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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pageroom8
'모나드 판화' 네 번째 작가, 한지민 ● 페이지룸8이 2023년에 선보이는 '모나드 판화(Monad Printmaking)'는 판화의 기법과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하여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 –김가슬, 윤일권, 지야솔, 한지민- 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동판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에디션이 없는 동판화를 제작하는 김가슬 작가, 판화 개념을 적용하여 입체‧설치 작업을 하는 윤일권 작가, 다양한 색채의 다색판을 이용하여 석판화를 만드는 지야솔 작가, 섬세한 선이 이루는 인체 형상이 탁월한 리노컷 기법을 활용하는 한지민 작가. 총 4명의 다양한 판화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있는 기회이다. 무엇으로 나눌 수 없는 궁극의 실체라는 철학 용어인 '모나드(monad)'처럼 타 장르에 귀속되지 않은 채, 판화를 온전한 하나의 시각 예술로서 바라보고자 한다. ■ 페이지룸8
'이미지 정원'에서 '야생 정원'으로 ● 한지민 작가의 개인전 《야생 정원 Wild Garden》은 그의 주변 환경에서 수집한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도심 어느 곳에서나 출몰하는 길고양이들, 바닥을 쪼고 있거나 찻길에 등장하며 사람들 간에 원하지 않는 간극을 좁히는 비둘기. 찻길과 인도, 길과 건물을 구획하는 수많은 펜스 뒤로 후미진 곳에 모여서 살아가는 이름 모를 잡초들. 이렇게 도시에도 자연이 있다. 한지민 작가는 도시라는 자연에 강인하게 단련된 거리의 동‧식물에게 주체권을 건네어본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도시라는 '인공 자연'은 그들에게 '야생 정원'이 된다. 이 이중적이고 모호한 경계의 세계에서 작가가 '아름답다'라고 느낀 일상의 장면은 어떤 생동감으로 다가온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적/감각적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된 '이미지'였던 것이다.
퍼즐; 우리가 모르는 수수께끼 ● 한지민 작가의 이번 리노컷 판화 작품 중에서 〈하얀 고양이 정원〉 역시 격자 철망을 사이에 두고 고양이가 있는 곳과 그 밖에서 보는 시선이 교차되고 반사된다. 이 작품을 위해 제작한 리놀륨 판을 '퍼즐' 형태로 드러내거나 가린 채 프레스기를 돌려 제작한 〈시선의 기억 1, 2, 3〉은 이번 전시에 대한 테마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 준다. 퍼즐의 윤곽을 맞추면서 완성될 이미지를 예상하듯 현대인이 바라보는 도시의 시선에 반성을 담는다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소외감을 의식하지 못한 채 무감각하게 만들어내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인간 중심의 성찰일 것이다. 이러한 시선도 물론 담아내지만, 한지민 작가는 보이지 않는 부분은 단순히 부재한 이미지인 동시에 어떤 비밀스러운 진리를 가린 가림막일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작가는 하나의 퍼즐 조각에 포박된, 혹은 드러낸 이미지를 통해 시각을 통해 인식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해 온전하게 보지 못하는 우매한 인간의 현대 우화를 위트 있게 보여준다. 이 실마리들은 세상에 없는 문으로 통과하는 고양이의 꼬리 끝을 따라가면 알 수 있을까. 아니면 비둘기로 위장한 거리의 전령이 발휘하는 독심술에 우리를 내맡겨야 깨달을 수 있을까.
시선이 태도가 되는 '칼 드로잉', 리노컷 ● 리노컷은 볼록 판화 기법 중 가장 나중에 나온 판법으로 간결한 표현에 적합한 판법이다. 그래서 섬세한 표현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민 작가가 리노컷을 하는 이유는 "조각도를 사용하여 아주 가는 선의 '칼 드로잉'을 할 수 있고 판을 오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 판을 제작하는 과정에 흥미가 있을 뿐 아니라 표현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판을 오목하고 얇은 선으로 파내며 형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판의 경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 힘을 고르게 분포시킨 채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 힘에 대한 균형감을 유지하며 이어가는 시선은 한지민 작가가 만드는 리노컷 작품의 테마가 되는 시선과도 연결된다. 까맣게 먹을 바른 리놀륨 판을 3번에 걸쳐 파내고 나면 마치 밀폐된 생태계(terrarium)처럼 판은 대지이자 정원이 된다. 그리고 현실과 끊임없이 연쇄를 일으키고 지속 가능한 이 환경에 초대할 주인공을 기다린다. 인공 도시에서는 비닐을 뒤집어쓴 비둘기에 불과하지만, 야생 정원에서는 화려한 차림의 영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거울로 투영하듯 사실주의에 기반한 작가의 이미지들은 다시 종이와 맞물린 채 압력을 가하여 반전된 이미지를 얻는다. 반전의 반전. 이것은 왜곡이 아니라 마치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내재한 진리를 모색하는 여정인 변증법을 떠올린다. 그래서 한지민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시각이 미처 닿지 않은 곳에 시선의 닻을 내리는 일이며, 이와 동시에 자기 주체적인 시선을 거두어 남기는 여백이다. ■ 박정원
Vol.20231118d | 한지민展 / HANJIMIN / 韓志旻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