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고리즘 챌린지' 프로젝트 기획글 ●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과의 경계를 점점 더 해체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의 영역이 점차 확대될수록 마주하는 불안은 인간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합니다. ● 이번 '논알고리즘 챌린지'에서 '논알고리즘'1)은 단계적으로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매우 유연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형화되지 않고 임의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논알고리즘은 보통 창의성, 직관, 직감, 경험 등을 기반으로 한 결정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고도의 인간 사고와 매우 유사한 체계이기도 합니다.

논알고리즘 챌린지 1부. 귀맞춤展_세화미술관_2023

'논알고리즘 챌린지'는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와 관계 속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다각적으로 사유해 보는 3부작 기획전시 프로젝트입니다. ● 첫 번째 전시 《귀맞춤》은 인간의 비정형적인 사고의 근간인 '감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각중심주의에서 체감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청각'을 자각하기 위한 실험의 장으로써 소리를 통해 우리의 존재 자체를 감각해보고자 합니다. ● 두 번째 전시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는 '신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점차 축소되는 신체적 체험, 몸을 기계로 바꾸어 영생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을 바라보며 살아있음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 세 번째 전시 《4도씨》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억이 가진 모순과 망각, 비약과 도약 등 비합리적, 비결정적 작동 방식은 알고리즘과 다른 인간다움을 사유하게 합니다. 기억이 갖는 논알고리즘적 측면을 통해 모든 것을 모사하는 이 시대를 재발견하고자 합니다. ●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맞이하게 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 불확실하고 두려운 미래가 아닌 연대와 공감의 미래가 되길 기대하며, '논알고리즘 챌린지'를 통해 흐릿하게 가려진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원우리_주파수 응답(Frequency Response)_비디오 설치,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프로젝터, 컨트롤러, 2채널 스피커_가변설치_세화미술관 제작지원_2023

원우리_음정 응답(Interval Response)_사운드 설치; 컨트롤러, 다채널 스피커_가변설치_세화미술관 제작지원_2023

원우리_음정 응답(Interval Response)_설치전경_2023

원우리_음정 응답(Interval Response)_설치전경_2023

원우리_양자 맥놀이(Quantum Beat for Sound Installation)_사운드 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사운드 익사이터_가변설치_세화미술관 제작지원_2023

원우리_양자 맥놀이(Quantum Beat for Sound Installation)_설치전경_2023

'논알고리즘 챌린지' 1부 《귀맞춤》 기획글 ● 모든 것이 0과 1로 구성된 초디지털 사회에서 기술은 인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가 감각하고 사유하는 모든 과정에 입체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디지털로 재매개되고 재구성되는 디지털 포스트 휴먼으로의 이행은 또 다른 불안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두된 인공지능의 시대는 어쩌면 '인간' 같은 존재를 창조하고 발견하기를 원했던 인간 염원의 가장 구체적인 구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과 같은 존재의 등장에 이르러서야 인간다운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인간의 유연한 사고를 탐구하는 '논알고리즘 챌린지'는 첫 번째 전시에서 인간의 비정형적인 사고의 근간인 감각에 주목한다. ●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인간은 매 순간 수많은 외부 자극을 뉴런을 통해 뇌로 전달함으로써 의식한다. 감각은 외부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간의 독특한 방식으로, 오감 중에서도 '청각'은 외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을 가장 잘 '감각'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발생하는 동시에 사라진다. 빠르게 사라지는 소리를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청각 뉴런의 계산 능력 덕분인데, 청각 뉴런은 1,000분의 1초 만에 소리를 계산함으로써 신속하게 외부 자극을 감각으로 변환한다. 따라서 듣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외부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이미 듣고 있으며, 듣는다는 것은 언제나 자극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

