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송효진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아트랩반 ARTLABBAN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29(연희동 121-6번지) 201호 www.facebook.com/artlabban
류정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한 정동을 신체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뼈'와 연결하여 탐구한다. 뼈는 단단하게 신체의 주축을 이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근육과 인대의 '붙잡음' 없인 힘없이 무너진다. 작업은 신체 내부에서 공명하는 뼈-근육 이미지를 바깥 세계로 뒤집어 중심 위치의 전위 가능성을 실험한다. 나아가 흔적기관의 모습을 상상적 대안으로 가시화하여, 의식-몸 경계 구획의 비결정성을 포착하고 재지도화한다. 몸은 유기적으로 열려 있으며 종결이 없는 것으로, 각기 다른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뼈 조각들은 다시금 감상자의 몸에 각인된다. 결국 우리는 저마다의 뼈를 남기고, 각기 다른 형태의 기억을 안고 있으며, 다른 객체로 환원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가늠케 한다.
박송이는 재즈와 같은 음악적 리듬과 변주를 종이와 공간 안에서 재료의 성질을 통해 구현한다. 작업의 재료인 먹, 아교, 겔미디엄, 바니쉬는 초기에 액체로서 유동적인 성질을 지녀 장지 속으로 흡수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철판처럼 빳빳하고 힘 있는 성질로 변모한다. 작업은 각 재료가 발산하는 힘을 존중하고, 각 성질을 조화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물질 간의 비율을 조절하며, 그들에게 역할을 위임하고 관망한다. 공간 안에서 '재즈수묵'은 생기적 참여자로서 서로 지지하고 받쳐주면서 얽히고, 리드미컬하게 뻗어나가며, 호흡하고 어우러진다.
이채원은 점토의 특성과 반대로 수축이 아닌 팽창, 튼튼하지 않고 썩어 부서지는 유동적이고 아름다운 '빵도예'를 모색한다. 신작은 이전 빵 도자기를 통해 시간성과 물질의 관계에 호기심을 느낀 것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모색한다. 빵의 시간은 느리고, 예측불허하며, 부패한다. 여기서 작가는 유한성을 넘어 흙으로 돌아가 만물에 근원이 되는 순환적인 생명성에 주목하며, 각각의 빵에게 식감과 향기로 감정을 추적해 이름을 지어준다. 실패한 빵 겉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밀가루의 입자들은 곰팡이의 모습과 인간 피부의 유사점을 공유하며, 복잡한 화학작용에도 빵의 표면은 반죽을 기억한다는 점에서도 인간의 기록하는 방식과 상응한다고 본다. 나아가 '빵 종이'에서 편린으로 떨어진 조그마한 조각도, 여전히 애정을 담아 종이접기로 형상을 빚어 작품으로 전환한다.
조은시는 돌발적 사건을 화면 내에 발생시킨다. 그리고 조형 요소들을 납치-투하하는 과정으로부터 연쇄적인 상상을 촉발하고자 한다. 「먼 친척」은 커다란 바다의 '소용돌이'의 경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물살의 이어짐이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를 수 없는 경계의 서사를 직조한다. 이때 등장하는 '빙하'와 '바다' 모두 생성의 과정은 다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물'로 이루어진 이들은 궁극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정교하게 연결되는 공통 세계에 속한다. 작가는 이러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화면 속에서 새롭고 예상치 못한 여러 귀결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모두를 긍정한다. 이를 통해 객체들의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존재들이 이루는 역동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
Vol.20231111f | 액체세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