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23_0923_토요일_03:00pm
갤러리 인덱스 기획 초대展 & 출판기념展 김혜원·문슬 2인 사진 통섭展
기획 / 안미숙 주관 / 갤러리 인덱스 후원 / 눈빛출판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추석연휴(9월28~30일) 휴관
갤러리 인덱스 GALLERY INDEX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층 Tel. +82.(0)2.722.6635 www.galleryindex.co.kr
1978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는 사진 디렉터인 존 사코우스키가 기획한 『거울과 창_Mirrors and Windows』전이 열렸다. 이 전시회에서 사코우스키는 사진을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제작한 사진(거울)과 세계에 대한 탐구의 수단으로 제작한 사진(창)으로 나눠 전시하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분법은 오랫동안 사진의 정체성을 가르는 분류법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사진에서도 '표현'과 '재현'은 사진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아 왔다. ● 최근 눈빛출판사가 펴내는 한국 현대사진가 시리즈 '눈빛사진가선'의 70, 71호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70호 김혜원의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은 다목적댐이 들어서면서 고향 땅을 떠나 타향으로 이주해야만 했던 수몰민들의 이야기다. 71호 신예작가 문슬의 「두꺼운 현재」는 작가 주변의 사물들이 '작가를 응시하며 던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두 작가 모두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김혜원은 수몰민들과 그들이 살아온 폐가와 마을에 주목하고 있고, 문슬은 작가 주변의 일상용품과 일상생활에 주목했다. 외부 세계에 대한 관점(김혜원)과 자기 세계의 투사(문슬)라는 사진에 대한 이러한 입장은 사코우스키의 '창'과 '거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멀리 세상을 바라보건 고개를 숙여 자기를 들여다보건 사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두 작가의 작업은 말하고 있다. 서사와 서정이 사진의 형식 속에 수렴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기록과 예술 사진의 반목과 몰이해를 불식시키는 작지만 중요한 장르 통섭 사진전이 될 것이다. ■ 안미숙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_The Series of Yongdam Dam-Before Submergence』은 1990년에 착공되어 2001년 10월 완공된 용담댐 건설 과정에서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고 고향을 잃어야만 했던 수몰민들의 견디기 힘든 삶의 유린 현상에 주목한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 이는 국토 개발을 기치로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말살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해 온 산업화 근대화의 시대적 현상을 상징화한 「프롤로그」, 참담한 폐허 속에서 마지막 고향 땅을 지키고 있던 '용담' 마을 50여 가구 수몰민들을 촬영한 「수몰민」, 강제 이주 정책으로 살림살이를 모두 비우고 떠난 텅 빈 방을 촬영한 「폐가」,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한 종말론적 상황을 포착한 「마을」, 고향땅을 물속에 묻고 타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수몰민들의 상실의 심정을 상징화한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 이로써 '용담' 마을을 근대화로 인한 실향의 제유적 공간으로 해석한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은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후에 백지화로 귀결된 동강 영월댐건설사업 등 1990년대 우리나라 개발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 산업문명의 패권적 지배 상황과 서구적 자본주의적 일직선적인 진보주의를 시사하고 있다. ■ 김혜원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존재한다." (라캉) ● 애써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눈길 끌 일 없는 일상 생활용품과 일상생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상은 하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늘 가까이에서 나와 동거하므로 가식의 옷을 입지 않는다. 그런 일상적인 것들이 간혹 나를 빤히 응시하기도 한다. 그때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작업한 사진에서 나는 두꺼운 시간을 보았다. 사진 속에 나오는 그 시간은 회색빛이며 거칠다. 그리고 두꺼워서 쉽게 관통할 수 없을 것 같다. ● 그러나 불투명하고 두꺼운 시간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두꺼운 현재』는 해결책을 찾거나 도피처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현실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무의식 속에 내재된 모습을 읽어가는 과정이다. 『두꺼운 현재』 속에는 현실과 무의식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직조된 나의 존재가 보인다. 또한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열등감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흔적이 보인다. 현실의 모습과 무의식 속의 모습 중에서 어느 것도 본모습은 아니다. 현실의 모습은 나의 열등감을 떠안으며 그 결여를 숨기기 위해 가공한 2차 모습이다. 즉 본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현실은 무의식과 욕망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을 조율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인 것이다. ● 『두꺼운 현재』는 현재의 시간과 동거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현재의 시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정돈되고 고요로운 사진들은 아니지만 나의 주변 사물들이 나를 응시하며 던지는 이야기들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며 담은 사진들이다. 이러한 과정은 거칠고 두꺼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끌림을 느꼈다. 그리고 서서히 나의 시간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응답 능력(response ability)이 생겼다. 그래서 나의 현재 시간은 두껍지만 나의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 문슬
Vol.20230920f | 용담댐에서 두꺼운 현재까지-김혜원_문슬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