배인숙_사운드 오브 시티(Sounds of City)_사운드 설치; 아두이노, 센서_가변설치_세화미술관 제작지원_2023

배인숙_사운드 오브 시티(Sounds of City)_설치전경_2023

배인숙_심 프로젝트(Seam Project)_사운드 설치; 챗 지피티와의 대화를 엮은 책자, 웹사이트_가변설치_2023

배인숙_심 프로젝트(Seam Project)_설치전경_2023

배인숙_심 프로젝트(Seam Project)_설치전경_2023

사실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동시에 소음이기도 하다. 내가 듣고자 하는 소리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를 방해하는 다른 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소리 속에서 내가 원하는 신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감각을 통해 외부 데이터를 전달받은 우리의 뇌는 자율성을 가지고 이를 지각한다. 예를 들어 음악은 의미도 정보도 담고 있지 않은 소리 조합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 음들에 상관을 만들어 내고 감동을 느낀다. 의미 없는 외부의 데이터를 감각을 통해 의식과 연결함으로써 개개인의 자율적 해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입력된 데이터 값을 명령어에 의해 실행하는 알고리즘의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주체적인 처리 과정은 여전히 도달할 수 없는 다음 차원의 영역이다. ● 《귀맞춤》은 인간의 감각, 그중에서도 시각중심주의에서 체감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청각을 자각하기 위한 실험의 장이다. 모든 정보가 영상매체로 전환되어 쏟아지는 지금, 눈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귀에 담긴다. 전시장에서는 청각을 증폭시킴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소리를 감각하는지에 주목한 작업들이 펼쳐진다. 이 작업들은 정해진 러닝타임을 갖지 않는다. 관객은 직접 내가 얼마큼 들을 수 있고, 들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관객 없이는 조율되지 않는 작업들이 놓인 이곳에서 각자의 귀를 맞추어 나의 시간을, 위치를, 존재를 감각하기를 바란다. ■ 세화미술관

* 각주 1) 정확한 표현으로는 비결정론적 알고리즘으로 일반적인 결정론적 알고리즘과는 달리, 동일한 입력이 주어지더라도 매번 다른 과정을 거쳐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전형산_불신의 유예#3; 컨택트(Suspension of Disbelief#3; Contact)_사운드 설치; 모터, 스피커, 앰프, VLF 리시버, 루프안테나, 라이트센서, 사운드 모듈_2018

전형산_불신의 유예#3; 컨택트(Suspension of Disbelief#3; Contact)_설치전경_2023

전형산_불신의 유예#3; 컨택트(Suspension of Disbelief#3; Contact)_설치전경_2023

전형산_다크필드; 모노리스(Darkfield; Monolith)_사운드 설치; 스마트폰 6대, 모터, 컨트롤러, 간판 프레임, 조명, 검정색 스테인리스스틸, 스피커, PA 오디오 시스템, 기타 이펙터_세화미술관 제작지원_2023

전형산_다크필드; 모노리스(Darkfield; Monolith)_설치전경_2023

전형산_다크필드; 모노리스(Darkfield; Monolith)_설치전경_2023

The develop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technology, which is advancing at an uncontrollable pace, is increasingly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humans and machines. As AI continues to encroach on domains previously reserved for humans, it gives rise to anxieties that force us to reconsider the existence and role of humanity. ● In this Non-Algorithm Challenge, a "nonalgorithm"1) refers to an approach or solution that is opposed to the typical algorithms used to solve specific problems step by step. Humans usually depend on a very flexible way of thinking that works organically and interacts with others socially. A non-algorithm, which solves problems in an atypical and arbitrary manner, produces a decision or action based on creativity, instinct, intuition, and experience. This is a system very similar to human thinking. ● The Non-Algorithm Challenge is a projected exhibition trilogy that seeks to provoke contemplation on the nature of humanity from various angles within the context of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onhuman entities in an era domin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 The first exhibition, Tuning the Ears, delves into the fundamental 'sense' that underlies humanity's unique way of thinking. It serves as a platform for experimenting with the human sense of hearing, which is often overshadowed by our visual-centric culture. The exhibition aims to help us reconnect with our own existence through the medium of sound. ● The second exhibition Skin, The Deepest Part addresses issues pertaining to the 'body.' It is designed to seriously consider what the definition of being alive is, observing gradually diminishing physical experiences in the digital environment and humanity's desire to achieve eternal life by replacing the body with a machine. ● The third exhibition 4ºC deals with 'memory.' The irrational and non-deterministic operations of memory such as contradiction and oblivion, leaps and bounds, lead us to contemplate the nature of humanity that is different from any algorithm. This exhibition is intended to rediscover this age of reproducing everything through memory's non-algorithmic traits and aspects. ● By contemplating the somewhat enigmatic nature of human existence, we hope this exhibition Non-Algorithm Challenge will pave the way for a new paradigm, providing viewers with a unique opportunity to explore countless possibilities for the future. Rather than a future filled with uncertainty and fear, we aim for a future characterized by solidarity and empathy at the beginning of a new paradigm we come across after going through the uncanny valley.

