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자.jpg

김귤이展 / KIMGYUL.E / 金橘怡 / painting.installation.media   2023_1013 ▶ 2023_1021 / 일,월,공휴일 휴관

김귤이_수평선 기호 10-1였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수성 페인트, 종이_107×72cm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30810f | 김귤이展으로 갑니다.

김귤이 홈페이지_https://gyule.creatorlink.net/ 인스타그램_@gerneeee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울산광역시북구 주최,주관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_플랜디파트

관람시간 화~금요일_09:00pm~06:00pm 토요일_09:00pm~03:00pm 일,월,공휴일 휴관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북구 중리11길 2 북구예술창작소 Tel. +82.(0)52.289.8169 www.bukguart.com @bukguart

느슨하게 두지만,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붙잡아 색과 모양을 만들어 내는 일, 김귤이의 창작은 이러한 에너지를 토대로 시작되는듯 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여러 기호가 창작의 힘을 빌려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듯 작가의 생각이 활기를 갖고 그림 속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듯하다. 이렇게 뭉쳐지고 흩뿌려지길 반복하는 표현을 보고 있으면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그의 화면에서 덧붙은 모든 것들을 지우고 나면 어떠한 본질이 남는가? 작가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그림에서 본질 찾기를 뒤로 미뤄두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신이 느끼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 '나'라는 존재를 우선시 두는 것이 본질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이 때문인지 김귤이가 포착하는 순간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보다는 자신과 세계의 연결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이지 않고 부유하는 에너지에 관한 것들이다.

김귤이_그 뒤로 펼쳐지는 화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스프레이 페인트, 수성 페인트_160×258cm_2023
김귤이_수평선 기호 11-1였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수성 페인트_89×75cm_2023

세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응답이라도 하듯 작가는 그것들을 자신의 화면으로 끌어온다. 적절한 대비감에서 오는 아름다움에서 인지 아니면 충돌과 조화 속의 다이나믹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저 이러한 아름다움을 실컷 소비하고 싶어 작업에 표현하는듯 하다. 그렇게 소비하여 상실시키며 작가는 '나'라는 매개체를 통과한 새로운 세상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자신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그 순간을 의식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선택한 소재가 바로 '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업 전반에 나타나는 역동적 욕망의 에너지 근원은 모두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 오래전부터 인간의 언어는 무의식의 정신세계와의 관계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김귤이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만, 그것을 의식하기보다는 그저 무의식에 가까운 순간을 취해 온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의지와 관계없는 무의식은 곧 자신을 이끄는 타자라고 보았다. 자아 또는 주체가 아닌 타자가 인간을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귤이 역시 자기 내면을 비춰 작품으로 표현하지만, 그것은 결코 작가 자신에게 집중하여 일어나는 욕망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욕망하는 '나'를 둘러싼 욕망의 세계를 비춰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귤이_수평선 기호 6-1였던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수성 페인트_81.5×98cm_2023
김귤이_김귤이씨(33)의 변명中 일부, 2023_단채널 영상_2023_스틸컷

