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

정원展 / JEONGONE / printing.mixed media.installation   2023_1025 ▶ 2023_1102 / 일,월,공휴일 휴관

정원_포말에 잠긴(2/2)_판화지에 석판화, 혼합재료_108.5×15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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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울산광역시북구 주최,주관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_플랜디파트

관람시간 / 09:00pm~06:00pm 토요일_09:00pm~03: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북구 중리11길 2 북구예술창작소 Tel. +82.(0)52.289.8169 www.bukguart.com @bukguart

오래되거나 잊혀 바깥으로 밀려난 것에 주목한다고 말하는 작가 정원은 판화를 주요한 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판화라는 전통적인 장르이자 긴 시간 동안 섬세한 과정과 엄격한 법칙을 지켜온 매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작은 동판을 오래도록 부식 시켜 구멍을 내거나 두껍고 거친 요철이 생긴 형태를 획득하여 광목 천이나 반투명한 노방 원단 위에 찍어내거나, 판에 잉크를 묻혀 찍되 굳기 전의 반고체 상태인 석고 위에 찍어내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나아가 투명한 레진에 동판화를 찍어낸 뒤 이미지가 새겨진 레진 덩어리를 곡선의 형태로 만들어, 굽이치는 파도의 모습을 설치 형식으로 풀어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동시대 미술 속에서 사라져가는 판화 기법을 선택했다는 지점과 지지체에 직접 이미지를 그리지 않고 판 위에 새기고 찍어내는 간접적인 성질을 선호하는 점 또한 정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_파랑-32-3-5 (시리즈 작업 중 일부)_석판화, 동판화_32×32cm_2023

그렇다면 정원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사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미지나 텍스트, 기호나 상징 등을 첫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다양한 상징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미지의 안쪽으로 진입하는 어려움에 반해, 그림에 대한 작가의 말은 단호하고 그리 복잡하지만은 않다. 정원은 이전에 주로 머물렀던 거주 공간과 작업실의 안팎을 그렸고 이후에는 가상의 섬을 중심적인 이미지로 다루었다. 그에게 섬은 관념적으로 고립을 의도하는 곳이거나 안식처이기도 하고, 작가에게 막연함 불안감이나 고양감을 일으키는 소재로서 머릿속의 풍경이나 기억의 감각을 꺼내어 펼쳐볼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기도 하다. 섬을 비롯한 이미지들은 검거나 짙은 선이나 번짐들의 겹침, 긁히거나 흐른 흔적들을 통해 만들어지며 화면의 가벼운 밀도감을 구성한다. 마치 곁에 놓인 빈 종이에 무의식적으로 기록한 메모나 그림을 떠오르게 하는 덩어리진 검은 이미지는 작가가 자신의 기억과 상상, 생각을 유영하는 과정에서 솟아난 상념의 섬으로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원_남겨진 것_0_해조, 우뭇가사리, 전분, 폐천막, 모래_지름 약 40cm_2023

2022년 경부터 정원은 해안가에서 발견한 스티로폼, 플라스틱 조각, 낚싯줄, 어망, 철근 조각 등의 부산물을 설치나 조각 작품의 재료로서 다루고 있다. 그에게 부산물이라는 단어가 지닌 특수한 개념을 살펴보면 사람이 만들고 사용을 다하여 버려졌으나 다시 파도에 의해 돌아온 것들, 즉 자연과 사람이 뒤섞여 혼종된 상태의 것이다. 그와 같이 인간과 섬 사이에 있었기에 둘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산물을 통해 타진하기도 한다. 섬이 뭉치고 집적된 산과 같은 개념이라면, 부산물은 반대편에서 바다처럼 흩어진 개체를 들여다본다. 섬의 해안가에서 수집한 다수의 우뭇가사리 판을 수집하여 전시장에 걸어두었던 「섬의 지도」(2022)의 경우 판화 이미지에서 나타났던 짙고 많은 선과 겹침이 떠오르기도 한다. ● 최근 울산에서 새로운 바다를 만난 정원은 다시 부산물들을 수집하고 있다. 작은 낚시용 플라스틱 물고기, 녹슬고 부식된 철근 덩어리와 파이프, 방치된 수조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 등을 직접 보고 사진으로 촬영하였다. 그중 작가가 주목한 것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방치되거나 멈춰있는 사물과 풍경들이 있는데,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얼마 간의 시간을 지나 보낸 뒤에 여전히 남아있는 쓸쓸한 상태들의 사물과 사람, 공간들이 정원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전과 다른 장면을 만나 그곳의 근래의 역사와 현재를 보고, 수집하고, 산책하며, 기록하고, 발견하는 모든 과정 또한 그의 작업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최희승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정원_밀려오고-밀려가는 그곳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소외되고 바깥으로 밀려난 것들에 관심이 많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것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아래로 가라 앉는다. 이들은 쌓이고 퇴적되어 일종의 섬이 된다. 과거와 과거가 쌓여 인간이 만들어 지듯 시간이 쌓여 수면 아래 섬을 구성하고 있다. 섬은 바다 위에 홀로 떠있는 듯하지만 수면 아래 다른 섬 혹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 또한 개인으로서 존재함과 동시에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살아간다. 바다 아래에 섬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은 파도에 쓸려 어딘가로 흘러간다. ●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바닷가를 거닌다. 어디에도 속하며, 속하지 않는 이곳에는 밀려오거나 밀려난 것들이 가득하다. 경계의 부산물을 수집하여 육지와 섬, 바다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연결을 추측한다. 부산물과 우뭇가사리와 한 대 섞어 얇게 펼쳐 둥그런 부표를 만든다. 바닷가의 먼지, 모래, 작은 새우 껍데기부터 스티로폼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낡은 코딩장갑, 넓다 란 해조들이 뒤틀려 있다. 불완전한 부표를 따라 읽을 수 없는 지도를 본다. 경계에서 발견한 모호한 물체를 분석한 지도를 읽어 나가며 푸른 바다에 감춰졌던 모순이 가득한 바닷가를 해석한다. ■ 정원

Vol.20231025c | 정원展 / JEONGONE / printing.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