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진선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킵인터치서울 Keep in Touch Seoul 서울 종로구 북촌로1길 13 1층 Tel. +82.(0)10.9133.3209 keepintouchseoul.wordpress.com www.facebook.com/keepintouchseoul @keep_in_touch_seoul
기억은 단지 한 개인의 의식에 내재하는 개념이 아닌, 시간 의식의 과정 중에 있으며, 살아 있는 개념이다. 한 공간을 넘어서고 시간적 연속성에 파열을 주고 있는 개인의 기억은 사회적 틀에 매개되어 공동의 회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 … 실체가 없는 존재부터 일상의 풍경까지, 지나가 버린 과거가 사람의 기억에 강하게 눌어붙어 선명하게 침범해 올 때 이들은 현재화되며 비선형적인 파동을 일으킨다. 기억에서 추적한 파편들은 현실의 기록뿐만 아니라 누락된 현실의 부분까지 얻어내어 다시, 지금의 몸을 이룬다. (전시 서문 中)
김가윤 ● 작가는 말이 꼭 못과 같다고 느낀다. 이 때 김가윤에게 못은 결코 부정적 비유의 대상이 아니다. 말과 못은 둘 다 구멍을 내며 박히고, 빠지고 나면 보이지 않던 흔적이 남는다. 못에 옷걸이가 걸리고 옷걸이에 옷이 걸리듯이, 말 또한 가슴에 박히면 다른 것들이 잇따라 매달려 그 말에 무게를 더한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말들에 대해 인터뷰하고 녹음한 뒤, 그 녹음본의 일부분을 음파의 형태로 전환해 흙에 새긴다. 「말 못–version 2」은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해 몸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말에 대해 주목한 작품이며, 「말 못–piercing words」은 말이 누군가의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생기게 되는 구멍들의 존재에 대해 전하고 있다.
방예은 ● 「Cross and pass」는 짧은 여행과 같은 산책을 하며 각인된 감각과 기억들로 섞인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낮과 밤을 잇는 푸르스름한 순간을 붙잡고, 유영하는 기억과 신호들이 만나 수면 위로 잠시 머물고 사라지는 찰나의 환상을 상기한다. 반투명한 천은 의식 속 깊은 곳에 잠들었던 잔상들이 머무는 장소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감을 부여한다. 애틋함이 묻어나는 무형의 잔상들은 사라지기 전 잠시나마 이 세계 속에서 흩날리고, 통과되고 주고받기를 거듭한다.
이안빈 ● 그때와 지금, 앞으로의 시간 안에서 맺어지는 수많은 무엇과의 관계는 늘 흔적을 남기고 떠나간다. 그때를 놓은 지금에서야 드러난 흔적에서 그때의 서로를 애써 그려보지는 말자. 작가는 지금은 지금의 빛이 비추기에–지금의 빛 아래 우리는 찰나이기에, 그저 하나일 것. 지금의 우리로 하나일 것을 속삭인다. 서로에게 온전히 닿으려 하기 보다는 나에게 비추어진 너의 모습을 담아내려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를 맞이할 수 있을거라 믿으며 「그땐, 지금, 후엔」은 수많은 당신일 나를, 지금의 빛 아래의 우리의 모습을 아로새긴다.
현초인 ● 현초인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품은 푸른 과수유인끈의 잠재태를 일깨운다. 노동하며 흘렸던 땀방울의 형태로 재현된 푸른 끈은 열매가 익기까지의 세월과 마음을 담고 있다. 결실의 시간을 함께 해온 끈들은 수확철이 되면 탯줄처럼 잘리지만, 그 긴 기다림의 시간동안 끈에 깃들었던 생명력은 물체 저변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며 여러 형상을 무한하게 창조할 수 있는 생성의 힘을 가진다. 작가는 그 힘을 놓치지 않으려 푸른 끈에 깃든 기억과 마음을 더듬으며 은유와 상징을 통해 추상의 형태로 완결짓는다. ■ 이진선
Vol.20231017f | 희미해지는 흔적의 형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