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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울산광역시 북구 주최,주관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_플랜디파트
관람시간 화~금요일_09:00pm~06:00pm 토요일_09:00pm~03:00pm 일,월,공휴일 휴관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북구 중리11길 2 북구예술창작소 Tel. +82.(0)52.289.8169 www.bukguart.com @bukguart
나는 누구인가. 삶의 황폐화와 사회 가치의 퇴색, 통제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획일화된 인간 군상에서 찾는 나의 모습은 이미 나의 본질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듯하다. 스스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삶은 보편적 이념과 같은 외부의 기준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진정한 주체적 행위의 모습일 것이다. 강현신에게는 이러한 '나'라는 존재를 둘러싼 사람, 사회, 풍경이 중요하다. 외부의 수많은 방해 공작에도 끄떡 없이 나 자신을 변화시켜 적응하고 이겨나가는 것, 그것이 강현신이 찾은 예술적 표현이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오랫동안 평면에 매몰되어 자신의 생각을 펼쳐왔다. 하지만 작가가 선택한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유쾌했고, 입체적이었다. 이를 위해 작가는 기억 속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 풍경 등 각 요소를 분해해 스토리를 만들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해체되고 반추상화된 조형물들의 첫 모습은 몸을 한껏 구부려 나를 감추는 인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외부 시선과 기준으로 인해 나의 자아와 개성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웅크려 감춘 진짜의 나, 생존을 위해 위장하는 동물의 위장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황에 맞춰 그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겉모습을 바꾸고 연기하는 것이다. 강현신은 이러한 훌륭한 연예인의 삶을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거리에 가까이 끌어다 둔다. 실제로 메릴린 먼로나 비틀스 같은 대상들을 표현하기도 한 작가는 대중의 눈치를 살피며 왜곡된 행동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연예인에게 응원의 에너지를 북돋아 언젠가는 진실한 자기 모습과 마주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듯하다.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기억해 주고 위장의 상술 속에서도 개성 있는 표현을 덧대어 준다.
우리는 때때로 공허하고 허무한 삶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특히 SNS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쉽게 만들고 숨길 수 있는 요즘에는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꽤 자주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은 타인의 욕구를 욕구한다. 즉, 다른 이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 사회가 나에게 들이미는 잣대에 충실히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남긴 유명한 문구 '타인은 지옥이다'는 희극 「닫힌 방」에 나오는 대사이다. 타인은 늘 자신들의 판단과 기호에 또 다른 타자를 가두어 두려 한다. 나다움을 획득할 수 없도록 방해해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결국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나를 공유하지만, 또 타인으로부터 독립된 나를 인정하기 위해 나의 욕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강현신은 바로 그 지점, 나다움의 회복을 위해 인물을 만들어 숨기고 찾길 반복한다.
이제 이러한 인물들의 모습을 좀 더 살펴보자. 우리가 보통 '나'라고 말할 때는 내가 의식하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내 존재를 의미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몸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그 경계를 뛰어넘는 물리적 대상과 마주하게 된다. 몸에는 의식으로 전혀 포착할 수 없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등 전체 세계를 마주하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신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현신은 이러한 인체를 중요한 주제이자 소재로 활용한다. 눈에 보였던 신체적 행동을 기억해 내고 단순화시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작가의 표현을 자세히 보다 보면 각 캐릭터가 이목을 끈다. 사실 2017년 초기작에서 작가는 인물의 얼굴을 뚫어 익명성이 담보된 혹은 몸을 꺾어 자신을 철저히 감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때로는 완전히 몸을 펼쳐 사회화된 모습으로 이를 표현한다. 하지만 곧이어 이어진 인물 표현에서는 개인의 심리상태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표현한다. 작가가 떠올린 기억 속 각 인물이 가진 특징들 혹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개성들을 힘껏 전면에 내보이는 것이다. 강화된 위장술을 펼치는 인물들은 각기 그 모양과 색, 현란한 패턴으로 자신을 잘 숨기기도 드러내기도 한다. 이후 작가는 크기, 모양, 소재, 매체를 다채롭게 바꾸며 각 인물을 더 확실한 지금의 개인상으로 만들었다.
강현신의 작품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어떠한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에 대해 '회화적 설치의 순간'이라고 칭하며 작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강현신은 이미 기억 속 한 장면을 떠올려 등장인물, 배경, 물건 등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따로 분해해 스토리를 구성하는 재료로 만들고 조합해 나만의 무대 속 감독이 되고자 했다. 사소한 일상의 조각 파편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면, 작가는 그 평범한 삶의 장면을 새롭고 특별하게 각색해 더 과감한 행동을 표현하고 있는 인물들과 병치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로써 강현신의 무대는 조금 더 여유 있고 웃음이 넘치는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의 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작가가 만든 무대 위에서 타자이자 주체가 되어 고민할 것이다. 나를 꺾을 것인가, 펼칠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 이진
인간관계에서 상호 구분되는 경계를 '바운더리'라고 한다. '바운더리'는 여러 관계에서 드러나는 자아와 대상의 경계이자 연결다리를 의미한다. '바운더리'가 있기 때문에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 취향, 욕구 등을 '나'와 '타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자신의 '바운더리'가 잘못 형성되어 있기도 한다. 주체인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나'자신이 점점 작아지게 된다. 이렇듯 환경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나만의 '바운더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바운더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지어가는 과정과 같으며, 내가 느끼는 감정은 집을 지을 때 필요한 자재들이 된다. 타인과의 '적절한 바운더리'를 그리고 자신과 상대를 존중할 때 우리는 관계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여러 사람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관계 속에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본인은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지내는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관계는 명확한 정답을 내릴 수가 없고, 기본적으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계에 직면한 순간마다 지혜롭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보호하며 타인과 잘 연결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 중 하나는 '나만의 바운더리'를 만들어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과의 경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본인은 이번 전시에서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타인과 나 사이에 허용되는 접촉의 양과 유형을 규정하는 일종의 '나만의 바운더리 규칙'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다양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을 소개하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배우면서 나만의 바운더리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 강현신
Vol.20230926c | 강현신展 / KANHHYUNSHIN / 姜炫臣 / painting.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