 할 내부적 필요에 마주하게 되었다. 이는 어쩌면 아마도사진상이 그토록 구획하려 해왔던 매우 특수한 '내부'와 '바깥' 세계 사이의 차이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무화되었거나, 혹은 구획의 필요를 상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포화된 이미지 사이에서 사진(적) 이미지를 골라낼 수 없거나, 혹은 점차 유통-소비 차원에서 이미지가 사진(적)이거나 아님을 분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사진상이 구획하려 했던 특정한 계가 사라졌다거나 애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실체가 있었는가 없었는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의미있겠지만, 이 한 수상 제도, 전시 체계, (아마도-예술-사진)계의 정지는 불가역적인 조건으로 놓였다. ● 이에 따라 제10회 아마도사진상은 새로운 세계의 일부를 계에 포섭하기보다는, 각 해에 정박 당했던 세계로부터 (불)연속적으로 확장된 각 작가-세계의 일부를 아마도예술공간 내에 발생된 아마도사진상-정지장-계로 다시 한번 함입시킨다. 이미 계에 구속된 일부(였던 것)와 함께 9개의 방에 붙들린, 각각의 흘러온 세계는 제각기 상이한 국면으로 정지장에 진입한다. 어떤 세계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대상들을 자신의 그물망에 담고 있기도 하고, 대상들을 포획하는 장의 형식이 변화한 세계도 또는 더이상 하나라 말할 수 없이 분화된 세계도 있다. 그러나 이 정지한 계의 포획되거나 함입된 일부와 관계없이, 그들의 '원래' 세계는 이제껏 그래왔듯 스스로의 질서를 구성하고 확장해나갈 것이다. 다만 아마도사진상의 시공간은 더 이상 확장될 일도 감축될 일도 없이, 여기 정지한 한 계에 머물며 지연되다 못해 멈춘다. 그러나 정지장의 시간이 그러하듯, 이 계의 시간 역시 무한한 팽창에 의해 유보되어 보일 뿐이다.

이현무_시간에 갇힌 존재_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_페이퍼 네거티브_100×125cm_2019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이현무_Lifeless Portraits - David_엑스레이 필름_100×100cm_2012 이현무_Still Life-cup_페이퍼 네거티브_30×30cm_2012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이현무 (제1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이현무(1984-)는 생성하고 소멸하고 변화하는 존재의 유한성과 무한성을 사유하는 사진을 제시한다. 또한 사물, 인물, 자연물, 인공물 등 다양한 소재들이 여러 사진 촬영 및 제작 기법과 맞닿을 수 있는 사진술도 탐구하고 있다. 「Lifeless Portraits」(2012)은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인물을 30여 분간 대형카메라로 마주하고, 얼굴의 미묘한 근육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순간에 셔터를 눌러 엑스레이 필름에 담은 작업이다. 「Still Life-cup」(2012)은 세월을 간직한 인간의 얼굴처럼 사물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특정한 각도로 포착한 사물들은 섬뜩함, 섹시함, 오묘함과 같이 인간적인 감각이나 감정을 전달한다. 근작 「미륵사지 시간에 갇힌 존재_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2018)은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와 함께한 온전한 시간을 담은 작업 「2820sec」(2012)에서의 심정처럼 석탑 앞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석탑이 아니라 다른 흔적을 만나기 위해 그 앞에 눈을 감고 서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찰나의 시간을 촬영한다. 이처럼 수십 차례 마주했던 순간은 켜켜이 쌓인 흔적을 드러내는 사진이 되어 과거에 대한 동경과 회고의 정과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조준용_글래스 시티_114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3 조준용_글래스 시티_10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2 조준용_모터 컬렉션_01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0 조준용_모터 컬렉션_07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0 조준용_스피드웨이_05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3 조준용_스피드웨이_04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6×70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조준용_러닝 온 하이웨이_6채널 HD 영상_00:40:10_2015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조준용 (제2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조준용(1980-)은 사진 매체를 통해 시공간의 상호작용과 그 양가적 속성을 탐구해 왔다. 작가는 『Memory of South, 416km』(2015)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선형적 타임라인과 대응시키고 그것이 지닌 역사적 맥락을 개인적 맥락과 결부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로 과거의 사진을 현재의 공간에 중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는 과거와 현재라는 비동시적 개념의 차이와 공존을 드러내며 다층적 배경에서 발생한 과거의 사건들이 얽혀 현재를 형성함을 상기시킨다. 