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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am~06:00pm / 일,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법흥리 1652-569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0)31.949.8154 www.gallerysoso.com
배종헌의 무행無行 - 이미 완성된 그곳으로의 초대 ● 무행(無行). 아무데도 가지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럼에도 그곳에 있는. 배종헌은 자신의 근작을 이렇게 명명하고 전시제목으로 올렸다. 그가 수개월의 해외 레지던시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익숙한 그곳에는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날아온 잡풀의 씨앗들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에 뿌리를 박아 제멋대로 자란 모양을 흐뭇하게 바라본 그는 그 광경에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것은 「콘크리트 정원」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원」이라는 이름의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곧 「무행」이 되었다.
배종헌의 작업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는 창작을 위해 길을 떠나거나 멀리 시선을 던지지 않고 익숙한 곳을 걸으며 가까운 곳을 유심히 바라본다. 골똘히 바라보며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가는 그의 눈에는 온갖 것들이 보인다. 그것은 보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생성하기 시작한다. 그가 그렇게 발견한 장면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다양해서 기록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연구의 모양을 갖출 때도 있으며 시가 되기도 한다. 조형적으로는 사진, 영상, 설치, 회화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든다. 규정하기 힘든 자신의 작업을 그는 끊임없이 정리하고 연결하여 체계를 갖추어나간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그만의 방식이다.
이렇게 예술에 대한 생각과 행위를 멈추지 않는 그가 이번 회화 작품에 특별히 '무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가 찾는 아름다움의 어느 일면을 주목하게 한다. 오래된 콘크리트의 균열에는 이름 모를 꽃이 피고, 누구도 가꾸지 않은 내버려둔 땅은 정원이 된다. 어느 미장이가 솜씨를 발휘해 마감한 담벼락에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미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시멘트 벽의 온갖 생채기와 벗겨진 페인트, 쌓인 먼지에는 아득히 먼 산수가 그려진다. 사람이 만든 것과 자연이 두고 간 것, 시간이 만들어낸 것,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생겨난 아름다움이 자리를 잡아 그곳에 있다. 배종헌은 '무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아름다움을 기리는 것이다.
그러나 길가의 벽을 보는 무심한 눈에는 그저 오래된 시멘트 덩어리와 갈라진 균열, 마구 자란 잡초만이 보인다. 오직 그것을 보고 듣는 배종헌만이 그렇게 주장하고 그것을 위해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든다. 프레임의 크기를 면밀히 결정하고, 속색과 겉색을 미리 결정해 겹겹이 물감을 올리며, 적합한 도구를 찾아 손에 맞게 길들여 화면에서 형태를 긁어낸다. 테두리까지 곱게 칠한 후 제목을 새기는 마무리까지 깔끔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미를 발견하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무행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행(行)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배종헌은 작품의 원천이 되는 균열과 먼지, 시멘트 거푸집흔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미 완성되어 그곳에 있는 아름다움임을 천명한다.
결국 우리는 그가 가리킨 자리에서 무행의 미를 찾는 한 예술가의 행을 본다. 그리고 그 행을 좇아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한 자락을 본다. 배종헌은 여행이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하나의 사건이며, 그렇기에 일종의 예술적 체험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의 무행無行은 미의 사건을 만들기 위한 행行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의 모든 예술작업은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의 공간, 예술의 사건으로 우리를 부르는 초대장이다. 초대된 우리는 잠시 그의 눈을 빌린 여행객이 되어 그가 만든 예술의 정원을 거닐어 본다. ■ 전희정
콘크레투스의 벽 ● 자라는 벽이 있어 // 돌이 자라 / 풀이 자라 / 나무가 자라 / 개울의 강과 바위의 언덕도 자라 // 꿈꾸는 돌 / 춤추는 풀 / 노래하는 나무 / 거니는 강 / 생각의 언덕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 스스로 나서 무엇이 되 / 함께 자라는 벽이 있어 // 늙은 벽이 있어 / 돌은 바위 되 / 풀은 들판 되 / 나문 숲이 되 / 강의 바다와 언덕의 산은 늙어 // 더럽혀진 바위 / 할켜진 들판 / 부딪는 숲 / 마모의 바다 / 박락의 산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 기억을 더듬는 회복의 주름 / 함께 늙은 벽이 있어 // 촉촉한 새벽이 깨어나 ■ 배종헌
Vol.20231105c | 배종헌展 / BAEJONGHEON / 裵宗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