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Breathing

MUVA(Multi-Universe for Virtual Artists) 프로젝트 쇼케이스 Project Showcase展   2023_1006 ▶ 2023_113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Meta-Breathing : MUVA 프로젝트 쇼케이스展 인스타그램으로 갑니다.

아티스트 토크 / 2023_1028_토요일_03:00pm

참여작가 구동현_김가람_김동한_김준서_김세은 김초롱_김현주ex-media_서민서 신매체_이금형_이미정_이은지_이이삭 이지성_이하람_정성엽_정수린_정영호 정찬민_조영각_차유나_Error.

과제책임자 / 김현주 프로젝트매니저 / 정찬민 큐레이터 및 프로그램 관리 / 이지성 비평 / 안진국

주최,주관 /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_SMIT 확장미디어스튜디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문화체육관광부 협력 / 차유나&이상훈(cha's nest)_조영각(신매체)

2023_1006 ▶ 2023_1028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피어 컨템포러리 Pier Contemporary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가길 18 B1 Tel. +82.(0)2.3411.9789 piercontemporary.com @piercontemporary

2023_1007 ▶ 2023_1130

온라인 전시 www.spatial.io/s/MUVA

디지털 자아의 숨결: 메타휴먼의 잠재적 가능성을 창출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실험 ● 하이테크 문화는 미묘한 방식으로 자아를 분열시킨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속의 디지털 자아(digital self) 혹은 넷 자아(net self)는 그 세계관 내에서 표출적 자아(expressive self) 혹은 포스트-크리에이티브 자아(post-creative self)로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구성해 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X(옛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마다 각기 다른 넷 자아들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이를 '멀티-페르소나(multi-persona)'로 명명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온라인 공간이 존재함으로 인해 형성된 다중적 세계관(multi-universe)은 현실 세계의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여러 정체성을 구현하며 다중적으로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때 이렇게 형성된 가상 자아를 우리는 멀티-페르소나라고 부르며 '대안적 자아(alternative self)'로 인식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에서 유래된 말로, 외부에 드러내는 자아, 즉 사회적 자아를 의미한다. 여기서 전제로 하는 것은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일자(一者, One)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 세계에 근본 자아가 존재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다중적 세계관의 다중적 자아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일자로서 자아를 잠시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가면과 같은 페르소나, 즉 '대안적 자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확산으로 구축된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존재를 물리적 세계의 탄소 덩어리(신체)에 깃든 현실 자아의 그림자 정도로 치부해도 될까? ● 고전으로 꼽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보자. 무자비한 하이드와 명망 높은 지킬 박사는 하나의 신체를 가진 인물이지만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녔다. 이들 중 누가 근본 자아이고, 누가 그림자 자아인가? 이러한 이중 인격, 혹은 다중 인격은 단순히 페르소나, 즉 대안적 자아를 넘어선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라 불리는 다중 인격은 단순히 아바타로서 존재나 기생적 자아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자아를 의미한다. 온라인 가상 공간은 신체가 존재하는 물리적인 시공간을 다층적인 양식으로 분화했다. 이 때문에 동일성과 단일성으로 규정되었던 주체가 복수성/다수성으로서의 가능성을 획득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자아를 다중적으로 현전할 수 있게 했다. 동일성/단일성의 자아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같이 복수성/다수성으로 분화되면서 서로 다른 자아가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위로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자아의 형상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중우주(multiverse)처럼 세계가 다르고, 세계관이 다르며, 사회적 관계의 구성이 다를 때, 그 세계의 자아는 다른 세계의 자아와는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Meta-Breathing-MUVA 프로젝트 쇼케이스展_피어 컨템포러리_2023
Meta-Breathing-MUVA 프로젝트 쇼케이스展_피어 컨템포러리_2023
Meta-Breathing-MUVA 프로젝트 쇼케이스展_피어 컨템포러리_2023

