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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2023_1029_일요일_11:00am 2023_1031_화요일_11:00am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주최,주관 / 공주문화관광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공주문화예술촌 GONGJU CULTURE ART VILLAGE 충남 공주시 봉황로 134 Tel. 070.4415.9123 www.madeingongjuartproject.com/공주문화예술촌 @gongju_creative_residency
기억의 궁전 속 『도시의 암호들』 - 기억의 궁전 ● 장동욱은 간과하기 쉬운 삶의 면면(面面)을 기록한다. 풍경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탐험가이자 관찰자적 시선을 일관하며, 일상의 장면을 채집하고 체화해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해석한 공간을 구현해 왔다. 이러한 그의 그림은 이내 기억의 궁전(mind place)을 자극한다. 기억의 궁전이란 상상으로 만들어 낸 공간에 기억할 순간과 대상을 배치하는 기억술로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무의식의 세계에 쌓아둔 나만의 기억의 궁전으로 찾아가게 된다. 이때 궁전 속 잔재하는 기억은 하나의 큰 사건이기보다 등하굣길 지나치던 놀이터, 휴일 부모님과 찾던 유원지 등 일상의 편린에 가깝다. 기억의 궁전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헤집을수록 심상(心象)이 반영된 생경한 풍경이 떠오른다. 이러한 생경한 풍경은 실제(實際)로 존재하는 장소처럼 친숙하게, 하지만 상상의 공간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이는 장동욱의 그림을 매개로 해 기억의 궁전에 있는 특정한 기억을 발견한 듯하지만 기억의 섬광은 계속해서 미끄러지며 또 다른 장면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장동욱은 작가 노트에서 자신이 그려나가는 풍경에 관해 '캔버스 위에 기억의 발생 지점을 나열하며 사라져 가는 시간을 기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의 예술관을 관통하는 주요한 요소인 '기억'과 '시간'은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화면을 구성한다. 기억은 단단하지 않고 연약하기 때문에 시간의 파도에 의해 흐트러지며 사실로부터 왜곡된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형태가 원상을 잃고 이치에 맞지 않아, 우리가 불완전함을 인식하는 순간은 기억에 온전히 의지할 수 없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 장동욱의 작업에서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효용성이 다해버린 대상은 기억을 위한 기록의 소재이다. 잊히고 소외되는 존재로 예컨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물, 늙어버린 폐건물, 콘크리트 사이로 무성히 자라난 식물 등이 있다. 이러한 소재는 시간의 흐름에 의한 현상임을 헤아림과 동시에 대상이 번영했던 유구한 세월을 역설한다. 한편 '그가 기록한 공간의 기억은 원상에 가까울까?'라는 의문조차도 작가가 캔버스로 옮겨 원하는 이미지로 구현하는 바에 따라 실재(實在)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처럼 특정한 지점으로부터 시작한 장소는 점차 본래 자신이 지닌 정체성을 잃고 표류해 이름 없는 공간이 된다.
장동욱의 그림은 데페이즈망(dépaysement)에서 주는 기묘함으로 오랜 잔상을 남긴다. 작가는 자신이 채집한 장소를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세상과 같이 대상을 확대하거나 분절해 불안정한 구도에 놓아 우리의 시선이 의도한 장면에 닿도록 한다. 때론 그가 남긴 도시 곳곳의 이미지에서 얇게 펼쳐진 물감의 층위와 흘러내리는 안료가 착색된 흔적의 사이는 부서질 듯 견고하지 않은 얽혀 있는 시공간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장동욱의 작업이 발전하고 변하는 과정에서 그가 거쳐 간 도시마다 그림의 색채가 달라지는 것이다. 「교차 지점」(2019)에서 강렬한 원색의 지붕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점차 「제방의 형태」(2023)와 같이 색채마저 시간에 빼앗겨 탈색된 듯한 낮은 채도의 톤으로 전환된다. 백색에 가까운 미묘한 모노톤의 공간은 사라질 듯 아스라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작가의 기억에 각인된 어느 순간의 감정으로 각 도시의 공기에서 느껴졌던 무게감, 계절감, 시간감과 같은 복합의 감정이 색채의 온도감으로 발현된 것이다.
