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진주
주최 / 김근태기념도서관 후원 / 김근태재단_도봉구청
관람시간 / 09:00am~08:00pm 주말_09: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김근태기념도서관 Kim Geuntae Memorial Library·Archives 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14 Tel. +82.(0)2.956.3100 www.geuntae.co.kr litt.ly/geuntae.co.kr
『함께 한 조각』은 김근태기념도서관 전시실 2층에 먼저 있었던 상설전 『정치민주화의 길』에 '민청련'과 '민가협'의 기록과 작가적 재구성을 더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조각'은 여러 의미를 가지는데, 우선은 민주화를 위해 부서진 이들의 몸과 마음을 뜻한다. 고문과 투옥이라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폭력은 한 인간의 몸과 정신을 산산이 조각내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아이들은 슬픔 속에서도 그 부서진 조각을 기어이 보듬어 내었다. 이것이 바로 민청련과 민가협이 함께 이어 붙인 또 다른 조각, 민주화의 조각이다. 이를 통해 고통과 비통의 조각들이 분노, 증오, 폭력이 아니라 열림, 연결, 공공으로 하나하나 함께하며 기억과 기록이 되어 지금의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향해 움직일 힘을 준다. ● "자신의 아픔을 끌어안아 보다 많은 자비심으로 자신을 열어갈 때, 부서진 마음은 치유의 근원이 되어 고통받는 타자와의 공감을 심화하고 그들에게 이르는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긴장을 끌어안음으로써 정의와 평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파커 J.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한편 조각은 기억의 자료를 탐색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기록은 무수한 시간 속 한 조각일 뿐이지만, 그 작은 조각으로 무한대의 시간을 상상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거대해 보이는 모든 역사, 그 기억과 기록도 시작은 하나의 조각에서 비롯되고, 그 조각들이 모이지 않으면 흐름을 이룰 수 없다. 이러한 조각의 관점에서 작가는 민청련과 민가협의 아카이브를 대할 때도 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과 기록을 찾아나가는 태도를 견지하려 했다.
그렇게, 손안에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큰 유리 벽면 전체를 채우기도 하는 사진, 위로이면서 항의 서한이기도 한 엽서, 충실한 사건 기록이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의지가 되었을 노트와 문고, 동지를 모을 때도 떠나보낼 때도 불렀던 노래, 따뜻하게 입어 닳은 편물과 뜨다 만 뜨개질, 사진 기록물의 한 부분을 포착한 종이접기, 무게나 길이처럼 기록물 한 조각을 재는 여러 단위와 행위, 이렇게 측정된 기록의 무게에 맞춘 찻잎을 나누는 모임 등 변주하고 균열하고 진동하는 요소로 "함께 한 조각"이 구성되었다. ● 그 중 '약속에 거는 기록의 무게'라는 제목의 사진 속 약지에 별자리처럼 걸린 추(분동)는 등록번호 GT-01-014794 김근태 민청련사건 재판기록 모음 기록물을 잰 것과 같은 무게이다. 약지에 걸린 무게는 우리 각자가 찾는 기록의 무게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자세로 이 기록을 대할까. 그것은 약지에 걸린 단 몇 그램의 추 무게처럼 가볍기도 하고 한없이 무겁기도 하다. 기록을 대하는 나는 약지처럼 작기만 하지만, 또 작은 몸으로 그 무게를 어떻게든 들어 올릴 것을 약속하고 있기도 하다. ■ 김진주
Vol.20230922h | 함께 한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