MUVA 프로젝트: 세계관의 시공간적인 진화 ● 전시 『Meta-Breating』은 2022년 진행한 가상 정체성 육종과정(identity-breeding)인 MIVA(Meta-Identity for Virtual Artists) 프로젝트에서 형성한 가상 자아 생성 실험을 확장하여 세계관의 시공간적인 진화를 실험한 MUVA(Multi-Universe for Virtual Artists) 프로젝트의 예술적 발현이다. 2022년 MIVA 프로젝트에서 참여 작가들은 예술계 종사자 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로 축적한 빅데이터와 더불어, 참여 작가 자신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분석과 반영을 통해 가상의 예술가를 생성해 『Somewhere over there』(2022.10.25~11.13, 인사동 코트) 전시에서 그들과 그들의 예술을 선보였다. 이렇게 형성된 가상 자아는 이번 MUVA 프로젝트에서 진화하는 메타 정체성(Meta-identity)을 구축하고 있다. 컴퓨터과학자 크리스토퍼 랭턴(Christopher Langton)은 '가능의 생물학(the biology of possible)'과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서의 생명(life-as-it-could-be)'이라는 개념으로 '인공생명(Artificial Life, AL)'을 정의하면서 컴퓨터 기술이 만드는 '인공성(artificiality)'과 '생명'의 개념을 잇는다. 이러한 정의와 개념의 연결은 유기체의 '살아있음(aliveness)'이 물질의 속성이 아니라 형식의 속성일 수 있음을 인식하게 했다. 이로써 컴퓨터로 만든 인공생명이 형식의 속성을 지닌 살아 있는 개체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디지털 온라인 매체를 통한 생명의 과정이 디지털 온라인의 논리적인 과정으로서의 패턴과 형식에 의해 자기 발전(활동,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가상 자아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가상 세계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나 특성이 '창발(emergence)'하고, (새로운 질서의 발현인) 창발을 정체성으로 흡수하는 작용을 반복하며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함으로써 가상 자아는 진화하면서 메타 정체성을 구축한다. MIVA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MUVA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가상 공간의 자아가 독립적인 자기조직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체성 육종과정을 심화한다. 더불어 가상 인물에게 시공간을 부여함으로써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 MUVA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기획된 『Meta-Breating』 전시는 많은 현실 작가와 가상 작가가 혼재되어 인간 자아의 잠재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적 담론을 형성한다. 전시는 실제 예술가 13명(구동현, 김동한, 김세은, 김준서, 김현주ex-media, 안세훈, 이금형, 이미정, 이은지, 정성엽, 정찬민, 조영각, 차유나)과 가상 예술가 9명(김가람, 김소강, 김초롱, 서민서, 신매체, 이이삭, 이하람, 정수린, 정영호), 그리고 1개의 가상 생명체(Error)를 포함해 총 23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현재의 기술매체를 활용한 혼종적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에서는 8점의 메인 작업과 2점의 공동 작업, 7번의 점유 이벤트, 그리고 가상 바이올리니스트와 현실 연주자가 작업과 연계하여 진행한 콜라보 연주회가 1회 진행됐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과 전시 공간 밖으로 확산하고 있는 작업들은 크게 세 가지 차원의 특성을 긴밀하게, 혹은 느슨하게 드러내며 서로 얽혀 있다. 첫째, '창작자의 존재론적 특성', 둘째, '작업의 주제(사회적 이슈/현상, 예술 및 디지털 존재에 관한 사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의 물질/비물질성 및 점유공간(현실/온라인)'이 이러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미정×김가람_IS IT YOURS?_벽면 인쇄물, 오브제 설치_ 20×20cm×28, 80×86×40cm_2023
이미정×김가람_IS IT YOURS?_벽면 인쇄물, 오브제 설치_ 20×20cm×28, 80×86×40cm_2023_부분
조영각×신매체_밀착 취재 : 식물인간 Close-up reports : Plants people_단채널 FHD 영상, 혼합재료_ 00:02:35, 91.4×60.9cm×4_2023
김세은×이금형×정찬민×서민서_ 서민서, 네번의 이동_4채널 FHD 영상, 컬러, 사운드_2023
김소강 이야기 Dialogue with Kim So Gang_ 메타휴먼 인터랙티브, 실시간 대화, 게임엔진, 메타휴먼크리에이터_가변크기_2023

