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DIASPORA

수성신진작가 공모사업 2023展 SUSEONG YOUNG ARTIST 2023   2023_1101 ▶ 2023_1118 / 월요일 휴관

디아스포라-수성신진작가 공모사업 2023展_수성아트피아_2023

초대일시 / 2023_1101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신준민_이원기_장수익_민주 미소_신명준_안민_김상우_현수하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1,2 전시실 Tel. +82.(0)53.668.1840 www.ssartpia.kr @ssartpia_official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향 땅 팔렌스타인을 떠나 전세계 각지에서 유대교의 규범과 유대인의 생활 관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매우 특정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종종 '스스로 떠돌이의 삶을 자처하는 이', 혹은 '고향을 떠났지만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 라는 개념에 적용되기도 하는데, 특히 예술 활동을 위해 객지 생활을 하거나 작품 창작을 위해 전세계를 유영하는 예술가들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 디아스포라와 예술가간의 연관 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양혜규 작가의 초기 작업 중 텍스트와 관련된 것들이다. ● "하지만 혼자 있노라면 조금씩 무서워진다. 나는 정말 나인가? 아무도 더 이상 기댈 수 없다. 강 건너편이든 강 이편이든 어디에도 내 편이 없기 때문이다. 저편에서는 죄를 짓고 도주한 도망자이며, 이편에서는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사는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내것이 있다면 깊고도 깊은 고독이다. 홀로 있음이다. 고독과 홀로 존재함이 주는 자유란 고통을 나누지 않고 위로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 독점할 수 있는 몫으로 온전히 남겨진다." ● 떠돌이 유학 생활을 견뎌야 하는 예술가의 절대적인 고독을 토로하는 양혜규 작가의 에세이는 디아스포라 예술가의 내적 고백의 표본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형성되었으되,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예술가의 숙명을 반영하기도 한다. 예술가는 무엇을 노래하는가? 그들은 온갖 것을 표현한다. 작가들의 경험과 그 왜곡된 시공간에 대해. 그러나 그 심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노래하는 것은 고독, 그 절대적인 고독이다. 그들의 자발적인 고독은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요, 창작의 원천이다.

디아스포라-수성신진작가 공모사업 2023展_수성아트피아_2023
디아스포라-수성신진작가 공모사업 2023展_수성아트피아_2023

2023 수성신진작가 공모지원사업 전시의 동명의 제목이기도 한 『디아스포라 Diaspora』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매년 두 명씩 선정하여 지원하는 수성신진작가 공모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룹전이다. 김미소, 김민주, 김상우, 신명준, 신준민, 안민, 이원기, 장수익, 현수하 등 아홉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고독으로 펼쳐낸 작품 세계로 전시에 참여했다. ● 현대미술에서 예술가의 시선은 다양함을 허용하고 장려한다. 시선이 다양함은 작가들의 '바라보기'의 각기 방식과 개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작품을 이해하는 단초로 작용한다. 종종, 예술가의 시선은 동시대인의 틀을 넘어서며 틈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평론가와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 '틈'은 현대인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는다. 이를테면, 현상에 대한 시지각적 감각을 '필요 이상으로' 곤두세우거나, 일반적으로 하찮다고 여겨지는 소외되고 평범한 사물들에 시선이 머무르고 감정을 이입하는 경우가 그렇다.

미소_약손_캔버스에 유채_162.2×242.4cm_2023
미소_어제는 오늘에 내일은 오늘에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22
현수하_종이에 아크릴채색_212.3×148.2cm_2023
현수하_Our Summer_종이에 아크릴채색_148.2×212.3cm_2023

'신진작가'를 떠올릴 때,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신세대와 낯선 작가에 대한 새로움이다. 주로 MZ 세대의 연령대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그 세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통점이 엿보이면서도 작가들의 오랜 고민들도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를테면 김미소 작가와 현수하 작가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노스탤지어적인 관점을 투영한다. 할머니의 손, 재개발로 사라지는 공간을 그림으로 담는다. MZ 세대 작가들의 일부에게 아날로그 감성이나 레트로 감성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신진작가 워크숍에서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의 애니메이션에 천착하여 캐릭터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재창조하는 조소 작가를 본 적이 있다. "왜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를 그리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그 신진작가의 대답은 참신했는데,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립다"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이렇듯 디지털 세대에 태어난 MZ 세대 작가들이 디지털 현실을 아날로그로 대입하여 묘사하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미소 작가가 개인적인 상실과 자신의 할머니의 손을 그리면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입하는 형상이라면, 현수하 작가는 대구의 한 지역으로 알려진 현실의 시공간이 재개발 계획으로 스러지면서 사라지는 공통의 기억과 추억에 주목한다. 우리가 신세대에게 기대하는 '새로움'에는 희망이 깃들 수 밖에 없다. 재개발에 대한 신진 작가들의 남다른 관심과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개성은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기성 '개발 세대'가 가지고 있는 단편적이고 폭력적인 개발 논리를 맞서는 감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_당신의 창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3
민주_당신의 창에서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3_부분

