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가변크기

김준명展 / KIMJUNMYEONG / 金俊明 / sculpture   2023_1116 ▶ 2023_1205 / 일,월,공휴일 휴관

김준명_미적 가변크기展_아팅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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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23_1125_토요일_05:00pm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이번 전시는 1년 전인 2022년 11월 개최할 예정이었다. 당시는 어느 목공소 옆에 자리를 틀고 갤러리를 3년여 운영했던 홍은동 시절을 접고, 지금의 홍제동 자리로 이전한 직후였으니 일종의 아팅 재개관전 성격까지 띠었다. 한데 피치 못할 작가의 개인 사정이 그 무렵 생기는 통에 전시가 연기 되었고 1년을 채워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작년 개최할 전시에선 공간 이전의 의미를 담아, 아팅이 개관 당시 썼던 명칭(갤러리 유진목공소)과 갤러리 옆에 목공소가 붙어있던 점 등을 표상할 목적에서, 나무 대팻밥 더미를 도자로 재현해서 포대자루에 담은 신작을 출품할 계획이었고 작품도 부분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렇지만 저간의 사정으로 대팻밥을 재현한 도자를 1년이 지난 후 공개한다. 처음 공개되는 포대자루에 담긴 대팻밥 도자 신작은 김준명의 도자예술의 전모를 읽는 실마리 쯤 되리라 생각한다.

김준명_대팻밥&프링글스_세라믹, 포대, 프링글스통_가변크기_2023
김준명_영역표시(투쟁의 증거들)_2020_부분
김준명_The Bricks_2020
김준명_산이 앉은 의자_세라믹_61×47×45cm_2018

나무 대팻밥은 영업 중인 목공소의 징표 쯤 될 것이다. 목공소가 가동되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팻밥은 목조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일 뿐, 어디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도자예술이 관상용과 실용이라는 두 가지 본질 위에 있는 만큼 나무 대팻밥을 굳이 도자로 재현할 이유를 마땅히 찾기 힘들다. 김준명 작업의 한 축은 도자세계의 규범에서 벗어난 데에서 주제를 찾고, 도자예술이 간과하는 대상을 도자로 구웠다는 데에 있다.

김준명_수석 시리즈 세라믹, 선반_240×180×30cm_2018
김준명_수석 시리즈_세라믹_가변크기_2018
김준명_수석 시리즈_세라믹_가변크기_2018

지난 작업 연대기에서 도자로 재현된 대상 중에는 양동이가 엎어지면서 쏟아지는 물결도 있고, 주차금지 표지판을 대체하려고 대충 제작해서 길거리에 세워놓는 임시 영역표시판도 있으며, 이삿짐을 싸면서 끼니를 해결하려고 배달하는 자장면을 담은 싸구려 플라스틱 식기도 있으며, 대중목욕탕에 비치된 때 비누도 있고, 쓰레기를 장난삼아 끼워 넣는 구멍 난 보도블록도 있다. 쏟아지는 물, 주차금지 영역표시판, 자장면 그릇, 때 비누, 보도블록. 이 보잘 것 없는 사물을 재현한 김준명의 도자는 실물과 굉장히 닮았다. 그래서 김준명 도자의 키워드는 이번 개인전 타이틀에서 쓴, 예술품과 공산품 사이와 희소함과 허다함 사이를 오가는 가변크기라 할 수 있다.

김준명_실패한 재현(산수들)_세라믹_가변크기_2018
김준명_점을 위한 0000번의 점들(화룡점정을 위한 드로잉)_제도지에 과슈_가변크기_2016
김준명_미적 가변크기展_아팅_2023

그리고 김준명의 도자는 어떤 대상을 예술로 판단하는 요건에 관한 작가의 견해를 꾸준히 담아왔다. 예술됨의 요건 중에는 쓸모없음이 있다. 그가 재현한 대상들은 공장에서 뚝딱 대량생산된 저가의 제품인데 반해, 그것을 재현한 도자는 성형, 건조의 과정을 거쳐 가마에 넣어서 초벌을 굽고 유약 등을 발라서 재벌을 하는 등 10시간 전후 시간이 든 미술품이다. 이쯤 되면 어리둥절해진다. 왜 갖은 공을 들여 하필 싸구려 비누며 플라스틱 식기며 임시 주차금지 영역표시판이며, 보도블록 따위를 재현하는데 그쳤냐고. 나열한 대상들은 하찮은 일상 사물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실제 삶의 질감이 바로 와닿는 대상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물을 공들여서 도자기로 똑같이 제조해 일상에 태연하게 비치한 광경에서 현실에 연결된 미적 감동이 스멀스멀 온다. 그건 미디어에서 예술적 감동을 묘사할 때 동원하는 어마무시한 감동의 파도가 아니라 미소나 농담에 가깝다. 그리고 동시대미술의 주류가 주력해온 미적 감동이란 미디어나 대중의 상상 속에 있는 허황된 스케일이 아니라, 현실감이 와닿는 쓸모없는 외형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그의 작업 연대기에서 대표작이라 판단되는 작업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서 이번 개인전을 구성했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노상의 영역표시판이나 보도블록처럼 범속한 사물에 윤기 나는 표면을 입혀서 면밀히 눈여겨보게끔 만든 도자 작업도 만날 수 있고, 장식 선반에 가지런히 비치된 수석壽石 취미를 영롱한 옥색 빛을 발하는 도자 조형물로 전유한 품격 있는 소품도 만날 수 있다. ■ 반이정

Vol.20231116d | 김준명展 / KIMJUNMYEONG / 金俊明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