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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수요일 휴관
아트 인 명도암 ART IN Myeongdoam 제주 제주시 명림로 209(봉개동) Tel. +82.(0)64.727.1253
행성적 사유와 (비)인간들의 향연 ● 전시 『불멸(Eternity)』에서 예미킴(YEMIKIM)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공지능(AI)를 이용하여 제작된 작품들을 출력하여 아크릴 마운팅한 액자로 전시함과 동시에 AI로 배경음악을 만들어 가상(virtual)갤러리의 영상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에게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체험하게 한다. 숲, 정령, 유니콘 등의 프롬프트(prompt)로 생성된 이미지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러한 디지털 공간은 지구적으로 연결되고 기술적으로 매개된 비주류들의 공간이다. 작품의 소재인 이들은 유기적 알고리즘인 우리의 정신이 디지털 영역으로 이동했을 때 끊임없이 되살아나 현실 공간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이루어 나간다.
자아 너머 생명, 인간-비인간의 공존 ●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경험에서 시작된 행성적 사유(planetary thinking)는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다. 이 때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의 연결'이란 인간 행위자들과 인간-아닌 행위자가 맺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니체가 주장했던 바대로 인간 본성에 부여되어 있던 도덕적인 인간 이성의 힘에 대한 상식적 믿음의 종말은 예미킴 작가가 그간의 작업에서 보여준 일관된 어조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동물들의 권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던 초기 회화 작업에서부터 AI 제작 작품에 이르는 동물에 대한 예찬은 생명윤리 면에서 유기체들의 지나친 상품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 '모든 사물의 척도'로 공식화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Vitruvian) 인간 안에 표상된 '인간(Man,human)'이란, 합리적 진보 개념에 생물학적, 도덕적 확장을 결합시킨 '휴머니즘(Humanism)'을 상징한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착취의 정치경제는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동물과의 평등한 관계를 고무하는 조에평등주의적 관점은 이번 전시의 작품에서 삼미신과 사자, 개와 소년, 그리고 늑대와 소녀가 조우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여기에 인간-비인간의 새로운 이미지로서 숲속의 정령, 마법에 걸린 요정이나 유니콘 등의 혼종적 형상화는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 시대에 인간-비인간의 상호작용을 재고하도록 요청한다. 이러한 작품 속 주인공들은 다수의 타자들과 상호의존적으로 공동체를 실현하는 "다양한 비인간들과 접속되어 있는 사이-존재(an in-between)"인 것이다. ● 이에 "사람의 기억을 가진 AI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여 그 기억에 영향을 받은 다른 사고를 한다면 그 로봇은 그 사람의 연장인가? " 라는 작가의 물음은 이번 전시를 위한 작품을 생성형 AI에 의해 제작하도록 이끌었다. 인간 유기체가 하나의 기계처럼 다뤄질 때 '인간(Man)'을 중심에 두고 차이를 열등함으로 만들어온 기존의 휴머니즘은 새로운 방식의 환경적 상호접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달과 로봇이 배치되어 있는 장면은 추상적인 동시에 물질적인 지구의 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 "자연도 문화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도나 헤러웨이(Donna J. Haraway)의 말대로 자연과 문화, 인간-비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번 전시는 '생명(Life)'에 기반을 둔 평등주의로서 지구 환경에 속해 있는 인간-비인간 주체성에 대한 전망으로 나아간다.
인간과 기계, 디지털의 (비)물질성 ●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을 예술 창작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이번 작업들은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 및 창작활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미 1960-70년대의 개념미술, 비디오 설치 등에서 초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현대미술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데이터의 증가 및 순환을 기반으로 하는 '포스트 인터넷(Post Internet)' 시대, 그 차이점은 분명하다. 노버트 위너(Nobert Wiener)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적인 개념에서 정보는 피드백되어 고정된 결과를 가져오는 폐쇄회로이지만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한 데이터의 축적은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에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일시적인 정보로 가공된다. ● 예미킴 작가가 의심한 바대로 이러한 기계 학습은 "인간 뇌의 뉴런과 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것으로 패턴 인식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의 증가로 인하여 유용해진 기술"이다. 인공지능 장치를 활용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 아이디어를 위해 이미 축적된 데이터와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감각 데이터를 붙잡아 작품 제작에 활용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을 활용하여 미적 대상물로 만드는 과정은 우연적인 계기에 의해 조율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이때 데이터라는 재료에 대한 의도적인 조작이 인간과 기계에 의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인간-비인간의 연합 환경을 제작 방식에서 이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방식이 하늘 아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과정은 아니지만 프롬프트(prompt) 명령어를 이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는 데에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게 포착된다. 미술사에서 개념미술이 보여준 "아이디어가 작품이다"라는 명제와도 닿아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개념' 그 자체가 물질적 대상은 아니고 언어나 기호들에 의해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 된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데이터라는 디지털 정보의 물질성은 이미지들 간에 맺어지는 접속을 통해 물질적 존재론을 고려할 수가 있다. 예미킴 작가의 경우 생성형 AI에게 프롬프트(prompt)명령어를 이용하는 점은 비물질화 경향이라고 하겠지만 원하는 이미지를 출력하고 액자에 넣어 전시를 하는 경우 비물질의 재물질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또한 가시적인 평면의 그림에서 오큘러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조작으로 관람이 가능하도록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면 평면의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디지털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빌 브라운(Bill Brown)이 주장하듯 "물질은 비물질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매체의 영향력 아래 상호작용하며 우리가 물질성이라고 여기는 것 너머의 관점들까지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불멸(Eternity)』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물질성은 가시성과 비가시성, 접촉과 비접촉 사이에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플랫폼에서 데이터로 되살아난다.
불멸, 호모데우스로 가는 길 ● "DNA를 통한 생명체의 정보 복제 및 전수, 번식의 과정을 AI에 의한 대용량 정보의 분석, 생성, 복제 과정에 비유하여 인류의 지식, 인간 정신의 불멸에 대해 고찰하였다." 신비한 블랙박스인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전기적 화학작용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그 과정을 만드는 것은 DNA 유전자에 의한 합작의 결과이다. 또한 신경생리학적으로 '기억'은 신경 네트워크 안의 신호 전달 통로의 영향 결과로 저장된다. 이에 작가는 "인체 혹은 모든 동물의 몸은 유기물로 이루어진 정밀한 기계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한다. 그렇다면 기억은 디지털에서 데이터(data)이고 이를 분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AI는 알고리즘 생명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21세기 초, 인본주의 열차는 떠나가고 전자 알고리즘이 생화학적 알고리즘을 해독하여 호모데우스를 창조한다는 가설, 여기서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생각과 꿈의 형성을 알면 꿈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생화학적 알고리즘인 우리의 정신이 디지털 영역으로 이동한다면 우리의 영(soul)은 끊임없이 되살아나 기억(data)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저장하여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AI는 인류의 지식을 확장시키고 인간의 정신은 영원함(Eternity)을 이룬다. 따라서 불멸은 생물학적 진화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유기체와 기계가 합성되어 인간 휴머니즘적 존재에서 혼성적 존재로 재탄생하는 후기 진화론적 단계를 유비하는 비가시적 영역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 이렇게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은 미적 경험의 새로운 등장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서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타자를 향한 예술의 근본적 힘을 재발견하는 과정이 된다. 예미킴 작가의 전시 『불멸(Eternity)』 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술 매체에 의한 감각의 확장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 김연희
Vol.20231010d | 예미킴展 / YEMIKIM / 霓迷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