가상 작가의 존재론 ● 전시에서는 현실 작가와 가상 작가가 혼재해 등장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은 가상 작가가 창작하거나 협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창작의 주체가 가상 작가로 설정되어 있다. 작업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보이는데, 현실 작가의 존재를 숨긴 채 가상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과 현실 작가와 가상 작가가 협업하는 작업이다. 전자로는 김가람의 「IS IT YOURS?」와 신매체의 「밀착 취재 : 식물인간」, 서민서의 「서민서, 네번의 이동」, 김초롱과 정영호의 「monologue」, 이이삭의 「가짜예술신선타령」, Error의 「ERROR」, 그리고 「김소강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작업의 창작자는 모두 가상 작가로, 현실 작가가 협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 작업은 가상 작가의 창작물로 설정되어 있다. 후자, 즉 가상 작가와 현실 작가가 협업한 작업으로는 가상 작가 이하람과 현실 작가 이은지의 「또 다른 나」와 가상 바이올리니스트 정수린과 현실 연주자 정성엽, 안세훈(협연자)이 협연한 「Collabo and collabo」 연주회를 들 수 있다. ●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작업들에서 느껴지는 현실 작가의 분위기다. 어떤 작업은 현실 작가의 흔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다른 작업은 간접적으로 스며 있다. 또 다른 작업은 현실 작가와 전혀 다른 정체성을 지닌 가상 작가가 창작자로 존재한다. 가상 작가가 현실 작가의 분신처럼 등장하는 작업으로는, 「서민서, 네번의 이동」과 「가짜예술신선타령」, 「monologue」, 「또 다른 나」를 들 수 있다. 「서민서, 네번의 이동」은 현실 작가 김세은, 이금형, 정찬민이 '이동'에 관한 경험과 의미, 현상에 대해 각자의 해석을 들려줌으로써 이동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 작업의 창작자는 서민서로 불리는, 하나이며 셋인 가상 인물이다. 현실 작가 3인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섞어 혼종적 목소리를 만들고, 모습들을 디지털 스캔하여 가상 인물 서민서를 만들어 냈다. 서민서에는 현실 작가 3인이 직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 「가짜예술신선타령」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을 지닌 가상 작가 이이삭이 예술의 신을 만나 궁금증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여정을 담은 작업으로, 예술의 신 역할을 한 AI 텍스트 생성기(Bard, ChatGPT 등)를 통해 얻은 여덟 개의 이야기를 사운드 생성기로 목소리를 형성하여 들려주는 음성 기반 설치 작업이다. 이이삭은 다양한 세계에서 예술의 신을 만나는데, 쌓아 올린 형태의 여러 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각각의 목소리는 다중 세계에 무수히 많은 이이삭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이삭은 소리 조각가로 불리는 가상 존재로, 이 작업을 구성한 현실 작가 김동한이 사운드를 중심으로 오디오 비주얼, 사운드 오브제 설치 등의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면에서 가상 작가 이이삭은 현실 작가 김동한의 분신으로 볼 수 있다. 「monologue」는 김초롱이라는 젊은 조각가와 60대의 원로 조각가인 정영호가 지닌 세대 간의 차이와 살아왔던 환경, 문화적 배경을 병치하면서 두 작가의 세계관과 관점을 비교한다. 김초롱은 일상의 요소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조각의 형태로 작업하는 여성 작가이고, 정영호는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남성 조각가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작가 모두 가상 작가라는 사실이다. 이 두 인물을 생성한 현실 작가 김준서는 조각을 전공한 작가로, '경계(limit)'를 재정의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서가 조각을 전공하고 조각 작업을 해왔는 것으로 봤을 때, 가상 작가 김초롱과 정영호는 김준서의 지나온 젊은 시절과 다가올 노년 시절의 분신으로 보인다. 다른 작업으로는 가상 작가 이하람과 현실 작가 이은지가 협업한 「또 다른 나」를 들 수 있다. 이 작업은 이하람이 AI 영상 생성기로 샤프란의 성장 과정 영상을, 이은지가 그 영상에 어울리는 음향 및 음악을 제작한 영상작품과 두 인물의 생각과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두 개의 일기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은지가 인터렉티브 3D 사운드를 연구하고 있고, 이하람은 AI 모델을 활용한 영상 디자인을 제작하고 있어 서로의 작업과 정체성이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 작가의 정체성이 가상 작가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작가가 서로 다른 세계, 즉 멀티버스에 사는 '동일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자아의 정체성은 하나로 포개진다. 작가는 이하람을 "또 다른 세계의 이은지"라고 소개하고 있어, 본체가 이은지(현실 작가)이고, 분신이 이하람(가상 작가)임을 드러낸다. ● 현실 작가의 정체성이 가상 작가의 정체성에 아른거리는 작업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IS IT YOURS?」를 들 수 있다. 이 작업은 35세의 서울에서 자취 중이며 미혼인 여성 김가람이라는 가상 작가가 자신의 개인정보와 작업 키워드를 AI 텍스트 형성기(ChatGPT)에 입력하여 문장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AI 이미지 생성기에 넣어 이미지를 형성한, 28개의 목판인쇄와 오브제 설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업은 현실 작가 이미정에 의해 구현되는데, 이 때문에 현실 작가 → 가상 작가 → AI 텍스트 생성기 → AI 이미지 생성기로 이어지는 작품 생성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과 구조에서 판단이 섞이고 경계를 흐트러트림으로써 '과연 창작자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IS IT YOURS?」