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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_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2:00pm~07:00pm
온수공간 ONSU GONG-GAN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2,3층 Tel. 070.7543.3767 www.onsu-gonggan.com
공간을 짓는 행위와 이미지의 출현 ● 하나의 그림에서 시작된 그의 집요한 탐구는 회화의 "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과 가능성 사이를 선회하면서 어떤 실체를 만들어낸다. 전시 제목 "둥지 짓기(Nesting)"라는 명사형 단어가 포괄하는 그의 회화 연구에 관한 내막은, 임의의 조건 속에서 형상을 갱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그러한 변형을 계속해서 추동하는 일종의 회화적 공간에 대한 구획화가 전개된다. ● 임희재는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2022)을 출발점 삼아 그림 속의 형상들이 계속해서 변형하는 이미지로서 일종의 재현으로부터 벗어난 재/형상화(figuration)를 좇게 한다.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은 지난 개인전 『Cabinet of Curiosity』(2022)에서 처음 전시한 그림으로, 이번 전시 『둥지 짓기』에서는 "구작"으로서 현 순간의 조건 안에서 유예를 담보한 틀 안의 이미지로 놓이게 된다. 박제된 샤모아와 야생 양이 화면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그림에서, 그는 이 형상들이 일종의 "보이기 위한" 이미지라는 사실에 주목하기 위하여 그것을 가둔 진열장의 프레임을 동시에 병치시켰다. 말하자면, 회화의 대상이 실제의 자연물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모조 이미지로서 얕은 공간 속에 재배치된 상황임을 다시 반복하는 셈이다. 이는 후속 작업 「Study for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2022)으로 연결된 흐름 속에서, 회화의 틀을 의식하며 이미지 변형에 이르는 임의의 회화적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한 그의 본격적인 실험을 예고한다.
첫 개인전 『Noli Me Tangere』(2017)에서 시작된 "이미지 변형"에 관한 그의 관심은 주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진 야생 동물에 초점을 맞추되, 애초에 살아있는 자연 상태가 아닌 "가공된 자연"으로서 다큐멘터리 영상 속 편집된 동물 이미지를 가져다 회화로 옮겼다. 소위 동물 세계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영상에 담기 위해 절정의 순간을 (어떤 사실과는 동떨어진 채) 편집 효과로 극대화하여 재배치하는 영상 편집의 전략적 장치로부터, 그는 (어떤 사실에 대한 단서가 될만한) 관찰자의 내러티브마저 분리시켜가면서, 하나의 장면을 추출해 회화로 옮기는 행위의 과정에 몰두했다. 이때 그가 제시한 전시 제목은 의미심장한 단서처럼 어떤 정황을 상기시키는데, "Noli Me Tangere(나를 만지지 마라)"는 부활한 예수의 말씀[메시지]이 그가 그린 그림 속 이미지들에 대한 입장을 변호하는 것처럼 들린다. 당시에 그는, "자연(nature)"이라는 실제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가 함의하는 추상적인 의미에 똑같이 다가가 이미지의 "본질(nature)"에 관한 탐구를 그것과 연결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자연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이미지의 본질을 탐색하는 사유 사이에 서로 통해 있는 어떤 경로를 찾으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 한편, 다큐멘터리 영상 속 야생 동물의 이미지는 자연사 박물관에 진열해 놓은 박제된 동물 이미지로 이어져, 임희재의 회화 연구에 있어서 주요 조건들을 마련하는 토대가 됐다. 이번 전시 『둥지 짓기』에서는 "이미지 변형"의 조건으로 "틀"이 다시 한 번 강조되었으며, 이는 회화의 평면적인 프레임과 겹쳐져 회화적 제스처를 통제/유도하는 장치로서 파악된다. 이러한 비약적인 연결은, 일련의 회화 연구 과정을 거치면서 (변형된) 이미지로서의 회화에 관해 규명하며 그 변형의 퇴적에 의해 마침내 붙잡을 수 없는 혹은 불가능한 세계(의 경계)를 좇는 사유와 인식의 가능성을 향하게 된다.
임희재는 자연사 박물관 유리 진열장 속에 같은 종(種)으로 분류된 동물의 표본이 각각의 적합한 환경으로서의 시공간적 간극을 비약적으로 이접시켜 허구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생태 조건으로서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지리적‧시대적 분포가 상이한 동물들을 같은 종으로서의 유사성에 근거해 한 공간 안에 재배치하는 박물관의 전시 체계를, 그는 회화적 표현과 형식 체계의 방법론과 동기화 하려는 셈이다. "틀"에 관한 역사적 가치 판단의 서사는 잠시 흐릿하게 뒤로 밀어 놓고, 그는 회화의 대상에 굳건히 작동하고 있는 이미지의 계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회화의 평면적 조건 속에서 이미지 유예 혹은 변형 가능성을 이리저리 가늠하며 이를 "회화적(painterly)" 당위 안에 흡수시키려는 듯하다.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과 「Study for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 사이의 (회화적) 시차가 바로 그러한 정황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 그는 후속 작업을 염두에 둔 습작으로서 박물관 진열장 속 박제된 샤모아와 야생 양 이미지를 가짜 풍경 이미지를 배경으로 얕은 평면적 공간 속에 배치된 상황 그대로 재현했으며, 이때 진열장의 프레임과 유리에 의해 극대화 되는 평면적 화면의 분할을 후속 작업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것이다. 개별적인 형태의 윤곽은 약해지고, 대신 캔버스 모서리에서부터 반복적으로 생성된 수직‧수평의 직선에 의해 각각의 크고 작은 면들이 분할되고, 그러한 평면의 조건은 유리 반사라는 특수한 가상적 공간을 함의한 채 회화적 제스처와 물성을 재배치하는 동력을 활성화시킨다.
