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

임철민展 / IMCHEOLMIN / 任哲民 / painting   2023_1010 ▶ 2023_1105 / 월요일 휴관

임철민_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展_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0823f | 임철민展으로 갑니다.

임철민 인스타그램_@chommi_chommi_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3 고양우수작가 공모전 청년작가전 3 고양 아티스트 365

주최 / 고양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Goyang Aramnuri, Aram art Museu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마두동 816번지) 상설전시장 2 Tel. +82.(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어두운 심야의 도시를 밝히는 스포트라이트에서 세계관 발견하기까지 ● 어둠이 지배하는 심야의 도심 경관 전체나 부분을 묘사한 연작이 많고, 채색을 배제하고 흑백 투톤으로 제한해서 집중도를 높인 수묵화.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의 2023년 개인전과 그 전후 임철민의 작업 연대기는 대개 이 조건을 따른다.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전시 제목은 우연한 경험이 창작의 실마리가 된 사연을 짧지 않은 문장으로 지어, 출품작들 사이를 잇는 구체적인 사연에 대한 궁금증도 이끈다. 보기 드물게 서사적인 전시 제목이다. 『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

임철민_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展_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_2023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개인전 신작에선 드론에서 내려본듯한 대형 공단의 압도적인 야경, 어둡고 한적한 도로에 무심히 세워진 버스 노선도, 종점에 나란히 도열한 버스들, 차가 끊긴 지방도시의 횡단보도, 그리고 전시된 그림들 속에 재현된 정체불명의 시공간의 위치를 확인시키는 안산역 간판을 심야에 담은 작은 수묵화가 있다. 작업 모두가 전시 제목에 적힌 것처럼 차가 끊긴 시간대 안산역 주변 광경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어두컴컴한 화면마다 이정표처럼 스포트라이트를 강조했다는 일관성도 따르고 있다. 심야의 웅장한 공단을 부감시점에서 바라본 야경에선 빛을 반사한 교차로의 십자구도가 스포트라이트로 기능하고, 주차중인 버스 중에 유독 버스 한 대가 노선번호 라이트박스에 조명을 켜 스포트라이트가 된다. 인적과 차가 끊긴 안산의 어느 횡단보도 위로 교통신호등 두 개가 부릅뜬 두 눈처럼 스포트라이트가 된다. 희귀한 대상의 존재감을 몇 갑절 부각시킬 때 쓰이는 스포트라이트가 임철민의 야경 수묵화에선 이정표에 충실 하는 데에 집중한다. 별 볼일 없는 대상에 집중 조명을 준 작업은 이전부터 임철민의 작업 연대기에 있어왔다. 어둠이 내린 이름 모를 시골 야경을 멀찍이서 바라본 가로등이나 조명 넣은 풍선 광고물 등을 다룬 「섬」이란 제목의 연작으로, 복잡하게 얽힌 주변부와 무관하게 독야청청 고립된 섬처럼 대상을 다뤘다.

임철민_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展_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_2023

어두컴컴한 야경에 이정표로 출현하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임철민의 작업 연대기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일관성은 연작 제목으로 쓰인 「계System」를 강조한 작업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투사한 것처럼 보인다. 임철민의 도심풍경화는 알 만한 사람들만 간신히 식별할 수 있는 장소들이 항상 선택되는 것 같다. 경복궁 청계천 롯데타워 석촌호수처럼 만인에게 알려진 여행지가 소환되지 않으며, 반월공단이나 안산역처럼 주변부의 알려진 장소가 묘사되는데 그마저 야경 프레임에 담겨 장소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작가의 흑백 수묵은 가치중립성의 방편 같기도 하다.

임철민_깜박 잠이 들었기 때문에 새벽녘에 버스 종점에서 안산역까지 헤맸던 건에 대하여展_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_2023

「계System」 연작은 무게감 있는 제목과는 달리, 야경으로 식별하기 곤란한 시골 모처의 밤풍경을 묘사한 작업인 바, 단조로운 일과를 마친 시골자락의 야밤을 조명 몇 개를 켠 가로등을 흡사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동심원처럼 표현한 그림이다. 우주 끝까지 퍼져나가는 주파수의 모양을 취한 이 시골 야경 그림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한 우주를 담은 사진을 닮았다. 이름 모를 시골 풍경의 단편으로부터 우주의 운행 원리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작가 노트를 읽던 중 요 몇 년 사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흡사하게 묘사한 지문을 발견했는데, 그 지문은 연작 「계System」를 유도한 초안이 아닐까 한다. "우리의 삶은 정해진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모노미스와 같다고 생각한다." ■ 반이정

Vol.20231015h | 임철민展 / IMCHEOLMIN / 任哲民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