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구윤지 주최,주관 / 서초구청_서초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공휴일 휴관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seoripul gallery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3길 1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 Tel. +82.(0)2.3477.2074 www.seoripulgallery.com @seoripulgallery www.youtube.com/seoripulgallery
윤석환, 이상용, 전우현 세 명의 작가는 각자 자신의 일상의 면면을 회화로 작업한다. 그들이 캔버스에 옮기는 것들은 매우 개인적이며, 자전적인 이야기로 순간순간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기록하고, 기억했다가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후 다시 꺼내어 본인들만의 문법으로 구현한다. ● 평면이라는 매체에 일상이 기억 속에 머물렀다가 동기화되는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가진 세 작가의 작업을 관통해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표면에 머무르는 이미지 자체에 의해 생산되는 의미보다 먼저 그들이 채택한 재현적 전략, 즉 이미지를 그리는 방식에 접근이 우선하여야 한다. ● 먼저, 이상용 작가는 본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오랜 시간동안 관찰하고 기록하여 그 축적된 시간을 회화에 옮긴다. 작가는 3년 전부터 작가의 작업실 아래에 위치한 부모님의 꽃집, "청록화원"에서 일하며 식물을 다루게 되었던 일상을 그리고 있다. 30여 년 동안 성장배경이었던 화원은 그에겐 익숙한 시각적 환경이었지만 작가가 노동으로 화원에서의 일상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서야 그와 밀착한 생활로 변하면서 본인의 가장 가까운 회화적 원료로 환기하게 된 것이다. 그가 마주하는 시간은 먼지가 쌓인 잎들을 씻겨내는 한나절, 작은 가지들을 삽목하기 위해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꼼꼼히 체크하며 인내하는 계절, 계속해서 자라나는 나무를 위해 분기마다 지지대를 바로 세워주는 일, 작업실에 병든 커피나무만을 옮겨다 놓고 집중해서 처치하고 돌보는 날들. 그가 캔버스 하나하나에 옮긴 장면들은 하루 중의 한 순간인 동시에 식물과 상호교감하며 보낸 다양한 경험의 시간선을 함축하는 기호가 된다. ● 시간의 흐름을 구현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화원작업 이전, 재개발이슈로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아파트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담은 이른바 '강남아파트 작업'에서부터 이어져왔다. 작가는 이웃들이 떠나가면서 비워진 아파트 여러 동과 그곳에 남겨진 잔존물을 직접 탐사하며 캔버스에 기록했는데, 이 장면들은 무언가가 존재했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이면서 동시에 이제는 없어져버린 존재임을 기억하게 되는 미래의 어떤 시점까지의 시간선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전 작업들에서부터 작가는 익숙한 풍경의 상실, 기억의 소멸이라는 변화의 과정을 이야기해왔고, 지금은 화원에서의 생과 사, 회복과 성장이라는 경험의 과정을 기록해나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시간들이 펼쳐질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과 자신 주변이 맺어온 관계를 견지할 수 있는 일상의 단초들을 채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우현 작가는 고향에서 서울로 이주한 뒤, 도시를 배회하는 '산책자'가 되어 보낸 시간 동안 그가 만났던 풍경을 그린다. 작가가 주로 그리는 것은, 집으로 향하는 길들과 강변을 걸으며 만나는 길가의 화분과 옆에 버려진 무언가, 그 사이를 오가는 고양이, 비둘기 등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래서 항상 생각 없이 지나쳐온 '미물(微物)'들이다. ● 작가는 반듯하고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고 분주한 움직임과 소음으로 정신없는 대로변에서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기나긴 시간의 흐름이 짙게 묻어있고 미물들로 채워져 있는 정반대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도시의 양가적인 특징에 흥미를 갖고 자주 그곳들을 부유하며 풍경의 파편을 수집했다. 그가 걷는 길에는 전봇대 사이에 항상 이름 모를 화초가 심어진 화분들이 나란히 놓여있고, 맞은편 골목을 따라 이어진 담장의 무너진 한 쪽에서는 담쟁이 넝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담장 콘크리트 틈새 사이 샛노란 민들레가 시선을 아래로 이끈다. 전 날 걸었던 옆 동네 빌라 앞엔 사람들이 내놓은 알 수 없는 짐 더미가 있는데, 그 속의 스티로폼 박스에는 언젠가 한 가정의 반찬이 될 가지나 파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느 날은 마음이 답답해 강가를 사색하기위해 나섰다가 작은 수풀 더미에서 걸어 나오는 거북이를 마주치기도 한다. ● 이런 미물들과의 조우는 작가가 경험한 도시의 거대한 스케일과 빠른 속도 속에서 스스로 주변화 되어진다는 느낌과 익명성 안으로의 매몰의 순간에 갇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심상적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이것을 회화로 옮기면서, 그 찰나가 중요했던 작가는 의외의 생동과 다정한 손길을 경험한 순간을 강조하는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도하는데, 그 때의 시간을 비사실적 묘사인 작은 섬광이나 잔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 예이다. 