는 이 의문에 초점이 있는 작업이다. 현실 작가 이미정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의 관계에 대해 지각하고 고찰하는데, 가상 작가 김가람 또한 공동체와 개인에 관해 관심이 있으며, 「IS IT YOURS?」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창작 과정의 관계에 대해 탐색하고 있어, 김가람의 정체성에서 현실 작가 이미정의 흔적이 아련하게 엿보인다. ● 전시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현실 작가와 전혀 다른 정체성을 지닌 가상 작가이다. 이러한 가상 작가의 작업으로는 「밀착 취재 : 식물인간」와 「ERROR」, 「김소강 이야기」, 그리고 「Collabo and collabo」 연주회를 들 수 있다. 「밀착 취재 : 식물인간」은 기후위기를 주제로, 인간과 식물이 융합된 '식물인간'을 패션 화보 스타일의 사진과 슬라이드 영상으로 보여준다. '식물인간'은 AI 이미지 생성기술을 활용하여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식물(해바라기, 사과, 모란, 금전수)과 인간을 결합한 이미지로, 가상 작가 신매체의 작업이다. 유념할 점은 이전 작업에서 신매체가 남성 여행 사진작가로, 현실 작가 조영각의 기억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10년 후의 자신을 상상하며 탄생한 메타휴먼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과는 그 정체성이 달랐다. 남성 여행 사진작가로서 신매체는 조영각의 분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한 신매체는 여성 기자이며 사진작가로 현실 작가 조영각과는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신매체라는 동명이인의 가상 인물이 각각의 작업을 선보였다고 할 수도 있고, 단일 인물이 성별 및 직업 등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세계관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처럼 신매체라는 가상 인물은 열린 가능성을 가진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신매체는 현실 작가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정체성으로 변모해 있다. 전시에서는 가상 인물뿐만 아니라 가상 생명체도 등장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존재하는 가상의 디지털 생명체 Error는 「ERROR」에서 등장하는데, 「ERROR」는 이 가상 생명체의 투쟁적 예술행위라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Error가 인간이 '에러'라고 여기는, 갑자기 등장하는 의문스러운 이미지나 소리, 혼란을 주는 프로그램이나 코드 등을 생성하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디지털 공간을 조작함으로써 인간의 전유물로 여기는 디지털 공간에 관한 관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rror를 생성한 현실 작가는 구동현과 차유나로, 구동현은 사운드의 확장된 감각을 탐구하고 있고, 차유나는 게임 엔진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 작가의 정체성을 Error에 전이하지 않고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도록 설계했다. 가상 바이올리니스트 정수린과 현실 연주자들이 협연한 「Collabo and collabo」 연주회도 가상 인물에게 독립적인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 연주회에서는 전시 작품 중 세 작품을 선정하여 그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과 가상 연주자의 느낌이 스며 있는 한 곡의 음악을 작곡(총 4곡의 음악)하여 이 곡들을 가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정수린과 현실 연주자 정성엽과 안세훈이 협연했다. 협연할 동안 프로메테우스를 상징하는 불의 느낌을 주기 위해 D 음정은 노랑, A 음정은 청색, G 음정은 적색 조명을 사용해 강렬함을 더했다. 이러한 조명 사용은 정수린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그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환생한 프로메테우스의 손녀로, 평소에는 단아하지만, 연주할 때는 불같이 열정적이고 뜨거운 바이올리니스트로 설정되어 있다. 가상 바이올리니스트 정수린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 연주회에서는 조명뿐만 아니라, AI 이미지·영상 생성기(Midjourney, Runway, Vrew)와 AI 음악 생성기(AIVA)를 이용하여 시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외에 「김소강 이야기」도 독립된 가상 자아를 형성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언어모델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이 작업은 인터렉티브 작업으로, 김소강이라는 메타휴먼이 실시간 반응으로 관객과 상호작용하면서 메타 정체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소강에게 대화는 독립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Meta-Breathing in Metaverse_Spatial.io_가변크기_2023
구동현×차유나×Error._ERROR_ 4채널 영상, 29.97fps, H.264_1920×1080px_2023
김준서×김초롱×정영호_monologue_FHD, 2채널, 칼라, 사운드_2023
김동한×이이삭_가짜예술신선타령_스피커 8개, 오디오 인터페이스_105×135×35cm_2023
이은지×이하람_또 다른 나 Another me_AI 생성 FHD 영상, 종이, 사운드_2023