암호: 쓰고 지워지는 기호 ● 앞서 언급했듯, 장동욱의 예술관에서 '기억'과 '시간'의 요소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큰 틀로 작용하며 발전해 왔다. 『도시의 암호들』(2023.10.25.~11.5) 전시는 이러한 주제의 확장으로 그간의 작업을 비롯해 도시에 산재해 있는 암호를 포착한 신작을 공개한다. 어쩌면 작가는 그동안 탐험가로서 매일을 여행하며, 은연중 낯선 풍경에 숨겨진 코드를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도시의 암호는 그가 탐구하는 기억과 시간이라는 두 요소를 해석하는 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도시에는 알 수 없이 쓰고 지워지는 암호가 존재한다. 본래 암호는 비밀 유지를 위해 당사자 간에 꾸민 약속에 기반한 기호이다. 반면 장동욱의 그림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암호의 특징은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분투하기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아채게 한다.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은」(2023)은 일본 유람 중 마주친 어느 지역의 낙서에서 기인한다. 작가는 낙서를 하도(下圖) 삼아 그림과 기호가 혼재한 화면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도시의 기호는 형태가 훼손되거나 또 다른 참여자의 낙서에 의해 덮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여러 사람의 추억이 축적된 가운데 작가 역시 그림을 통해 이곳에 자신의 감정을 쌓았다. 한편 그림이나 기호를 그리고 지우는 행위는 발생한 사건을 자각하고 잊는 일련의 과정과 유사하다. 「도시의 암호」(2023)와 「누적된 이미지」(2023)는 한 도시의 교각 아래를 시간 차로 관찰한 후 그려진 연작이다. 이들 비교로 도시에서 흔히 지나치는 낙서가 누군가에 의해 어느 순간 사라졌음을 인지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기호화된 이미지가 레이어로 켜켜이 기록된 공간은 우리의 기억이 쌓여 가는 흐름을 자각하게 한다.
경험은 기억이 되고 그것은 감정이 된다. 장동욱은 끊임없이 자신이 경험한 풍경과 기억에서 파생된 감정을 그림으로 그렸다. 『도시의 암호들』 전시에선 장동욱의 시선이 닿았던 무심히 놓인 일상의 공간이 담담하고 은은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보편적 대상으로부터 출발한 그의 그림이 평범함을 넘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마치 기억의 궁전에서 분명하지 못하고 희미한 기억의 잔상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속해있기 때문은 아닐까. 기억의 궁전 깊은 곳에 내재한 감정은 말미암아 우리 주변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장동욱이 지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할 또 다른 풍경 속에 펼쳐질 내밀한 감정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은정
삶이 닿아있는 도시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린 나는 그 주변을 배회 한다. 현재 내가 서있는 도시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지도 않았으며 과거의 기억을 담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 틈에서 이 낯선 도시의 이면을 찾아본다. 그리고 어딘가에 나처럼 이방인이 되어 소멸되고 있는 기억을 담아낸다.
#1. 사물은 출처를 알 수없이 수집된다. 마치 어딘가 남아있을 기억을 단서처럼 관찰의 시간을 갖는다. 나에게 사물의 특수성은 군부대에서 보았던 과거의 잔해들이었다. 부식된 철모와 버려진 탄피들은 의도하지 않은 경험에서 인지 하였고 끊임없이 학습하였던 점이지역에 남겨진 것들이다. 무분별하게 노출된 사물들에 남겨진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되며 쓰임을 다하거나 무성의 소란스런 사물들에 기억을 발췌한다.
#2. 누락된 도시의 풍경은 마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들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들이 풍경 안에 흩어져 있다. 기억의 단서처럼 분산된 사물과 구조물 사이로 식물들이 올라와 있다. 무분별하게 뒤엉켜 자라나는 식물은 시간을 거스른 야생의 증식은 그 공간의 감각적 기억이 파편화되어 남아있다. 이런 공간은 어딘가 모르게 나와 닮아있다고 단정 지어보며 유년기의 기억을 거스른다. 나의 유년기 고향은 성수기가 존재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이 오갔으며 어두운 도시의 꺼지지 않는 야경처럼 생기가 넘쳤다. 조그만 놀이동산과 커다란 리조트, 몇몇 건물들도 들어서 있었다. 마치 영원할 것 같았다. 어느덧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을 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풍경은 이런 곳이다. 잊혀졌지만 남아있는 것들이며 도시의 횡적인 기억의 레이어가 쌓여있는 곳, 하지만 언젠간 흐릿한 연기처럼 감춰질 도시의 암호들로 각자의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의 지점이 되어 도시의 시간들을 추적한다. ■ 장동욱
Vol.20231025h | 장동욱展 / JANGDONGWOOK / 張東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