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드로잉룸2.5 「가을에서 겨울」 공모展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드로잉룸2.5 Drawingroom2.5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다길 9 (연희동 128-30번지) 2.5층 @drawingroom2.5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는 종종 벽이 되고는 한다. 대화를 요청한 후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나를 벽처럼 대하고, 입이 없고, 귀만 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소통에 실패한 공허한 이야기들이 주변에 맴돌수록, 무례한 이의 귀는 점점 사라져간다. 이 입만 있는 존재들은 소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소통의 부재는 곧잘 매너의 부재로 이어 지기도 한다.
타인의 반응과 대답을 이해하고 살피는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 대화는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되곤 한다. 이런 태도는 상대를 향한 최소한의 존중 표현의 말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들조차 자의로 스킵 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험들 속에서 닳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때로는, 아니 지금 스스로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 과연 보호장치를 해제한 채 상호 존중하는 평등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 존중이 결여된 대화와 기울어진 관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타인을 벽으로 만들며 좁아진 관계망 안에서 우리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알기 어렵게 되고, 특정 좌표만 부여받은 상황 속에 처하게 된다. 사람들은 타인을 마주하는 길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마저 왜곡해 버린다. 문제의 본질을 알 방법도, 알기 위한 의지조차 없으며,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스스로 벽이 되길 자처하기도 한다. 입은 말 할 의지를 잃고 굳어가며, 귀는 생기 없이 듣기만 한다.
닫혀진 마음, 그어진 경계선, 억울한 기분. ● 서로가 소진되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1그램의 예의를 갖추고, 나 자신의 귀와 입을 살펴보자. 우리는 잘 듣고, 잘 얘기할 수 있는 귀와 입을 제대로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 까딱 잘못하면, 내가 누군가를 벽으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에는 그 벽안에 갇히게 되는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잘 봐야 한다. 나의 위, 아래, 옆에 누가 있는지. 소중히 대해야 한다. 나 자신도. ■ 최제곱(최윤정X최희정)
Vol.20231028b | 귀 없는 입-최제곱(최윤정X최희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