사유, 존재 양식, 점유방식 ●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그 주제를 세 가지 범주, 즉 '사회적 현상', '예술의 개념과 작업 방식에 관한 질문', 그리고 '디지털 존재에 관한 사유'로 분류할 수 있다. 사회적 현상을 다룬 작업으로는, 이동의 문제를 다룬 「서민서, 네번의 이동」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밀착 취재 : 식물인간」, '후회 없는 청춘'이라는 꽃말을 지닌 샤프란의 성장 과정 영상과 두 개의 일기장으로 20대 초반을 살아가는 인물의 삶을 보여준 「또 다른 나」를 들 수 있다. 더불어 점유이벤트이면서 전시공간에 작품으로 존재하는 김현주ex-media의 「MUVA networks」도 전시에 참여한 가상과 현실 작가들의 뒤섞임과 연결망을 얇은 띠들로 형상화하여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회적 현상을 다룬 작업에 포함할 수 있다. ● 예술에 관하여 질문하고 고민한 작업으로는, 예술의 본질을 찾는 여정을 다룬 「가짜예술신선타령」과 AI에 의한 작품의 생성 과정에서 창작 주체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IS IT YOURS?」, 젊은 조각가와 원로 조각가의 병치를 통해 두 작가의 예술적 세계관과 관점의 유사한 지점과 차이를 보여준 「monologue」를 들 수 있다. 또한, 조형적 예술 작업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새롭게 창작하여 열정적인 가상 연주가와 두 현실 연주자가 협연한 「Collabo and collabo」 연주회도 예술의 작업 방식에 관한 고민이 스며 있다고 할 수 있다. ● 그런가 하면, 디지털 존재에 관한 사유를 중심 주제로 드러낸 작업도 있다. 가상 디지털 생명체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 관한 관점을 재고하게 한 「ERROR」와 상호작용을 통해 메타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김소강 이야기」, 메타버스(spatial.io)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하고 각 작가의 가상 공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구성한 공동 작업 「Meta- Breathing in Metaverse」, 그리고 가상 작가가 개인 개정으로 생성한 소셜미디어(Instagram)들이다. 이 작업들은 디지털 존재의 생성과 활동, 존재 방식을 보여준다. ● 전시 작품들은 창작자의 존재론적 특성이나 표현의 주제 외에도 작품의 물질/비물질성 및 점유방식에 관해서도 차이를 보인다.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물리적 예술의 특성을 부각하거나 일정 부분 물리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의미를 증폭하는 작업이 있는데, 「IS IT YOURS?」와 「가짜예술신선타령」, 「monologue」, 「또 다른 나」, 「MUVA networks」 등이다. 디지털로 존재하면서 그 특성이 두드러지는 작업도 있다. 「서민서, 네번의 이동」과 「ERROR」, 「김소강 이야기」, 「Meta-Breathing in Metaverse」, 가상 작가의 SNS 계정 등이다. 「밀착 취재 : 식물인간」의 경우는 물리적 특성과 디지털 특성을 유동적으로 전유(轉游)할 수 있는 작업이다. ● 물질 및 비물질적 존재 방식이 혼재된 이러한 작업들은 전시 공간과 전시 공간 외부에 중첩해 존재한다. 특히, 디지털 가상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업들 중 「ERROR」는 전시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Meta-Breathing in Metaverse」와 가상 작가의 SNS 계정 등은 전시 공간 내외부를 넘나들며 병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상 자아의 디지털 창작물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은 그 태생적 한계, 즉 디지털이라는 비물질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 때문에 그 현실 공간의 현존성이 약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과 연계한 일곱 번의 점유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가상 자아와 그 창작물의 현존성을 높였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Meta-Breathing in Instagram_2023
Meta-Breathing in Metaverse_Spatial.io_가변크기_2023