『둥지 짓기』에서는 자연사 박물관 진열장에서 참조한 회화적 공간 구획화를 한층 진척시키는 가운데, 그러한 임의적 틀을 변수로 한 (다수의) 회화적 이미지 출현을 탐색한다. ● 임희재는 우선 전시 제목 "둥지 짓기"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하면서 이를 자신의 그리기 행위와 유사성으로 엮기를 시도했다. 새가 둥지를 지을 때 직관적으로 발생하는 행위의 연속성, 그러니까 앞선 행위의 결과가 후속 행위의 결정을 유도하는 둥지 짓기의 특성에 주목하여, 그는 화면 안팎의 구조적 틀에 의해 회화적 행위와 표현이 직관적으로 유도되어 이미지 변형의 상이성과 더불어 이미지 원형의 항상성을 어떻게 공존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골똘히 매달려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의 또 다른 후속 작업들은 일종의 이미지 계보 안에서 공통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작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Stuffed Chamois and Wild Sheep"에서 따온 약자 "S/C&WS" 앞머리에 "Study for"라는 변형의 정황을 밝힌 후에, 각각의 캔버스 크기(호)와 함께 가로‧세로줄의 개수를 나타내는 숫자의 조합이 있고, 조명 유무에 따른 기호(I/O)를 "Study for S/C&WS" 뒤에 덧붙여 표기하는 방식이 있다. 이로써, 임희재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자연 이미지를 가공하는 일련의 시각적 장치로부터 회화적 이미지 변형을 지속시키는 조건을 체계화 하는데 그럴 듯한 당위를 마련한 셈이다. 캔버스의 크기, 캔버스 화면의 분할, 빛에 의한 색조의 변화가 그것이다. ● 어쩌면 그는 동물 다큐멘터리나 대중 문화의 광고 이미지, 자연사 박물관에 진열된/박제된 모조 이미지 등에서 원형을 닮은/닮지 않은 "이미지"의 출현이 어떠한 시공간적 단절과 결합, 압축과 팽창, 굴절과 반사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회화적 표현의 동력을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그것은 그가 말하는 "틀"로서 회화적 공간을 짓는 행위와 "변형"을 전제로 한 이미지 출현으로서의 회화적 행위를 동시에 오가며, 둘의 역학 관계에 의해 발생한 상이한 이미지들의 공존을 꾀하려는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개별적인 꼬리표를 달고 있는 'Study for S/C&WS'(2023) 연작을 보면, 이 글의 첫 문장처럼, 하나의 그림에서 시작된 그의 집요한 탐구를 가늠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캔버스는 텅 비어 있는 초기의 조건에서 각각 틀의 변형을 겪게 된다. 이러한 의도적인 변형이 일종의 자연 이미지를 가공하는 역설을 함의한다는 점에서, 임희재는 회화의 지극한 평면성 안에 "변형된 이미지"로서의 회화적 행위의 흔적들이 끝없는 유예를 반복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환영과 물성을 동반한 "이미지"의 잠재성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의도적인 화면 분할에 의한 다수의 조건을 전제로, 그 위에 회화적 행위를 모색한다. 분할 화면의 크기와 수직‧수평의 교차점을 평면 위에 펼쳐진 장애물 혹은 건축적 구조 등으로 상상하며, 그는 그 위에 유리면이 확장시키는 가상적 시공간의 시차까지 포함시켜 이미지의 가능성을 한껏 밀고 나간다. 그는 총체적인 형상을 그 공간 속에 욱여 넣으려는 (현실적인) 무모함에 빠지지 않고, 그것을, 회화의 대상으로서의 원형을 이미지로 치환하기 위한 변형과 왜곡을 긍정하며 그 모순을 집요하게 다룬다.
「Faux S/C&WS」(2023)는 말 그대로 가짜 이미지를 우리 눈 앞에 현존하게 한다. 자연사 박물관 진열장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안에 박제되듯 들어가 있는 회화들은 시각적 착시와 시각적 현존을 오가며 이미지가 함의하는 모순을 반복한다. 임희재는 이러한 이미지의 모순적인 가능성을 회화적 가능성으로 치환하기 위해, "자연 이미지"와 "이미지의 본질"을 대칭적으로 배치하여 이 둘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를 엿보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서 특정한 동물이나 특정 환경, 이를테면 박물관이나 둥지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명사들은 하나의 착시일 지도 모른다. 그는 그것이 하나의 이미지로서 "변형"을 추동하는 회화적 관계 안으로 들어와 일종의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하기를 염두에 두었을 테다. ■ 안소연
Vol.20231005j | 임희재展 / LIMHEEJAE / 林希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