또한, '버림받은 것들'에 감정을 이입하는 김민주 작가 역시 고독을 노래하는 예술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김민주 작가의 작업은 좀 더 행동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폭발 직전까지 들끓은 예술가 정체성은 작가가 수집한 재개발 아카이브와 사진들, 그리고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텍스트 작업으로 표현한다. 서로의 온도와 리듬은 다르지만 소외된 과거에 대한 디아스포라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신진작가 삼 인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신준민_빛 숲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22
신준민_하얀 꽃_캔버스에 유채_53×72.5cm_2014
이원기_바닥이 작업이 될 때_리넨에 아크릴채색_250×400cm_2023
이원기_빛이 깨진 흔적-Mist, Mist_리넨에 아크릴채색_194×259cm_2023

그런가하면 신준민 작가와 이원기 작가는 둘 다 '빛'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활용하고 표출한다는 점에서 회화 작가의 원초적인 고민 -'무엇을 그릴 것인가?'-이 느껴진다. 평면 작가에게 있어 작업의 주제와 테마를 선택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특히 회화 작가에게 있어 '빛'을 자신이 바라본 관점으로, 자신만의 예술 체계로 구현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작업의 전부라 해도 다름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인상주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세계를 빛에 빗대어 재현하고자 시도했다. 신준민 작가가 빛에 대한 섬세한 표현 방식이 특기라면, 이원기 작가는 좀 더 자신을 투영하여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인상주의 이후의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빛에 대한 섬세한 작가의 감성이 표현되는 점에 감동을 받는다.

김상우_PARADOX_샹들리에, 알루미늄 프로파일, T5, 아크릴_100×150×150cm_2023
김상우_PARADOX_샹들리에, 알루미늄 프로파일, T5, 아크릴_100×150×150cm_2023
장수익_meaningless 무의미한_전선_200×130cm×130cm_2020
장수익_meaningless 무의미한_전선_200×220cm_2020
장수익_number_2301_패널에 전선, 클리어_120×160cm_2023

김상우 작가와 장수익 작가가 미디어 아트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도 아직 유효한 미디어 장르 논의를 유발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업을 끌고 나가는 것은 현대미술 작가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상우 작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해야 한다' 라고 하는 철학적이고 숙원적인 질문을 가지고 출발해다면, 장수익 작가는 sns등 현실의 모든 비주얼 체계와 세상을 다시 점/섬/면적인 회화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시도를 보여주는 점에서 새로운 세대 작가의 출현을 반기고 있다.

신명준_실천을 위한 행위, 형식를 위한 태도_2채널 영상_00:03:00_2023
신명준_아마도 무제 (Maybe Untitled)_단채널 영상_00:18:00_2023
신명준_아마도 무제 (Maybe Untitled)_단채널 영상_00:18:00_2023
안민_Conscience (23WED0517)_사인플렉스에 유채_220×350cm_2023
안민_Conscience (23WED0517)_사인플렉스에 유채_220×350cm_2023

마지막으로 평론가에게 미소를 선사하는 신명준 작가와 안민 작가를 언급하고 싶다. '노동으로 겹쳐지는 지점' 이라는 주제와 제목으로 '노동'이라는 관점으로 세계는 재편하고 작업으로 재구성한다. 안민 작가는 인도를 점거하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을 이미지를 수집하며 이 사회의 선과 악의 경계와 도덕성의 주관성과 상대성을 고민하는 안민 작가의 작업은 웃음을 유발한다. 현대사회를 평론하는 평론가의 삶 역시 현대 사회인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삶의 요소 중 하나는 '주차'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불법주차된 차량의 이미지를 수집하여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것의 목적이 고발인지, 관찰인지, 혹은 단순유희인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이런 지극히 새로운 시각 자체가 평론가를 너무나 즐겁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들이 합을 더해 이 시공간의 디아스포라적인 시선을 메아리치고 있다. ■ 조숙현

Vol.20231105j | 디아스포라-수성신진작가 공모사업 2023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