특히 서로 다른 여섯 개의 방위를 동시 촬영한 「러닝 온 하이웨이」(2015)는 영상 매체의 시간성을 가용함으로써 그가 드러내고자 했던 시공간의 상호작용을 다각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글래스 시티」, 「모터 컬렉션」 연작은 사진 고유의 명암과 질감을 통해 다른 성질의 시간이 대립하는 양면성―낮과 밤, 움직임과 정지 등―에 주목한다. 두 연작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적 과정과 그 흔적은 「스피드 웨이」 연작을 통해 포착되는데, 이처럼 자동차의 가속, 충돌, 정지라는 일련의 물리적 과정은 시공간을 파편적 사건으로 분화한다. 한편 연작들이 지닌 근원적 불안감은 자동차 운전 교육장의 흔적을 촬영한 「써킷」 연작의 흑백 필름을 통해 실체화된다. 각 연작은 특유의 형식을 견지하며 시공간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를 구체화하는 퍼즐로써 작동한다.

장성은_Replacement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43×107cm_2016 장성은_리듬 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5×93.7cm_2019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장성은_불가능한 풍경 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8×32cm_2019 장성은_Wild Fluctuation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7.5×170cm_2022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장성은 (제3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장성은(1978-)은 일상에서 편재하나 명시되지 못한 추상성을 감각 및 관찰하고 사진 매체를 통해 시각화해왔다. 작가는 피사체와 공간, 오브제를 세심하게 배치함으로써 사진을 맴도는 주변부적인 요소를 정제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경험과 감각을 통해 반향 되는 미묘한 추상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Replacement」(2016)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본적인 조건으로서의 '연극'적 태도에 주목한 작품이다. 삶 속의 연극성이란 속임수라기보다 현실과 관계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 얇은 천 뒤로 감추어진 신체는 감정을 담아낼 공간으로 귀속되고, 상상의 공간과 설명이 어려운 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Wild fluctuation」(2022)은 행복한 감정으로 대치되는 생일의 복잡다단한 이면을 무관한 풍경으로 병치해 드러낸다. 요동치는 풀숲처럼, 내적 정서에 의해 울렁일 생일날의 마음가짐은 서글픔, 민망함, 당혹감과 같은 감정과 함께한다. 「리듬 A」(2019)는 고전적 정물화의 형식을 차용해 인간의 신체를 마치 탁자 위 정물처럼 연출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고독의 형(形)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고독에 대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한편, 「불가능한 풍경 2」(2019)은 동시대의 이상적 혹은 환상적 이미지에 대한 갈망을 고독한 풍경과 대치함로써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현실의 이미지를 재고하게 한다.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온실)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테이블, 벤치, 말린 식물, 가변크기_2017~23 전명은_파도_피그먼트 프린트_95×76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12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44×108cm_2017 전명은_미스티 (앵무)_피그먼트 프린트_60×45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전명은 (제4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전명은(1977-)은 자신과 관계 맺은 대상의 행위와 도구에 주목하며 이미지가 지닌 시각성을 또 다른 감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작가에게 있어 사진은 '보는' 매체이기 이전에 '이야기'를 하는 매체로,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 너머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사진 매체가 지니고 있는 감각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미지의 실체가 과연 시각적인 방식으로만 구체화되는지 작가는 사진을 토대로 다양한 지각 방식을 경유한다. 요컨대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2017)은 조각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석고 모형을 접사렌즈를 통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연작으로, 석고 모형의 정적 이미지는 표면을 명료하게 훑는 카메라 포커싱을 통해 생동하는 촉각성을 부여받는다. 한편 작가는 「미스티(앵무)」(2023)와 「파도」(2023)에서는 행위와 도구를 통해 암시했던 피사체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이들이 지닌 섬세한 특징들에 주목한다. 이는 단순한 촬영자와 피사체라는 등식을 넘어 인간과 동물, 가족과 가족 등 삶에서 형성되는 깊고 다양한 관계를 연상시킨다.