몇몇 그의 작품의 이름이 암시하듯, 작가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산책하는 시간동안 만난 미물(微物)들은 이면의 감정을 드러나게 순간의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를 담은 캔버스 안에서 미물(美物)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윤석환 작가는 작가와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사건과 소문을 수집한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캔버스에 옮긴다. 작가가 그린 그의 친구들과의 아주 사적이면서 특별한 추억, 술자리에서 들은 기묘한 이야기, 항상 다니던 길에서 벌어진 낯선 사건들은 당시 즉각적으로 기록해두었던 이미지들을 이용해 그 때, 그 시간의 감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 그래서 캔버스에 펼쳐진 장면은 실제로 수집한 사실적인 이미지로부터 소환된 것이지만,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내적인 감각에 몰두하기 때문에 그것을 돕는 가공된 기억의 허구적인 요소들이 덧붙기도 하고, 경험을 복기하는 동안 부수적인 것으로 분류되어 휘발된 시간들이 만들어낸 틈들이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풍경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확대하여 원근감을 비틀거나, 순간적인 인상을 강조하기위한 강한 대비의 표현을 이용해 캔버스에 납작하게 눌러버리기도 한다. ● 이렇게 자연스럽고 매끈한 서사의 이음새들이 소거된 작가의 작업은 감상자로 하여금 그들 간의 '행간'을 추측하도록 이끈다. 이것은 산발적인 이미지들 사이 생략되고 비어진 것들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풍경의 시공간을 펼쳐보는 일이기도 하다. 비평 언어의 연구로써의 '행간'에 대해 조르조 아감벤은 부재와 현존 사이 텅 비어있는 이 공간에서 숨은 의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해야 비로소 앎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작가가 재료삼은 아주 주관적이고 무용할 수도 있는 기억들은 캔버스 위에서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파편적인 구조 사이 행간이라는 의미들이 파고들 수 있는 새로운 시공간을 숨겨두었다가 미래의 완성된 작품을 마주하였을 때, 무수한 미적 경험과 감상을 불러일으키고 이것들까지 감싸 안는 유동적이고 보다 확장된 풍경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데이비드 조슬린은 매체로서의 현대 회화에 대한 연구에서 회화는 시간을 '표지(marking)'하는 특질이 있으며, 따라서 엄청난 비축량의 정동(affect)을 저장(storing)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윤석환, 이상용, 전우현의 작품들은 구조적으로 매일 대면하고 있는 세계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보는지를 투과시키며 그 기억과 풍경이 현전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표지하고 있는 지지체인 것이다. 또한 그 표면은 이미지를 마주하는 지금, 현재와도 시간을 공유하도록 열려진 창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전시를 통해 길이었던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안에서 세 작가의 작품들을 서로 스치고 간섭하게 함으로써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담지한 세계가 마주치고 결속하게 하거나 또는 밀어내거나 우회하도록 하면서 의미의 상호작용 일어나는 정동이 현현하기를 희구하는 바이며 흐려진 프레임의 윤곽들 사이로 앞으로 계속 자라날 맥락을 예기해보고자 한다. ■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 「매우 특별하게, 열망적인」 오프라인 전시연계 프로그램 - 신청절차 : 온라인 신청서 작성 후 접수 - 장소: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 및 신청은 ▶ 갤러리 홈페이지 참조
○ 라운드 테이블 「Opening Ceremony」 - 회화라는 매체와 작업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유하는 자리 - 일시: 10.07(토) - 인원: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 Way to Greening - 회화 작품에 등장하는 식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실제로 식재해보는 프로그램 - 일시: 10.14(토) 14시 - 인원: 선착순 8인
○ 나만의 식물아카이빙 - 전시를 보고 자신의 주변 곳곳에 숨어있던 식물들을 발견, 기억해보고 이를 식물도감에서 찾아 엽서 위에 옮겨 그려보는 상설프로그램 - 일시: 10.07(토)~11.03(금) 13시~17시 - 인원: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 아뜰리에 서리풀 - 전시를 감상하고, 전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모작해보는 상설프로그램 - 일시: 10.07(토)~11.03(금) 13시~17시 - 인원: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 온·오프라인 동시 운영 온라인 전시&클래스: ▶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유튜브
Vol.20231007b | Way to Draw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