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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 2023_1012_목요일_05:00pm
2023 OCI YOUNG CREATIVES
작가와의 대화 / 2023_1028_토요일_03:00pm OCI미술관 유튜브 채널 생중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46-15번지) 2층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탈서사화된 도상들로 구축된 상징의 세계 ● 다소 소란스럽고 웅성대는 화면이 있다. 명료한 서사를 갖기보다 혼란스럽게 얽히고설킨 색의 조합과 그 사이사이 언뜻 보이는 도상들은 웅얼거리듯 화면 위를 구성한다. 일견 화면 위를 빼곡히 채우는 작가의 유희적 제스처로 읽히던 도상은 이내 다시 의뭉스러운 인상으로 귀결된다. 개연성을 선뜻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 앞에서 의문이 증폭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의미를 향하는 동시에 이내 미끄러지길 반복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마치 '추리'를 하듯 화면 안 여러 요소를 단서 삼아 내용을 추측하고, 캔버스 밖 다른 화면과의 영향 관계 안에서 모종의 서사를 그려내야 한다. 오히려 이 언어적 서사의 불완전함을 둘러싼 시각적 단초와 감각에 집중함으로 보다 풍성하고 충만한 (서사적) 가능성의 영역이 열린다. 무언가 있는 듯한 풍경, 그것은 아직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하지만 잠재된 의미로 충동하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박서연의 작업은 중첩된 색채와 조각난 도상, 그리고 흔적처럼 자리한 패턴들로 구성된다. 이 도상들은 주로 작가가 일상에서 접한 대중문화의 산물 – 웹툰, 무협 소설, 추리 소설 – 등에서 발췌된 것들이다. 다소 무작위로 선별되어 어지럽게 화면 위를 장식하는 듯한 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거칠게나마 특정 범주로 묶이는 듯하다. 이를테면, 제물을 태우는 제단, 주물로 뜬 사물, 용과 여의주, 나무와 열매, 날개를 활짝 편 채 위용을 떨치는 새와 같은 것들인데, 통속적인 장르물 차원에서 보자면 이러한 이미지는 그 형상과 형식을 조금 달리하더라도 보통은 기연과 극복, 현실의 초월을 의미하는 대상으로 반복, 재생산되어 왔다. 작가는 이를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염원, 더 나아가 개인의 죄의식과 해방, 자기 치유를 위한 자기 세뇌적 주문에 이르기까지 내밀하고도 개인적인 제의적 차원에서 도입한다. 그리고 박서연에 의해 기존 서사로부터 임의로 탈각된 도상은 더 이상 서사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그 자체로 매우 개인적인 논리와 구조 아래 상징적 의미를 획득한 도상이며, 이후의 서사를 기다리는 잠재태로서의 위상을 획득한다. 여기서 도상을 그것의 출처, 즉 웹툰이나 소설과 같은 기존의 장르적 성질과 문맥으로부터 이탈시키고 회화라는 장르로 재해석, 이식하는 작가 고유의 방법론은 '번역'의 과정과도 닮아 있다. 번역이란 원문에서의 정보나 뉘앙스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됨을 수용함과 동시에 이렇게 유실된 의미가 새로운 언어 안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것을 원리로 한다. 그러므로 도상을 발췌-탈서사화-하여 새로운 구성의 한가운데 재위치-재서사-화 하는 작가 고유의 방식을 소실과 생성을 골자로 하는 '번역'의 개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결국, 원래의 서사로부터의 탈피한 도상이 이후의 서사를 위한 가능성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작가가 부여한 고유한 문맥 아래에서 상징적 가치를 지니게 됨을 뜻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화면의 바깥에 위치한 관객 고유의 해석 여부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됨을 의미한다. 불완전한 서사의 부분과도 같은 박서연의 작업은 그렇기에 서사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며, 문맥으로부터 이탈해 부유하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분할된 시퀀스처럼 모종의 의미를 기다린다.