조경재_블루치즈_잉크젯 프린트_100×100cm_2016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조경재_골마루_잉크젯 프린트_110×90cm_2022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조경재 (제5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조경재(1979-)는 카메라의 제한된 화각 안에서 실제 공간을 추상 회화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각목, 철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공업재료의 형태, 색채, 질감에 주목하여 실제 공간에서 이들 재료를 회화의 붓 터치나 색처럼 운용한다. 작가는 기존의 기능과 쓰임새에서 탈피한 재료들로 이질적인 공간을 연출한 후, 뷰파인더에 비친 상을 확인하여 실제 공간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사진을 얻는다. 「블루치즈」(2016)와 「골마루」(2022)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다. 「블루치즈」에서는 여러 재료의 우연적 조합을 통해 오브제로서의 상의 모습이 두드러졌다면, 「골마루」는 정연한 재료를 조합하여 그것의 구조와 질감이 좀 더 회화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두 작업은 유사한 형태이지만 차이를 갖는데 이는 작가의 삶의 환경 변화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작가는 도시나 마을이 가진 건축의 구조적 특성이나 형태 등에 관심을 두고, 가령 담벼락의 질감 등을 직접 보고 만지는 것과 같은 경험을 중요시한다. 한편 근작 「골마루」는 경남 진해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좁고 긴 통로에 여러 문과 창문이 있던 복도를 모티브로 했다. 골마루로 불렸던 그 복도의 질감과 색채를 기억해내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김태동_PLANETES-001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60cm_2017 김태동_PLANETES Project 칠곡-006(Camp Carroll)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4×113cm_2023 김태동_PLANETES-도시불빛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0×30cm×20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태동_Day break-06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61cm_2011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태동 (제6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김태동(1978-)은 도시의 주변부, 밤 풍경과 그 안에서 유동하는 사람들을 담아내는 사진 작업을 했다. 도시 풍경은 주로 지정학적으로 소외되거나 경계에 있는 지역을 담았고, 밤에 생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서는 속도와 발전과는 다른 도시의 이면을 드러냈다. 도시를 담아 오던 작가는 모종의 계기를 통해 전쟁과 분단의 역사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 작업하게 된다. 역사의 흔적과 그곳 역사와 일상이 공존하는 모습을 포착한 「강선」 연작을 잇는 작업이 「플라네테스」 연작이다. 이 작업은 전쟁유적지인 철원 수도국지의 별을 촬영한 후에 발견한 흔들린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는 별의 일주 궤적을 좇을 때 별의 이동 궤적만큼 땅의 모든 것이 흔들리기에 카메라에 적도의라는 천체 장비를 장착하여 고정된 별을 촬영했고, 전국의 전쟁 유적지, 퇴역 무기, 마을을 찾아 별과 대비되는 풍경을 담게 된다. 「플라네테스-City Lights」 연작은 2015년 촬영한 노동당사 별궤적 사진(북쪽 하늘)을 출발점으로 하여 2023년 칠곡(남쪽 도시)(2023)까지 여러 도시의 불빛을 촬영한 것이다. 장노출 시간, 카메라의 방향, 다중 노출 등 다양한 촬영 방법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도시 모습이 추상적인 빛의 궤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플라네테스」 연작은 수 십억 년의 다른 시간이 모인 별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순환하는 시간을 되돌아본다.