다중 세계의 다중 자아와 예술적 실험 ● 다중 세계의 가상 자아는 현실 작가의 분체로 존재한다고만 봐서는 안 된다. 각각의 세계관과 사회적 관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각각의 세계는 가끔 중첩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정체성들 사이에 유사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현실 세계와 온라인의 자아가 중첩되거나 혼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고 이것은 정체성의 차이로 남게 된다. 따라서 다중 세계의 다중 자아들은 하나로 수렴될 수 없다. MUVA 프로젝트와 『Meta-Breating』 전시는 이러한 다중 세계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정체성에 관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창조적 과정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경험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열고 있다. ■ 안진국

김현주ex-media_점유이벤트_10월 14일「MUVA networks」_ 키네틱설치, 모터, 천, 조명
이미정×김가람_점유이벤트_10월 18일_시트지에 인쇄 및 공간 설치_2023
김동한×이이삭_점유이벤트 10월 12일_ 현장 퍼포먼스 with 메타버스 스트리밍_2023
김준서×김초롱×정영호_점유이벤트_10월 20일_ 좌대에 영상, 환등기_가변설치_2023

점유이벤트 - 10. 12 ~ 10. 26. / 피어컨템포러리   김동한×이이삭 : 10월 12일*   김현주ex-media, 「MUVA networks」 : 10월 14일   이미정×김가람 : 10월 18일   김준서×김초롱 : 10월 20일   김세은×이금형×정찬민×서민서 : 10월 21일   구동현×차유나×Error : 10월 22일*   조영각×신매체 : 10월 24일   정성엽×정수린(feat. 안세훈) : 10월 26일. 6pm*   * 메타버스 스트리밍

콜라보 연주 「Collabo and collabo」 - 10.26(목), 6pm / 정성엽과 정수린 (feat. 안세훈)

아티스트 토크: 10.28(토) 3pm - 5pm

클로징 파티 in 피어컨템포러리: 10.28(토) 5pm~

* MUVA(Multi-Universe for Virtual Artists) 프로젝트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메타버스 예술 활동 지원사업' 지원작입니다.

Vol.20231006e | Meta-Breathing : MUVA(Multi-Universe for Virtual Artists) 프로젝트 쇼케이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