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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1107_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화인페이퍼 갤러리 Finepaper Gallery 서울 마포구 연남로1길 30 1층 Tel. +82.(0)2.335.5305 www.finepapergallery.com
검프린트(Gum bichromate process)는 중크롬산염의 감광성을 기반으로 한 19세기 고전 인화 기법이다. 표현이 풍부해서 많은 사진가들이 관심을 갖지만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신 분들은 많은 공정에 지치고 꽤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다층의 색이 입혀지며 상이 떠오르는 순간의 전율은 나를 6년이나 검프린트라는 작업에 매진하게 하였다. 그간 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수련의 시간을 견뎌왔고 비로소 사진이라는 언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둠을 수놓는 별빛처럼 검은 배경에 화려한 꽃을 대상화 한다. 아름다움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유한한 시간과 더불어 존재와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져본다.
오브제로 움직이지 않는 꽃을 배치하였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모든 생명은 죽음이라는 한계성이 있다. 그 유한성으로 더 많은 가치를 부여 받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우리는 매료된다. 내가 꽃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체는 숨 쉬는 순간부터 나날이 늙어가고 상실을 겪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파괴적인 시간의 흐름에 압도된다. 이러한 일련의 꽃에 대한 감정이입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성장시키기도 한다.
꽃으로 작업하면서 삶의 해상도가 높아졌다. 대상을 볼 때 꽃과 주변부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오감이 깨어나고 생명력이 투영된다. 꽃을 꽂는 규칙 속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불규칙, 꽃들의 군상을 어떻게 존재 시키는가 는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모든 예술은 최상의 상태에서 음악적 모습을 지향한다. 꽃은 색 자체만으로도 리듬감이 있으며 그 농도에 따라 생동감을 부여한다. 시간을 버텨낸 숭고함 속에 조화를 표현하며 풍요로움과 향기를 담아보고 싶다.
뷔케는 마치 나와 다른 존재와의 어울림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음이 공간으로 확장되는 듯 하다. 공간과 공기 그리고 꽃이 펼쳐가는 삶의 의미, 꽃이 각자의 고유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연결고리로서 길고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꽃으로 시작되어 나를 찾는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의 어울림 그리고 관계이다. ■ 김예랑
Vol.20231107j | 김예랑展 / KIMYAERANG / 金禮朗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