김신욱_네스 호수의 괴물을 찾던 잠수함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33cm_2018 김신욱_아드리안 샤인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 80×106cm_2019 김신욱_대구 봉무동 동굴 진지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66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신욱_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침몰 추정 지점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33cm_2023 김신욱_히메가미야마 포대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66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신욱 (제7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김신욱(1982-)은 리서치를 통해 특정 대상이 형성하고 있는 이야기와 그 대상이 담지하고 있는 '믿음'의 작동방식을 모색해왔다. 직접적으로 드러난 적 없는 대상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료와 사진 이미지를 통해 그 윤곽을 드러낸다. 「In Search of Nessie」(2018-2020)는 네스 호의 괴수, '네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추적한 연작이다. 네시를 찾는 사람들과 네스호, 인근의 인물들을 찍은 다큐멘테이션 사진과 자료들은 허구 혹은 진실이라는 양가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무엇이 믿음을 유지하고 작동하게 하는지 질문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작가는 신작을 통해 "돈스코이호", "야마시타 보물" 등 20세기의 혼란한 정세 가운데서 탄생한 여러 일화들이 동시대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돈스코이 호 사기 사건, 산천단 금괴 탐사작업 등-들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비가시적인 유령의 모습으로 현실 세계에 출몰한 과거의 잔재는 가시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구성한 아카이브는 대상의 명료한 실체를 드러내기보다 오늘날까지 파생되고 있는 믿음의 메커니즘과 그 영향력을 질문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압축과 팽창_114. Grand Senora Desert (San Andreas Destination Resort)_ 디지털 C 프린트, 유리 패널, 나무 액자_30×23cm_2021 압축과 팽창_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 (from 001. Los Santos International Airport to 012. El Burro Heights, El Rancho Boulevard)_ 35mm 슬라이드 필름, 유리 패널, 나무 액자_60×60cm_2021 압축과 팽창_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 (from 181. Mount Chiliad to 192. Paleto Bay)_ 35mm 슬라이드 필름, 유리 패널, 나무 액자_60×60cm_2021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주원_NO NAME(Heart Shape Dust)_ 잉크젯 프린트_13.5×20cm_2023 김주원_2564665879(8 25646 65879 4, Pink Titles)_ 에디션 A(A,B,C)_잉크젯 프린트에 스크래치, 유리에 천공, 나무 액자_50.6×36.6cm_2023 김주원_B0018958-01(6 02537 48346 4, 20th Anniversary Edition)_ 에디션 A(A,B,C)_잉크젯 프린트에 스크래치, 유리에 천공, 나무 액자_50.6×36.6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안초롱_Lifeguard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알루미늄 액자_62×62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압축과 팽창(안초롱, 김주원) (제8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안초롱(1987-)과 김주원(1981-)으로 구성된 압축과 팽창은 사진 매체를 이용해 수행적 생산 및 분류, 구성 작업을 거치며 사진이 지닌 문법과 문체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2021)을 통해 이들은 '그랜드 테프트 오토 Ⅴ(GTA Ⅴ)'의 가상 공간을 누비며, 이 안에서 사진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로스 산토스(Los Santos)와 블레인 카운티(Blaine County)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를 통해 GTA Ⅵ의 발매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상의) 장소를 탐험하고 기록하며, 그 무의미한 행위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물을 제작했다. 