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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영 홈페이지_soneunyoung.com 인스타그램_@_young_eye
초대일시 / 2023_1003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9:00pm / 10월 9,10일 휴관
룩인사이드 갤러리 Look-in-Side Gallery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30-1 (신사동 555-14번지) Tel. +82.(0)507.1356.8628 www.look-in-side.com @hello_lookinside
기억과 노스탤지어 장소로서의 집 ●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가족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배울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족 구성원들과 감정적으로 교류한다. 집은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건축물 등을 말하지만, 생명 유지가 집의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생물학적인 장소이면서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는 사회적 장소이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의 말처럼 뿌리내림의 장소이고, 일상의 내밀한 기억과 그리움이 가득 찬 토포필리아(topophilia)의 장소이기도 하다. 집이란 공간은 지난날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이며 가족 구성원과의 유대감과 공동 운명체라는 정서가 녹아 있고 추억을 공유하고 미래의 꿈을 함께 하는 삶의 중요한 장소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집의 이런 정서적이고 정신적 의미보다는 한 인간의 능력과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며, 집의 경제적이고 물질적 가치가 인간 실존의 문제보다 상위에 군림해 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대부분 같은 동이라면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모두 같은 평면으로 설계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개인은 미미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울하고 절망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공간과 장소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적용해 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각기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푸 투안(Yi-fu Tuan)은 사람과 장소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토포필리아(topophilia)라고 규정지었다. 사람이 어떤 공간과 접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누적되면 막연히 추상적이었던 이 공간은 친밀하고 의미 있는 장소가 되고, 이 과정에서 사람의 감정이 장소에 이입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집이나 고향 등은 잊을 수 없는 장소들이며, 여기에 담겨있는 정서적인 애착을 절로 느끼게 된다. 특히, 성인이 되기 전인 청소년기에 거주했던 집은 잊을 수 없는 토포필리아의 대표적 장소이다. 한편 현상학자 바슐라르(Bachelard G)는 일상의 내밀함이 깃든 집의 '구석'들에 대해 주목하였다. 즉, 내밀함이 머무는 구석에 대해 강조하였다. 내밀함은 장롱 속의 구석, 다락방, 서랍 속이나 오두막집과 같은 소박한 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의 내밀한 기억들로 가득 찬 친숙함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안식이 쌓이는 곳이 집인 것이다. 노스탤지어는 향수병(鄕愁病)이란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더욱 복잡한 심리 상태로, 과거의 시간과 공간이 연관되어 그로부터 형성된 감정을 일컫는다. 노스탤지어는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이며, 일종의 우리 감성의 자기방어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집」 작업은 다양한 형태의 단독 주택 위주로 작업했다. 따뜻하고 화사한 색채로 담아내며, 집과 더불어 집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작은 마당과 나무들, 애완동물과 화분, 나무 의자, 어린이 자전거와 같이 정서적으로 온기를 품고 있는 오브제를 배치하였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겪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기억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노스탤지어적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디에나 있는 듯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집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집은 어디에든 있는 것이거나 교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의미의 중심이다. 과거의 기억과 마음속의 노스탤지어가 스며있는 집을 사진 연작으로 표현해 보고, 나의 기억 속의 가족과 집에 대한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서 고등학교 졸업하는 성장기 내내 할머니와 지냈던 기억이 있어서 가족에 대한 애착과 온전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다. 본인에게 집은 가족 구성원과 끊을 수 없는 유대감과 공동 운명체라는 정서가 녹아 있고 추억을 공유하고 미래의 꿈을 함께 하는 삶의 중요한 장소이다. 외부와 나를 구분 지어주는 경계이기도 하면서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억의 집」은 이러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기억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노스탤지어적 감성으로 어디에나 있는 듯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집을 작업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 손은영
Vol.20231002f | 손은영展 / SONEUNYOUNG / 孫銀英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