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성 인스타그램_@yang_heecastle 임지현 인스타그램_@muzmuu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미스터 고트 MR.GOAT 서울 서초구 청룡마을길 13 (신원동 216-18번지) Tel. +82.(0)2.577.5893 @mr.goatgallery
녹진한 물감 위로 미끄러지는 붓, 환절기 쌀쌀해진 날씨에 움츠러드는 어깨와 차가워진 옷자락을 여미는 손, 의도하지 않았지만 멋스럽게 흘러내려버린 자국, 캔버스 옆구리에 남은 획의 끝자락들. 필법(Brush-strokes)은 때때로 깨닫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찰나를 소환한다. 심상은 의식 속에서 다듬어질 수 있지만 필법은 신체적 습관으로 인해 구축되어 지문과 목소리처럼 한 사람의 고유한 성질을 무방비하게 드러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여기, 솔직한 필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두 작가가 있다.
양희성은 풍경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에 맺힌 것들을 덜어내고, 내면에 남겨진 감각에 집중한다. 회화에서 풍경은 작가의 기억과 경험이 충돌하고 얽히며 떠오르는 암묵지이다. 양희성은 장면의 지지적(地誌的)인 특성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내면에 스며든 잔상을 그림으로써 드러낸다. 마음속에 기억의 지도를 그리고, 눈앞의 장면과 멀어진 거리와 지나간 시간만큼 희미해진 이미지의 충돌 속에서 부유하는 풍경을 찾아낸다. 양희성은 순간적인 심상을 온전하고 재빠르게 화폭에 담기 위해 본인만의 색과 터치를 탐구해왔다. 포착과 덜어냄의 과정을 통해 풍경은 물 위에 쓰이는 시처럼 흩어지고, 캔버스 위로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임지현의 식물 그림은 산책길에 마주치던 풀더미에 대한 단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노랗게 뜬 잎을 꺾어 고양이에게 장난감으로 줄 요량으로 들어선 풀더미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갈 때는 알 수 없었던 감각을 발견하고 풍경에 스며있던 풀들을 하나의 대상으로서 재발견하게 된다. 이후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반려 식물을 돌보게 되면서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과 조형적 특징을 기록하고, 이를 회화적 방법론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고민해왔다. 임지현은 유약한 만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를 재생하는 식물에게서 생명력을 보는 동시에 연민을 느낀다. 이 다정한 관찰의 결과는 묵직하지만 날렵하고, 고요하지만 기세 있는 필법과 함께 리드믹하게 교차하는 피고 지는 식물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 문소영
□ 미스터 고트 청계산 아래에 위치한 미스터 고트는 이송주 대표와 그의 남편 이희현 작가가 후배 작가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갤러리 카페이다. 2020년 8월 개관해 이혜인 임소담(2020.8.19-10.18), 이진형 전병구(2020.10.20-12.13), 권순영 고은별(2021.2.16-4.18), 이민정 이희현(2021.6.1-9.26), 윤정선 허구영(2021.9.28-2022.1.16), 류민지 표영실(2022.5.17-9.18), 박효빈 정아롱(2022.9.20-2023.1.29), 이산오 정재인(2023.5.23-2023.9.24)까지 총 여덟 번의 2인전을 진행했다. 미스터 고트는 아홉 번째 전시로 양희성 임지현(2023.10.11-2024.2.4.)의 2인전을 개최한다.
Vol.20231011i | 양희성_임지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