본래 압축과 팽창은 작업의 진행에 앞서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해당 시리즈에서는 계약서를 생략하고 마치 한 사람이 찍은 듯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촬영 과정과 방식을 긴밀히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그들이 서 있는 현실과 가장 먼 곳에서 이미지를 길어와 그들이 해왔던 프로젝트 중 가장 압축적인 방식을 택해 보여준다. ● 한편, 신작을 통해 안초롱과 김주원은 압축과 팽창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안초롱의 「Lifeguard」(2023)는 한 자리에서 피사체를 향해 38회 연속하여 촬영한 사진의 필름 한 롤을 스캔한 작업으로, 한여름의 모모치 해변을 응시하는 라이프 가드들의 뒷모습을 기록했다. 김주원은 공사 현장, 바이닐, 필름에서 발견되는 먼지의 흔적을 추적, 수집하고 이를 자신이 모은 바이닐 이미지와 결합시킨다. 작가가 일상에서 집요하게 제거해왔던 먼지는 유리면에 뚫린 7.5mm의 구멍을 통해 수집되면서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김동준_강_타워, 발원 1_잉크젯 프린트, 액자_80×120cm_2023 김동준_강_일시적 포착, 눈 뒤로 솟아난 소원_잉크젯 프린트, 각목, 볼트, 너트, 클립, LED_220×78×94cm_2023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동준_고요의 사건 결합 스토리지_스토리지-물체 30.10.2_ 잉크젯 프린트, 합판, 볼 베어링 런너, LED, 릴레이 모듈, 볼트, 너트_181×120×126cm_2022 (사진_CJYART STUDIO(조준용))

김동준 (제9회 아마도사진상 수상자) ● 김동준(1992-)은 대상이 지닌 특수성을 담고자 했지만 그것이 충분한 특수성을 지닐 수 있을지, 특수한 대상과 빈약한 사진 이미지 사이의 빈공간이 있다면 그것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사진을 위한 특수한 장치를 만드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고요한 사건 결합 스토리지_스토리지-물체 30.10.2」(2022)는 원래의 기능을 잃고 떨어져나와 굴러다니거나 밟히면서 흠집 난 아주 작은 물체가 가진 다수의 균열을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들은 연결된 스토리지를 통해 보여지는데 그 형태는 발견된 물체가 지닌 균열을 찍은 위치를 기반으로 하고 사진의 크기에 따라 구성되었다. 사진이 자리한 트레이는 사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당기는 힘에 의해 외부로 돌출될 때 빛을 잃는 구조를 지닌다. 신작 「강_타원, 발원 1」(2023)은 낮은 곳에서 타워를 올려다보며 느낀 위태로운 지향의 상태를 포착한 사진이다. 이와 대비된 「강_일시적 포착, 눈 뒤로 솟아난 소원」(2023)은 타워가 보이는 한 장소에서 발견한 대상을 촬영한 것이다. 거울에 비친 십자가는 믿음에 대한 이미지이지만 한 인물의 불투명한 현재의 심적 상태를 암시하고, 이 사진을 떠받치는 구조물은 위태로운 지향에 대한 작가의 자의적 해석을 따라 제작되었다. 하강과 상승의 이중성을 지닌 이 형태에는 위태롭지만 버티고 서서 무언가를 지향하는 심리적인 상태가 반영되어 있다. ■ 아마도예술공간

* 각주 1) 이지민, 「아마도사진상」, 제1회 아마도사진상_이현무 개인전 『Vescape』(2014). 2) 김성우, 「아마도사진상 소개」, 제2회 아마도사진상_조준용 개인전 『Meomory of South, 416km』(2015). 3) 박영택, 「이현무-개별자의 사진 유희」, 제1회 아마도사진상_이현무 개인전 『Vescape』(2014). 4) 이지민, 위의 글. 5) 박영택, 위의 글. 6) 김성우, 위의 글. 7) 김성우, 「아마도사진상 소개」, 제3회 아마도사진상_장성은 개인전 『Writing Play』(2016). 8) 김성우, 제4회 아마도사진상_전명은 개인전 《안내인》(2017). 9) 조주연, 「세상으로 만든 사진, 세상으로 나가는 사진」, 제5회 아마도사진상_조경재 개인전 『치수를 드러내다』(2018). 10) 신양희, 「전쟁의 잔흔이 남은 장소에서 만난 우리 세계의 빛」, 제6회 아마도사진상_김태동 개인전『PLANETES』(2019). 11) 박성환, 「우리는 왜 신화에 열광하는가?」, 제7회 아마도사진상_김신욱 개인전 『네시를 찾아서』(2020). 12) 박성환, 「게임 안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제8회 아마도사진상_압축과 팽창 개인전 『192 Shot of Los Santos and Blaine County』(2021). 13) 신양희, 「대상에 관한, 사진에 대한 헌사」, 제9회 아마도사진상_김동준 개인전 『방해하는 추출, 밀어두는 소화』(2022). 14) 박지수, 「서로 연결되고 개입하는 프레임들」, 제9회 아마도사진상_김동준 개인전 『방해하는 추출, 밀어두는 소화』(2022).

Vol.20231119c | 정지한 계-제10회 아마도사진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