「수평선 기호」(2019) 시리즈를 보면, 작가 특유의 기호들이 정제되어 나타난다. 자칫 마음이 가고 손이 가는 대로 표현했기에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볼 수 있을 법한 선과 뭉개진 덩어리들은 사실은 외부를 의식하여 타자의 욕망을 '나'라는 필터를 통해 펼쳐내는 작업인 것이다. 이어서 작가는 『솟아오름, 음…』(2020)이라는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창작 에너지를 구체적인 방향으로 끄집어낸다.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과 내가 욕망하는 것들 사이 어디쯤에서 수평선을 그리던 작가가 드디어 응집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분출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오랜 시간 솟아오름의 시간을 위해 '나'를 정진하고 다듬었을 그다. 뾰족하게 표현된 기호들은 욕망의 발현이었고, 솟구치는 에너지였으며, 한계 없이 돌진하는 작가의 예술혼이었을 것이다. 지극히 수행적인 이 과정에서 작가가 택한 방향은 위를 향한 분출이었다. 작가는 이를 두고 가장 뚜렷한 욕망의 형태라 말한다. 하지만 이내 그 욕망은 작가 내면으로부터가 아닌 타자로부터, 사회로부터 온 정진이었을 것이다.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힘을 쥐어짜 올라가는 형상 그것을 위한 자기 스스로의 헌신, 이 모든 것은 사실 현대인의 삶과도 멀지 않다. 작가는 "단단한 마음은 찔러야 깨진다”고 표현한다. 아플지라도 마음의 상태를 명확히 알고자 깨뜨리고 헤쳐보며 다듬는다. 작가에게 창작이란 뚜렷해질 때까지 다듬어지는 과정의 연속이고 욕망을 둘러싼 갈등과의 전쟁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인지, 타자에 의해 이상적으로 그려진 모습을 위해 그것을 원하게 되는지, 늘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부딪히며 다음의 장면으로 넘어간다. 김귤이는 솟아올라 폭발하면 그 뒤 잔해가 남고, 그 잔해가 또 다음의 폭발을 위한 재료가 된다고 얘기한다. 에너지의 순환 과정과도 유사한 이런 반복을 통해 작가는 상승과 하강의 균형을 맞추며 추상을 끝으로 내몰아 결국 작업을 완성하곤 해왔다.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이제 그의 추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김귤이의 추상은 여러 차례 열화시킨 사진처럼 느껴진다. 기억된 이미지 속 대상은 휘발되고, 인상만 남은 상태인 것이다. 마치 디지털 세계에서 데이터가 옮겨 다니며 손상되고 사라진 원본처럼 작가는 가장 본질적인 인상만 남기고 모든 것을 열화시킨다. 움직이는 여러 장면이 덧붙지만, 머릿속에서만 움직이고 있을 뿐 결과는 어떠한 선이나 색으로 명징하게 등장해 버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대치에서 작가의 선택은 오직 무의식적 판단에 따른다. 회화는 캔버스라는 프레임 안에서 만들어 가는 작가 결정의 혼합체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 프레임은 너무 비좁고, 경직되어 그 밖으로의 자유로운 탈주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작가는 이 틀을 넘어 무한한 캔버스로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때로는 솟구쳐 오르고, 때로는 옆으로 튀어 나간다. 네모의 틀에서 벗어난 그의 작업은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매체로 쓴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대담함을 엿볼 수 있다. ● 오늘도 김귤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붙잡아 가열차게 붓질하여 추상적 순간으로 표현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러한 추상의 시간이 이어져 계속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다음의 에너지는 어디로 흐를까? 색을 따라, 붓의 길을 따라 작가의 에너지가 닿는 그곳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 이진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귤이_대충 살자.jpg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대충 살자.jpg는 밈에서 유래된 제목이다. 밈은 특정 집단 간의 일회적인 유대를 준다. 일회적 유대감. 덧없지만 그렇기에 놓아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노력은 나를 드러내고, 밈화 시켜서 내놓는 일이다. 개인 서사를 따라갈때에 너의 tmi를 우리가 아는 것이 뭐가 중요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놓인 부스러기들, 한순간에 존재했지만 덧없는 엉겁의 장면들. 희로애락. 타인과 닿아있지만 고립되어 이상하고 분절된 듯 느껴지는 타인의 장면 장면들. 모두 여기에 존재했음을 알린다. 내가 버리고 간 종잇조각 하나조차 알리기 위해 서슴없이 나를 드러낸다. ● 맨 처음에는 「유한 마음」을 통해, 울산에 온 후 고요한 물결을 바라보듯 은은하게 흐르는 삶을 다루는 전시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유한 마음'이나 '편안한 마음'에서도 진짜로 솔직한 마음은 대충, 쉽게 하는 거였다. 그동안 작업을 하며 소진이 빨리 왔고, 지속되는 소모에 작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비노력 전문가로서 하는 작업은 이 악물고 대충 하는 걸로 보일지도 모른다. 진짜 대충 한 건지, 대충 한 것처럼 보이려 애쓰는건지 두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거다. ■ 김귤이

Vol.20231013d | 김귤이展 / KIMGYUL.E / 金橘怡 / painting.installation.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