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환등

신형섭展 / SHINHYUNGSUB / 申亨燮 / installation   2023_0915 ▶ 2023_1018 / 월요일 휴관

신형섭_마술 환등展_스페이스몸미술관 제2전시장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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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915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제2전시장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조각을 알레고리화하다 ● 조각하기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깎기, 자르기, 주물 뜨기, 구축하기 같은 것일 것이다. 신형섭은 이러한 장인적이고 산업적인 방식을 의도적으로 폐기한다. 대신 고물상이나 인터넷에서 구매한 상품을 배열하기, 진열하기, 투사하기 같은 방식을 사용해 재료와 사물의 세계에 새로운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견고한 입방체 형태의 장비 상자, 가톨릭 성물, 이슬람 성물 반지, 루어 낚시용 미끼, 훌라춤을 추는 하와이 여성 모형의 태양광 장난감, 다채로운 색상의 PVC 자바라호스와 같이 서로 달라서 공존할 수 없는 물건을 짝지어 놓는다. 오브제를 수집하고 집적하여 조합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방식이다.

신형섭_Media Wall–4_LED 램프, 렌즈, 오브제_45×40×40_2023_부분
신형섭_Media Wall-7_LED 램프, 렌즈, 오브제_50×85×40cm_2023
신형섭_Media Wall-2_LED 램프, 렌즈, 오브제_60×80×40cm_2023_부분

신형섭은 값싸고 일시적이고 대량생산된 소비 물품들을 조합하여 조각의 몸체를 만든다. 이는 뒤샹의 레디메이드에서 비롯하여, 할 포스터가 '상품 조각Commodity Sculpture'이라고 정의했던 개념을 토대로 한다. 일상적 물건의 끊임없는 재생적 순환을 조각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구매한 상품 오브제에는 보편적 교환 가능성과 스펙터클화된 소비 같은 상품 세계의 일원으로서 조건이 내재되어 있다. 조각의 전통적인 거석 형태나 미니멀리즘 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입방체와 조각적 형태론을 해체하고, 작가는 이미지를 투사하여 오브제의 표면을 작업 전면에 등장시킨다.

신형섭_Media Wall-2_LED 램프, 렌즈, 오브제_60×80×40cm_2023_부분
신형섭_Media Wall-3_LED 램프, 렌즈, 오브제_60×70×40cm_2023_부분

흥미로운 점은 신형섭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입방체의 겉면이 아니라 입방체 안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메라 장비, 계측기기, 미군부대 장비, 여행가방과 같이 내구성을 가진 입방체에 두 가지 렌즈를 부착한다. 플라스틱, 나무합판,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질을 갖지만, 입방체 형태는 반복된다. 내부의 대상물을 외부로 투사하기 위한 렌즈와 입방체 내부를 볼 수 있는 렌즈다. 입방체 안의 상황을 프로젝션을 통해 투사하여 전시장 벽면에 프로젝션한다.

신형섭_Media Wall–10_LED 램프, 렌즈, 오브제_55×60×40_2023

스페이스 인베이더, 갤럭시안과 같이 1970-80년대 오락실 게임기에서 나오는 텍스트를 투사하는 형식에서 볼 수 있듯이, 한물간 구식의 대중문화에 대한 제의적 작업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신형섭은 LED 램프의 보호 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철망을 그 자리에 삽입한다. 철망의 네모난 구멍을 유성페인트로 막아서 텍스트와 캐릭터를 픽셀화시킨다. 이 개조된 램프 앞에 프로젝션 렌즈를 앞에 두어 철망을 투사한다.

신형섭_마술 환등展_스페이스몸미술관 제2전시장_2023

자신의 조각적 구축물 안에 있는 오브제들을 오브제 밖 공간으로 투사하여 사진적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이는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 내러티브를 전달한다는 영화적 문법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집단 정체성의 스펙터클한 형태나 이데올로기적 작동에 필수적인 재현물을 전파하는 수단은 사진이나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투사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프로젝터라는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노스탤지아적 장치를 활용해 조각적 상황을 확장시킨다.

신형섭_LP_LED 램프, 렌즈, LP레코드 판_50×50×50cm_2023
신형섭_LP_LED 램프, 렌즈, LP레코드 판_50×50×50cm_2023_부분

이번 전시에서 신형섭은 두 가지 사운드 아트 작업 「String」과 「LP」을 내놓는다. 스스로 연주하는 기타를 사용한 사운드 작업과 스스로 돌아가는 LP판을 투사한 작업이다. 신형섭의 이번 사운드 작업은 음악 재생 기계의 역할을 확장한다. 기타와 LP 판이 내는 악기의 '고유한 목소리'를 통해 녹음과 재생장치 고유의 기술적, 물질적 특성이 발생시킨 또 다른 사운드를 연주한다.

신형섭_String_LED 램프, 렌즈, 기타_50×100×50cm_2023

역사적으로 많은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자동 연주되는 악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훈련된 음악가'라는 존재의 대척점에 있는 사운드 아티스트들에게, 자동 재생되는 악기 사운드나 음악 재생 기계의 사운드가 예술적 방법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사운드 아티스트에게 전통적 의미에서 음악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본 노이즈 뮤지션 오토모 요시히데 Otomo Yoshihide의 레코드 없는 턴테이블 연주는 턴테이블이 이미 녹음된 소리를 충실히 재현하는 기계로서의 기능에서 벗어난다. 턴테이블이라는 기계 자체가 발생시키는 노이즈를 예술 작업으로 실험한다.

신형섭_OWA_LED 램프, 렌즈, 물, 기름, 기계장치_50×50×50cm_2023

미디어 아트와 마찬가지로 사운드 아트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 속에 변화해 왔다. 사운드를 녹음하는 테크놀로지의 시작은 1877년 토마스 에디슨 Thomas Edison이 축음기를 발명하면 서다. "메리는 작은 양을 가졌네. Mary had a little lamb"라는 시를 읊는 자신의 목소리를 고체 밀랍 레코드에 녹음하여 재생한 것을 시작으로, 사운드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기록과 재생이 가능해졌다.

신형섭_OWA_LED 램프, 렌즈, 물, 기름, 기계장치_50×50×50cm_2023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빠르게 발전한 사운드 테크놀로지는 라이브 연주라는 콘서트의 형식에서 벗어나 음향증폭기술의 발전, 지금의 사운드 아트라는 확대된 영역에서 사운드 복제와 유통의 기술적 진보와 함께 스스로를 확장시키고 있다. 라스코 동굴벽화가 기원전 1만 700년경에 그려진 최초의 시각 기록인 반면, 사운드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 146년에 불과하다. 이는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이 가져온 테크놀로지의 의존성에 대해 극명한 차이를 상기시킨다.

신형섭_마술 환등展_스페이스몸미술관 제2전시장_2023

신형섭은 조각의 방식을 알레고리화하여 작업 제작의 기본 방식으로 사용한다. 일상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상품과 반대로, 조각은 기념비가 갖는 영구성이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형태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작가는 조각의 역사와 대립해 온 상품이라는 오브제 유형을 전면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듣기 문화의 방식을 실험하는 사운드 아트까지 확장한 그의 예술 실천은 전통적인 예술 제작 방식에 관한 또 다른 은유가 된다. ■ 양지윤

Vol.20230915h | 신형섭展 / SHINHYUNGSUB / 申亨燮 / installation

2025/01/01-03/30