* footnote 1) To be exact, it is a nondeterministic algorithm. Unlike general deterministic algorithms, it refers to an algorithm that goes through a different process each time and produces different results, even if the same input is given.

Technology is intricately woven into the fabric of human existence, playing a multifaceted role in every aspect of our cognitive and sensory processes. In our hyper-digital world, where binary code of 0s and 1s forms the foundation of nearly everything, we find ourselves in a state of transition toward a digital post-human society. This transition, characterized by pervasive digital remediation and reconstitution, brings with it new anxieties and uncertainties. However, the adv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represents a significant realization of humanity's longstanding aspiration to create or encounter human-like entities. It is only when these human-like beings emerge that we are compelled to confront the profound question of what it truly means to be human. The first exhibition, Tuning the Ears explores our flexible thinking to discover humanity in the era of AI, focusing primarily on the human senses, which serve as the basis for our uniquely unstructured human modes of thought and perception. ● Humans, endowed with the capacity to perceive external stimuli through their sensory organs, maintain an unceasing state of consciousness as a result of the incessant influx of external stimuli processed by neurons in the brain. The human senses have their own distinctive way of processing external data. Of the five human senses, hearing possesses a remarkable aptitude for apprehending the intricate processing of external data. Sound materializes through the propagation of air vibrations, yet it is ephemeral, extinguishing as swiftly as it is born. We can sense these quickly vanishing sounds with the help of auditory neurons' calculation ability. Auditory receptor cells quickly transmute these external sound stimuli into neural activity, accomplishing this feat in a mere 1/1,000th of a second. Consequently, the act of hearing is an uninterrupted engagement with external data. Remarkably, even in moments of inattentiveness, our auditory faculties remain active, providing irrefutable evidence of our constant reception of stimuli. ● Every sound that exists inherently possesses an element of noise. Depending on what sound we choose to hear, other sounds that interfere with it are deemed as noise. Therefore, hearing sound is the process of finding the signal we want to accept among various concurrent sounds. Our brain, which receives external data through the senses, perceives it with autonomy. For instance, music is a combination of sounds that contain neither meaning nor information, but we forge meaningful connections between seemingly arbitrary sounds and experience profound emotional responses. We reach each individual's autonomous interpretation by associating such meaningless external data with consciousness through our senses. To AI relying on an algorithm that executes input data values in commands, humanity's subjective processing is still an area that cannot be reached. ● Tuning the Ears is a forum for experimental exploration, aiming to accentuate the often neglected sense of hearing in a world primarily dominated by visual stimuli. In today's information-saturated environment, where nearly all data is translated into visual formats, certain nuances and subtleties can only be apprehended through our sense of hearing. On display at the exhibition are works that highlight how we sense sound by amplifying our auditory sense. These have no set running time. The viewers may choose how long they listen. It is our hope that each visitor can sense their time, position, and existence by attuning their ears in this place where artworks that only viewers can attune are displayed. ■ Sehwa Museum of Art

○ 전시 연계 아티스트 토크 - 일시 : 2023년 11월 4일(토), 오후 4시 - 장소 : 세화미술관 ○ 배인숙 작가 「사운드 오브 시티」 워크샵 - 일시 : 2023년 11월 11일(토), 오후 2시 - 장소 : 세화미술관

Vol.20231018h | 논알고리즘 챌린지 1부. 귀맞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