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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1005_목요일_03:00pm
라운드 테이블 『변이 사물』 2023_1015_일요일_02:00pm_1전시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3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후원/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1~3 전시실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노멜의 추적일지』 가이드—노멜을 따라 오세요 ● 자, 여러분들의 눈앞에는 원형 탁자가 있고, 이를 둘러싼 벽면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물이 놓여 있습니다. 네, 물론 여기 있는 사물들은 본래의 형태와는 좀 다르지요. 이미지나 다른 재료로 한 차례 변형된 것들입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여기 모인 사물들은 모두 노멜이라 불리는 사람이 만들거나 불러와 다시 정렬해 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물의 주인이 노멜이란 건 아니에요. 박물관에 놓인 수많은 사물들이 그렇듯이요.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 사물들에 주인이 있다는 말부터 사실이 아니에요. 이것들은 누군가 혹은 무엇의 소유가 아닌 사물 그 자체로 봐야 하거든요. 실은 어떻게 여기에 놓이게 됐는지가 중요해요. 어떤 경로로, 왜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 말이죠.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죠? 우선 안쪽 방에 다녀온 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해요. 그럼 이해하기 더 쉬울 거예요. 이동해 보죠. 저를 따라오세요.
사물에 대한 노멜의 추적은 2021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멜은 우연한 계기로 친구의 레몬에 색상인 '레몬 옐로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레몬 옐로우)가 사라지며 자신에게 남긴 쪽지를 발견합니다. "너라면 찾을 수 있겠지, 넌…."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며, 노멜은 그를 추적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에 휩싸입니다. 색과 함께 무게, 촉감, 향 모두 사라져 버린 레몬에 남겨진 단서라고는 표면에 붙은 스티커에 적힌 바코드와 원산지, 숫자 4053 뿐이었습니다. 희미한 단서를 따라 그의 행적을 쫓던 중 노멜은 나무에서 발견한 진짜 레몬의 모습에 놀라고 맙니다. 레몬 옐로우가 사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색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믿어 온 그의 모습이 꾸며졌다는 사실과, 또 그가 사라진 후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레몬의 모습에서 노멜은 왠지 모를 두려움과 기이함을 느끼고 맙니다.
여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미로와 같은 구조물에는 바로 그를 추적하는 노멜의 여정과 함께 노멜이 발견한 레몬 옐로우에 관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레몬 옐로우가 등장한 시기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친구의 집에 도착했으며, 또 그가 사라지기까지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말입니다. 친절하게도 노멜은 그 추적 일지를 「어느 날 레몬 옐로우가 사라졌다」라는 한 편의 소설과 비디오로도 남겨 두었습니다. 그의 일지를 살펴보다 보면, 달라진 사물의 상태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변이의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요소가 개입하는지요. 레몬 옐로우만 해도 수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하나의 상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형태와 색상을 굉장히 일반적인 상태, 그러니까 폐기하지 않아도 되는 "정상"이라는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기준이 유지되지 못할 때 비로소 변이를 지각하며 어떤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죠. 노멜이 그랬던 것처럼요. 사실 인간이든, 레몬이든, 혹은 그 무엇이든 상태는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데 말이죠.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가능성은 두려움을 자아냅니다. 어렸을 때 저는 종종 잠자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저 몸에 다른 누가 들어가서 갑자기 일어나 날 공격하면 어쩌지? 하는 상상을 하며 공포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누워서 자는 사람의 미동 없는 몸, 그리고 눈을 감은 표정 없는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불현듯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무서운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라처럼 변해버린 레몬이 노멜에게 불러일으킨 감정과 감각이 되려 사물을 관찰하고 추적하는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추적의 충동은 사물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자의든 타의든 변이의 상태에 놓일 수 있는 대상이 만드는 지각과 감각으로 자극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제 생각에 확신을 주는 대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닥에 놓인 조각들을 살펴봅시다. 무엇이 보이나요? 제 눈에는 색상과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면이 주는 인상 때문인지 언뜻 사람의 살갗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살갗을 잇는 흰 조각들은 뼈마디 같아 보이고요. 그런데 사람의 뼈라고 하기엔 마디마디가 굉장히 짧습니다. 촉감은 어떤지 한번 만져보세요. 살의 말랑말랑한 느낌이나, 잔뼈의 오돌오돌함이 느껴지나요?
노멜은 의식을 잃어가는 신체를 만지며 경험했던 물리적 감각을 추적하며, 온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물라스틱과 변형이 자유로운 유토를 이용해 뼈와 살의 감각을 복기하듯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형태는 어떤가요? 조각난 살덩이나 척추, 뼈마디 등을 연상시키는 모습은 마치 만화 속에서 조각난 부분들이 형체를 만들며 일어서듯, 금방이라도 움직여 제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조각들은 인간의 몸이라기보단 상황에 맞게 변이하는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노멜은 어느 날 실수로 삼켜버린 거미로 인해 자신이 거미가 되는 SF적인 상상을 이 조각에 투영했다고 합니다. 「거미」라는 비디오를 통해 그 가상의 경험을 표현하고 있어요. 사고와 행동은 인간의 습관을 따르지만 거미로 변해버린 신체 속에 갇힌 노멜은 늘어난 다리와 관절이 주는 이상한 감각을 상상 속에서 경험합니다. 노멜은 의식을 잃고 소멸해 가는 인간의 신체를 만진 경험과 점차 거미와 하나가 되는 자신을 상상하고, 유토와 3D 출력물이라는 이질적인 물질의 결합을 통해서 덩어리와 경계가 없는 상태 등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더 이상 인간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기이한 신체의 감각을 전달하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색이 사라져 버린 레몬, 거미가 되어 버린 인간, 노멜이 포착한 대상은 모두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 여기는 상태는 아닙니다. 되려 변해 버린, 변이의 가능성을 지닌 괴기한 대상이지요. 변화는 종종 경계에서 혼란을 야기하며 알지 못할 두려움을 자아내곤 합니다. 익숙한 상태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말입니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 보면 거미와 인간의 사이에 존재하는 조각이 보여주는 '변화할 수 있다는 감각'은 막연한 두려움의 상태가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이든 거미든 색이 없는 레몬이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정상'이라는 하나의 규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익숙함을 벗어난 대상을 단순한 괴물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상상하게 해줍니다.
결국 노멜은 자신의 추적 일지를 통해 변이된 사물이 지닌 복수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함께 사물의 변이를 추적하며 새롭게 인식을 조정하는 연습을 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다시 원형 탁자가 놓인 자리로 돌아가 봅시다. 다섯 조각으로 나뉜 탁자에는 노멜과 같이 변이하는 사물을 대상으로 그 양상을 추적한 다섯 명(노해나, 이미지, 임석호, 임휘재, 콘노 유키)의 일지가 「변이 사물」이라는 이름으로 놓여 있습니다. 벚꽃, 벌레, 조각 작품, 고양이, 지지체로 그 대상은 상이하며, 변이의 양상 역시 시각적, 역사적 개념, 생물학적 양태 등 다양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지할 것은, 이들이 사물을 통해 각자가 발견하는 감각과 지각의 변화입니다. 노멜이 초대한 다섯 명의 추적 일지를 통해 더욱더 선명해지는 것은, 사물 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도 변이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변이가 일어나는 자리에 정상과 비정상도, 괴기함과 이상함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상태를 따라 나의 지각을 움직여 보는 거죠. 그때 대상을 규정짓던 정의와 기준을 넘어선 흥미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사물은 무엇인가요? ■ 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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