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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홈페이지_www.leejiyeon.co.kr 인스타그램_@0131jiyeo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공공을 위한 100개의 질문 릴레이展
후원 / 충북문화재단_충청북도 주관 / 비칠칠문화예술협동조합 www.b77.kr
관람시간 / 10:00am~06:00pm
어계원 갤러리 EOGYEWON GALLERY 충북 청주시 흥덕구 흥덕로127번길 14 (운천동 848번지) 1층 Tel. +82.(0)43.232.8622 @eogyewon
접혀진 시공간의 사이에서 ● 이지연 작가는 라인테이프를 사용하여 선을 긋고 그 선을 조합함으로써 면을 구성한다. 면들은 서로 만나고 중첩되면서 3차원의 공간을 나타내는 건축적 구조를 표현한다. 이 과정은 화면분할과 색의 조합을 통해 조형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직선을 사용한 기하학적 형태는 수학적 논리와 철저한 계산, 목적지향적이고 속도지향적인 가치관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지연 작가는 밑그림도 없이 즉흥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자신만의 비논리적이고 비규정적인 공간을 구축해나간다. 이는 미지의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여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반영하지만, 호기심과 애정으로 공간을 대면하는 친화적 행위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기억 속 공간을 그리는 작업에서 시작하여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고 표현하는 작업으로 나아간 바 있다. 그러나 작가노트에서 '상상이라는 기억력을 가지고' 시간의 길을 향해 간다고 표현하듯, 그에게 기억과 상상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상은 기억에 의존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나가고, 기억은 상상에 의해 변화되면서 과거의 공간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기억과 상상은 모두 보이는 장소 너머 보이지 않는 곳들을 떠올리며 가상의 공간을 돌아다니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작업은 공간 자체가 아닌, 서로 다른 공간 사이를 드나드는 행위에 중점을 둔다. 이에 작업은 문과 계단이라는,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통로와 같은 공간을 집중적으로 담는다. 문은 공간을 좌우의 공간들과 이어주며 계단은 위와 아래로 연결시킨다. 원근법적 표현에 의한 시각적 일루전은 공간 안에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게 한다. 한정된 공간은 무한히 확장되며 우리의 시선은 열려진 곳을 따라 이동한다. 목적이나 행선지가 정해져있을 때 이동의 과정은 목표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드나드는 행위 자체를 위한 움직임에는 성취해야 할 목적이 없다. 나누어진 공간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마음 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산책자처럼, 펼쳐진 공간을 배회하며 다른 공간을 넘나든다. 캔버스 화면 위에 표현된 중첩된 공간과 넘나듦의 행위는 얇은 나무판을 겹쳐 제작한 저부조와 오브제 조각으로도 표현된다, 전시장 벽면과 바닥에 테이프와 시트지를 사용한 공간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확장되면서 작가의 기억 속 공간과 상상 속 공간은 현실의 공간, 관람자의 공간과 만나기도 한다. 또한 라이브 퍼포먼스의 형태로 제시되면서 현장감과 연극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 『드나드는_』에서 캔버스 작업에는 마치 한 장의 긴 종이를 여러 번 접어 바닥에 세워놓은 것 같은 형태가 두드러진다. 하나의 면은 접혀지며 각각의 구획과 공간들을 형성하고, 각 공간은 다른 부분들과 구분되되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다른 부분을 접었을 때 새로운 형태와 다른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상상케 한다. 벽과 같은 건축적 구조를 그리면서도 건축적 견고함이 아닌, 접는 위치에 따라 새로이 만들어지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각 면들은 순차적으로 이어지면서 시간의 연속적 흐름을 느끼게 한다. 이 시공간은 접힘과 펼쳐짐에 따라 각기 다른 무수한 세계를 생성해낸다.
작품에 균형을 잡아주는 수직의 선들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사선들은 안정감과 율동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일반적인 공간법칙을 유지한 채 모색하는 자유로운 형태는, 현실 그대로도 아니고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파괴하지도 않은 공간, 추상도 구상도 아닌 중간상태의 공간으로 표현된다. 각각의 면들은 은은하게 빛나는 색상으로 채워져 그 자체의 고유한 형태와 색채를 가지며, 다른 면들과 만나고 겹쳐지며 조화를 이룬다. 각기 다른 색과 형태의 면들이 이어지고 중첩된 모습은 마치 삶의 순간 순간을 나타내는 듯하다. 각 시간과 공간은 다른 색을 입고, 다른 장면과 구분되는 순간으로 간직된다. 그리고 이 순간들은 겹겹이 쌓이고 중첩되어 한 사람을 형성한다. 접혀지면서 구획된 각 공간은 뚫려있는 문들로 연결된다. 문들은 마치 휘어서 맞붙은 공간 사이를 관통하는 웜홀처럼, 분리된 시공간을 이어주고 다른 시공간을 드나들게 한다.
작가는 이 공간을 '미리오라마'라는 카드기법을 사용하여 무한한 조합으로 열어놓는다. 작품을 이루는 여러 개의 캔버스는 가로로 나란히 붙어있는데, 각각의 캔버스의 좌우의 변에 닿는 선의 위치와 면의 색상이 서로 같기 때문에 작품은 좌우순서를 바꾸어 놓아도 모두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형태는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조합되는 것이다. 이 기법은 카드 형태의 유희적 작업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공간을 창조하는 일에 관람자를 끌어들인다. 12장의 카드에는 좌우로 조합할 수 있는 이미지가 담겨있으며, 관람자는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의 순서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지연 작가는 자신의 공간을 관람자와 공유하고 관람자가 그 공간을 다시 점유하고 확장시키는 주체가 되게 한다. 그 과정은 마치 작가가 작품의 공간을 놀이터 삼아 탐색하듯이, 카드게임의 형식을 빌린 유희적 방식을 취한다. 작가의 공간은 그렇게 고정되거나 소유되지 않음으로써 더욱 많은 시공간으로, 주체로 열리게 된다. ■ 박수현
Vol.20231113f | 이지연展 / LEEJIYEON / 李知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