한편, 하나의 화면 위 총합된 구성은 화면 밖 또 다른 화면으로 연결, 확장하기도 한다. 선별된 도상은 캔버스를 달리하며 반복 출몰하고, 데칼코마니를 하듯 화면 위에 찍어낸 도상은 패턴화된다. 반복의 과정에서 형태는 종종 더 조각나고 분절되며, 이미지의 형상은 아스러지고 심지어 흔적과 같은 텍스처로만 존재하기까지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전이의 과정에서 도상은 점점 더 원래의 서사로부터 멀어지고, 캔버스를 넘나들며 연쇄, 연장하는 이미지의 재구성 및 재배치는 상징으로서의 기능만을 강화해 간다는 것이다. 작가가 구사하는 이미지의 반복 및 패턴화의 방법론은 마치 인접성의 법칙에 따라 끝없는 연쇄로 이어지고, 이로부터 탈중심화/ 탈체계화된 사유를 이끌어내는 환유(metonymy)의 원리와도 닮아 있다. 온전히 개인적인 논리 구조 속에서 설정한 내밀한 상징 체계는 연쇄의 과정에서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끊임없는 발견의 과정 위에 관객의 시선을 위치시킨다. 작가는 도상을 통해 찾아내고자 했던 선명한 의미와 서사로부터 시선을 빼앗고, 대신 새로운 서사적 감각의 가능성을 거듭해서 충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그가 그린 도상과 이미지, 그 부분들의 총체적 연결망 안에서만 입증될 수 있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감각의 궤적이라 할 수 있다. 환유의 방법론, 즉 연상과 인접, 이월의 과정 속에서 서사를 둘러싼 감각적 풍성함을 담보하듯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감각적 충만함은 눈앞의 이미지에 다양한 접근 경로를 가설함으로 언어적 규정과 주어진 의미 이상으로 대상에 대한 선명함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서사로부터 탈주하는 의미 이면의 감각과 파편화된 인상의 연장에서 우리는 다성적 층위의 공간적 감각까지도 확보하여 작가가 그려낸 모종의 세계에 다가서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박서연이 그려낸 세계는 현실의 언어로부터 끊임없이 어긋나는 동시에 현실을 초월하는 감각을 앞세우며, 논리보다는 상상을 우선시하고, 때로는 의식보다는 무의식을 충동하는 초현실적 세계로 비치기도 한다. 의미로부터 미끄러지길 거듭하는 도상들, 파편화되고 패턴화된 이 이미지들의 연쇄 속에서 이제 우리는 각자의 서사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가야만 한다. 출현과 소멸을 반복하는, 현실을 초월하는 서사와 시공을 목격하면서 말이다.
박서연은 재맥락화된 도상과 이미지를 통해 눈앞의 리얼리티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며, 재배열된 캔버스의 구성 논리 아래 다층적 서사와 복수의 의미를 허락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장르에서 추출한 문자나 도상은 필연적으로 (서사의) 사라짐을 전재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소실과 생성의 번역 논리에 작가의 작업을 빗대었듯, 그가 도용한 도상은 새로운 서사적 감각을 위한 단서로 기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는 (서사의) 사라짐으로 생동하는 세계, 또 다른 서사라 할 수 있다. 서사가 잠재된 사건으로서의 장면이자, 해석의 다양한 층위를 허락하는 알레고리인 박서연의 회화, 우리는 그가 만들어 낸 불완전한 네러티브에 몰입하여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서사를 능동적으로 직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기호로서 해석을 기다리는 존재들이다. 그냥 흩어지는 아무 의미 없는 장식이 아닌, 화면 위에 구성되고, 상호 관계를 맺으며, 의미의 연결망을 이루는 존재라고도 달리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지는 그 스스로 먼저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가 말을 덧댈 뿐. 즉, 이미지에 투영하는 우리의 욕망이 이미지를 의미의 지평 위, 현실의 좌표 속에 고정시킨다. ■ 김성우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드로잉과 중첩된 선들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다채로운 색상과 거친 붓 자국, 도드라진 마티에르와 판화로 찍은 듯한 패턴들로 또 한 번 시선을 압도한다. 자유분방한 물감의 흔적들은 불협화음처럼 서로 뒤엉키다가도 그새 화합하며, 어느 순간에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 박서연은 인과응보, 권선징악, 자업자득 등의 교훈적인 메시지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매체를 넘나들며 현실에서 부딪히는 모순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허무주의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리기를 통해 현실을 초월한 세계, 무엇이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 주술적 도상들이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운 조합은 낯익고도 생경한 형식으로 돌출되고 있으며, 각자의 판타지와 마법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시선은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찾아 사건을 추리하듯 미궁의 화면 속으로 빠져든다. ■ 백소현
Vol.20231012d | 박서연展 / PARKSEOYEON / 朴徐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