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Call

한봄展 / HANBOM / 韓봄 / video.installation   2023_1013 ▶ 2023_1028 / 월요일 휴관

한봄_네가 저기에서 온다_단채널 비디오_00:20:48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갤러리175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3 2층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Gallery175

어느 토요일 오후, 컴퓨터로 그날의 경마 결과를 들여다보다가 4경주에서 말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은 라이언헤드의 데뷔 후 세 번째 경기였고, 오른쪽 앞다리 위 뼈가 자신의 달리기 속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고 했다. 나는 라이언헤드가 경주마 데뷔를 앞두고 찍은 증명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서 라이언헤드는 얌전히 서서,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 쪽을 보고 있었다. ● 이 사진을 보고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에 말의 시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초식동물인 말은 좌우로 넓은 원거리 시력이 발달했기 때문에, 아마 라이언헤드에게는 바로 앞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왼편 멀리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더 또렷하게 보였을 것이다. 「네가 저기에서 온다」는 내가 보는 것보다 훨씬 넓고 멀리 있던 것들을 한눈에 보고 있던 라이언헤드의 사진으로 시작되어, 여러 위치에서 바라본 풍경이 교차하는 비디오다.

전시 리플렛 스캔 이미지

제주는 지금으로부터 160만 년 전부터 백만 년 이상 이어진 해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체이다. 제주의 지형은 대부분 묽은 용암이 흘러내려 완만한 경사를 이룬 순상 화산체로 분류된다. 한라산은 야트막한 섬에서 방향과 위치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하고 커다란 지표이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의 가장 오래된 증거이기도 하다. ● 제주의 서쪽과 동쪽을 잇는 도로는 중산간 풍경을 가로지른다. 한라산을 등 뒤에 둔 목장 지대와 중산간 마을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도로변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과 가축들이 모두 산에서 내려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섬에서, 모두가 동시에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멀리서 온 소리에는 얼마나 먼 것까지 포함되어 있을까?

한봄_네가 저기에서 온다_단채널 비디오_00:20:48_2023

말을 길들이고 바라보기 위한 스포츠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현대의 스프린트 위주의 경마는 18세기 중반 이후 산업 혁명을 거치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모양을 갖추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더 빠르고 잘 달리는 말을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말을 섞어 서러브레드 thoroughbred라는 품종을 개발해 왔고, 오늘날의 서러브레드는 60kg의 사람을 태운 상태로 시속 70km의 속력을 낸다. ● 살아있는 말은 몸이 다치거나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 속도는 수십조 원 규모의 경마 산업이 돌아가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나는 사람이 만들어 낸 서러브레드의 몸이 경주에 소비된다는 사실보다, 서러브레드의 몸이 경주를 방해하는 순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거대한 자본과 노동력과 목숨으로 유지되는 시스템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말의 고집, 한숨 소리, 절룩거리는 발걸음, 호기심, 축축한 땀에 대해서. 기수와 말의 피부가 직접 맞닿는 곳에서 공유되는 체온에 대해 생각한다. ● 너는 아주 커다란 초식동물의 등 위에서 함성을 듣는다. 객석으로부터, 항구로부터, 커다란 화산으로부터. ■ 한봄

그래픽 디자인 / F mo 설치, 제작 / 한별, 한봄 감사한분 / 김규상, 김태창, 남화연, 민혜인, 박형준, 안영란, 안지한, 한승곤, 황효덕

Vol.20231015d | 한봄展 / HANBOM / 韓봄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