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집 strange house

한솔展 / HANSOL / 韓솔 / media   2023_1101 ▶ 2023_1122 / 월요일 휴관

한솔_계승된 집 Inherited home_단채널 비디오_00:30:00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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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임시공간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임시공간 space imsi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8 Tel. 070.8161.0630 www.spaceimsi.com www.facebook.com/spaceimsi @spaceimsi

경합하는 시간들 ● 나는 잠에서 깨서 목이 말랐다. 머그컵을 찬장에서 꺼내어 부엌으로 갔다. 컵이 깨지더니 테이블 아래로 떨어졌다. 꺼림칙한 기분으로 현관문을 나서고 신발을 신었다. 곧 어깨가 축축하게 젖었고 비가 내렸다. 집으로 돌아와 비를 맞으며 숄을 벗었다. 아마도 비명을 지르면 브로치에 손가락을 찔릴 것이다. ●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목이 말라서 잠에서 깼으며, 부엌으로 가 머그컵을 찬장에서 꺼내었다. 컵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더니 깨졌고, 꺼림칙한 기분으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야 했다. 곧 비가 내렸고 어깨가 축축하게 젖었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 숄을 벗으며, 브로치에 손가락을 찔려 비명을 지르는 상상을 했다.

한솔_납작한 땅이 솟아오르는 순간 The moment the flat earth rises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23
한솔_기묘한 집 Strange house_단채널 비디오_00:30:00_2023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당신은 아주 불안했을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익숙한 흐름에서 벗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이 정해진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배반하는 사건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있자면,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들 한다. ● 그러나 한솔 개인전 『기묘한 집』은 먼 조상을 기리기 위해 지내는 제사부터 지역문화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세워진 온갖 기념물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역사가 옹위해온 것들을 데이터모쉬(datamosh)를 활용하여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욕망에 따라 과거가 편집되고는 한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작가는 편집된 과거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데이터모쉬를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데이터모쉬는 정보를 가진 프레임을 제거하거나 교체해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법으로, 그의 작업에서 시간들의 경합을 포착하고 그 구조를 탐색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한솔_나들이 Picnic_다채널 비디오_00:05:00_2023
한솔_나들이2 Picnic2_단채널 비디오_00:05:00, loop_2023

전시실의 벽면을 따라 늘어선 「납작한 땅이 솟아오르는 순간」(2023)은 문중의 시제와 가야랜드, 감물야포구를 촬영한 영상을 데이터모쉬를 활용해 억지로 늘리거나 깨트려 만든 이미지를 인쇄한 작업으로, 역사와 전통이 크고 작은 공동체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또한, 매리마을에서 신(新)주거단지의 경로당을 향해 걸어가는 할머니로부터 시작하는 「나들이」(2023)는 데이터모쉬로 생성한 이미지로 도배된 가벽 위에 설치된 디지털 액자를 통해 상영되는데, 지역문화개발의 비전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를 토대로 상상한 풍경을 매끈한 3D 이미지로 제시하는 「나들이 2」(2023)와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와 그들의 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계승된 집」(2023)에서 데이터모쉬를 활용한 이미지 실험은 비선형적 시간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심화된다. 한편, 「기묘한 집」(2023)은 인터뷰를 중심으로 지역 개발에 따라 변화하는 정서를 포착하고자 시도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한솔_기묘한 집展_임시공간_2023
한솔_기묘한 집展_임시공간_2023
한솔_기묘한 집展_임시공간_2023

데이터모쉬로 생성한 이미지는 정신분열증을 야기한다고 보고되기도 하는 환각제 LSD를 투여한 사람이 경험하는 환각 현상과 닮았다. 정신분열환자는 언어를 분절할 수 없어 'I'와 'me'를 지속하는 감각을 갖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언어를 사용하기에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감각할 수 있었던 정체성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순차적으로 나열되지 않고 표류하는 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일 수 없다. 현재의 욕망에 따라 편집된 과거가 미래를 두드리고 있다. 머지않아 지독한 혼란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한없이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이미 일어났다. ■ 김강리

Vol.20231106b | 한솔展 / HANSOL / 韓솔 /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